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여성능력개발본부, 19일 제주여성문화유적 발굴 조사 시작

"대정 유지급들이 (비석을)홍살문거리에 세웠다가 도로를 확장하면서 이곳으로 옮겼지"

1901년 신축년 민란의 세 장두(이재수,강우백, 오대현)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서귀포시 대정읍 인성리 '삼의사비' 앞에서 팔십이 넘은 이인배(86세)씨의 증언이 이어진다.

이씨는 기억을 더듬으며 " "(이순옥이)모슬포 대정읍사무소 동쪽 전기회사 있는 곳에 살다 (서귀포) 서호로 갔지. 사람 좋은 할망이었어"라고 이재수의 누이동생 이순옥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둘 조사팀에게 꺼냈다.

제주도여성능력개발원은 제주여성문화 지도 제작과 순례코스 개발을 위해 제주여성문화유적 발굴 조사를 19일부터 시작했다.

제주여성천년사 편찬위원과 여성정책자문위원, 여성문화 관련자들로 구성된 발굴 조사팀은 발굴 첫날 제주로 유배온 정난주와 이재수의 누이동생인 이순옥, 과거 여성들의 생활공간이었던 연못 등을 둘러보기 위해 서귀포시 대정읍을 찾았다. 

마늘쫑 제거 작업으로 한창 바쁜 시기, 송상우 대정읍 보성리장은 조사팀을 보성리 붕우룻과 정난주 마리아묘로 안내했다.

비가 내리면 못에 물이 가득찬다는 데서 유래된 봉우룻은 옛날 조상들의 빨래와 목욕, 식수를 책임졌던 곳이다.

▲ 보성리 붕우룻
송 리장은 "옛날에는 여자용 목욕탕, 남자용 목욕탕, 식수용 물통으로 구분돼 사용했지만, 상수도가 개발되면서 잡초 등이 무성해 지금처럼 한 울타리로 광역화 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각종 운동시설 등을 갖춰 주민들이 편안히 쉴 수 있도록 조성된 붕우룻은 현재 농업용수로 사용된다고.

남편인 황사영의 백서사건으로 37년간 관노로 대정에서 유배생활을 한 정난주의 묘 앞에는 성지순례를 온 천주교 신자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송 리장은 "추자도에 갔다가 대정현으로 유배를 온 정난주는 당시 현감 등 관료들이 수청을 들라고 해도 모든 것을 거부하고 순교자가 됐다. 천주교에서는 여기를 성역화 해서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성지순례를 온다"고 설명했다.

제주여성들의 생활과 신앙, 역사속의 유적과 유물들을 조사해 제주여성의 참모습과 정체성을 찾고자 기획된 제주여성문화유적 발굴 조사는 오는 11월까지 매월 목요일마다 실시된다.

오경생 여성능력개발본부장은 "11월까지 현지조사를 실시해 12월 토론회를거쳐 제주여성문화 순례코스를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주여성문화 발굴 조사팀은 앞으로 애월, 성산, 남원, 추자도, 가파도, 마라도, 비양도, 등을 둘러보며 제주의 여성문화를 찾아 나설 계획이다. 

▲ 이인배씨

▲ 삼의사비 앞에서 조사팀 모습
▲ 정난주 마리아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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