[데스크칼럼] 해군기지-제2공항 갈등을 대하는 도지사의 접근방식 천양지차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휴일에도 소위 ‘열일’하고 있다. 연휴 마지막인 6일에도 유튜브 개인채널인 ‘원더플TV’를 통해 도민들과 만났다.

이날 주제는 5월 가정의달, 생활물가, 제주은갈치 축제 이야기에서부터 일왕(日王) 즉위에 따른 논평까지 다양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도청 앞 현수막 팩트체크’ 부분이다.

도청 앞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각종 현수막 사진까지 준비하는 열성도 보였다. 현수막들은 제2공항이나 녹지국제병원뿐 아니라 시장직선제 찬․반 등 주제도 다양하다. 숫적으로는 제2공항 관련 현수막이 가장 많다.

현재 도민사회의 가장 큰 갈등 현안인 제2공항 문제로 좁혀보자.

이날도 원 지사는 제2공항 관련 부실용역 주장(현수막)에 대해 “국토부 용역에 대해서는 이미 검토위가 구성돼 가동되고 있다. 현수막의 주장은 이미 반영됐다”고 말했다.

공군기지 활용 의혹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여러차례 밝혔고, 문재인정부가 대놓고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제주도 역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시의성이 지난 현수막들은 자진해서 철거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원 지사는 “아무리 정당한 주장이라도, 상대방의 인격까지 모독해서는 안된다. 자기 주장․인권을 내세우면서 상대방에 대해서는 손톱만큼의 존중과 배려도 없는 모습을 보면 ‘휴~’ 한숨이 나온다”며 “폭력적인 횡포에 흔들리지 않겠다. 도지사의 평정심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대주장은 주장일 뿐 사실상 제 갈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으로 들린다.

시계를 잠깐 2012년 3월로 되돌려 보자. 당시는 강정 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문제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던 때다.

3월5일 오후 도청 기자실에 우근민 지사와 오충진 도의회 의장, 당시 집권당이었던 새누리당 김동완 제주도당위원장과 민주통합당 소속 박원철, 김경진 도의원이 함께 등장했다.

이들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민군복합항의 공정한 검증과 이를 위한 즉각적인 공사 일시보류”를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사업추진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와 함께 강정마을에는 민군복합항 정책 수용여부에 대한 마을총회 개최를 제안했다.

이들은 “해군기지 사업을 둘러싼 갈등 해결은 강정마을-제주도-해군(정부) 3당사자 간 상호존중의 원칙이 지켜질 때 가능하다. 3당사자 모두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갈등이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9년 5월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이 2012년 해군기지 갈등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접근하는 도백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원희룡 지사는 도민의 대표기관의 도의회와 소통 대신 유튜브 개인채널을 통해 제2공항 건설 당위성을 전파하는데 열심이다. 이 과정에서 도청 공보관실이 원 지사 발언에 대한 제2공항 반대단체의 주장을 재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내,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지난달 26일 공무원연찬회를 통해 제2공항 기본계획에 반영할 사업을 발굴하라며 제2공항 강행추진 의지를 재차 밝힌 바 있다.

당․정 협의에 의해 예비타당성 및 사전타당성 용역 검증을 위한 검토위원회가 재가동되고 있고, 심지어 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 용역보고서 은폐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고 보면 원 지사의 ‘마이웨이’는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국토부는 검토위의 검증결과 중대한 하자가 밝혀진다면 그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제주도에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의견을 제출한다면 그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하고 있다.

2012년 3월처럼 중앙정부를 상대로 제주도와 도의회, 여․야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공사보류-재검증’을 요구할 수는 없을까.

재검증 요구에 대한 침묵, 공론조사 거부…. 그리고는 “우리가 먼저 요구해놓고, 이제 와서 반대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항변.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변했으면 정치도 행정도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원 지사가 ‘설거지’ 꺼리를 잔뜩 남겨놨다는 투로 비판했던 우근민 지사. 결과야 어떻게 됐든 그는 갈등 봉합을 위해 중앙정부에 맞서 도민 편에 섰다.

지방자치 시대, 도민주권을 실현하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 원 지사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임기를 마치고 청사를 다음 주인에게 넘겨줄 때 전임 도정 때보다 설거지 꺼리를 더 많이 남겼다는 볼멘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제주도의회, 여․야 정치권과 함께 제2공항 갈등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원 지사가 정치인으로 장수할 수 있는 길도 ‘공감능력’을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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