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지역사회 지원 힘입어 10년 숙원 약학대학 설립 본격화

제주대학교에 2020학년도부터 약학대학이 신설된다.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의과대학, 수의과대학, 간호대학 등을 설립한 제주대는 이번 약학대학 유치를 통해 명실상부한 '의료 클러스터' 조성이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

제주대는 지난 3월 29일 교육부가 실시한 약학대학 신설 심사에서 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약대 유치를 확정지었다. 12개 대학이 경쟁한 끝에 제주대와 전북대가 최종 낙점됐다. 정부의 약대 정원 증원계획에 따라 제주대는 2020년 30명의 약대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당초 교육부의 예고대로 이번 약학대 신설은 '제약연구와 임상약학 분야 인력 양성을 위한 특화 교육과정 운영'에 초점을 맞춰 이뤄졌다. 실제 1차 관문을 넘어선 후보 대학들은 모두 의대와 부속병원을 갖춘 곳들이었다.

제주대의 약대 유치는 단순 대학 외연 확대를 넘어서 지역 차원에서 보건·의료 인력을 자체적으로 양성·보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데 더 큰 의미가 부여된다. 제약․바이오산업을 선도할 산업약사와 공공의료시설에서 근무하게 될 공공약사의 배출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제 약학대학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과제로 남게 됐다.

◇ 치열한 약대 유치 경쟁...지역사회 전폭적 지원 주효

제주대는 10년 전인 지난 2009년 약학대학 유치에 호기롭게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기억이 있다. 미래 성장동력인 제약산업 선도인력을 목표로 약학대 신설을 추진했으나, 너무 늦게 경쟁에 나서 타 시도에 주도권을 빼앗기며 고배를 마셔야 했다.

절치부심 끝에 나선 이번 약학대학 유치전은 일찌감치 체제를 정비하며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2015년 9월에는 약학대학설립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같은해 전북대·동아대 등과 약학대학 공동추진 MOU체결했다.

교수회, 총학생회, 총동창회 등 학내 구성원들의 뜻을 모은 것은 물론, 총장협의회와 국회 등을 통한 공격적인 유치전도 전개됐다. 생물자원을 활용하는 BT(신약개발) 산업의 잠재력이 크지만, 제주지역의 특성상 신약개발 인력 양성 기관이 전무한 실정이라는 점을 적극 어필했다.

2018년 2월에는 신진 신약개발연구 및 약학교육시스템 컨퍼런스가 열렸고, 4월에는 약학대학 설립추진을 위한 언론사 초청간담회를 열어 지역여론에 불을 지폈다. 약학대학의 인재양성방안 용역을 비롯한 자문회의, 학술대회 후원 등도 꾸준히 전개했다.

특히 '대학' 차원이 아닌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이번 약학대학 유치전에는 8개 지역 12개 대학교가 참전해 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대학 뿐만 아니라 지역 정치권의 경쟁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대학교 약학대학 유치 명예 추진위원장직을 맡아 약학대학 지원을 위한 업무지원협약 등을 체결했고, 제주도의회도 이와 맞물려 '제주대학교 약학대학 신설대학 선정 촉구 결의안'을 재석의원 36명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지역 국회의원들과 재경제주도 관계자들의 전방위적인 지원도 힘을 보탰다.

심의 부처인 교육부가 "약대 지원 의지가 강하고, 부속병원 등 약학 실무실습 및 교육·연구 여건을 충실히 갖추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은 이 같은 노력의 결과였다.

◇ 2020년 신입생 선발, '통합 6년제' 전환 계획

제주대 약학대는 '배움과 실천으로 인류보건에 기여하는 약학전문인재 양성'을 교육이념으로 내걸었다. 총 30명의 정원을 배정받아 2020학년부터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제주대는 가칭 '약학대학신설준비단'을 꾸려 2020년까지 약학대학의 교육 및 연구기반을 조성하고, 2024년까지 고령질환 신약개발·약료 연구중심 대학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2024년 이후에는 고령친화산업 선도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웠다.

학생의 진로적성에 따라 심화 실무실습을 통해 산업약학, 약학연구, 임상약학 실무 강화를 통한 임상약학의 전공영역별 교육을 강화하고 특성화와 연계한 교과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산업계 수요자 중심의 교과과정을 편성하여 제약산업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주 목적으로 한다. 

특히 제주대는 학부에서부터 대학원으로 연계되는 교육 과정을 구축하기 위해 '대학원 약학과'와 '산업약학 협동과정' 등 투 트랙 전략을 수립했다. 대학원 약학과는 제약바이오 연구 중심 교육과정을 통해 제약바이오산업체와 연구기관의 연구전문약학자를, 산업약학 협동과정에서는 사회수요맞춤형 교육과정을 통해 제약산업인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2학년도부터는 약학대를 전문대학원 체제에서 통합 6년제로 전환시킬 예정이다. 이중 30%는 지역인재 채용 전형으로 배정된다.

약학대의 위치는 제주대 제2도서관과 산학협력관의 일부가 사용된다. 올해 하반기부터 제2도서관의 열람실과 도서를 중앙도서관으로 이전시키는 작업이 이뤄지게 된다.

◇ 연구 중심 약학대 구축 핵심과제...인력-공간 확보도 관건

제주대가 약대를 유치하면서 기존에 운영되고 있던 의과대, 수의과대, 간호대학 등과 연계한 의료산업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지역의 천연 생약 자원을 활용해 제약·바이오 기업의 제주 이전 기반도 마련하게 됐다.

다만, 약학대 유치가 마냥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진 않는다.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과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연구중심 약학대'를 표방한 만큼 이를 뒷받침 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됐다. 이에 제주대는 △제약 바이오산업 허브 역할 수행 △HTS(High Throughput screening system) 기반의 약물스크링 및 빅데이터 기반의 약물표적 도출 △신약후보물질 라이브러리 구축 △바이오마커 검증을 통한 신약후보물질 도출 등의 계획을 밝혔다.

추후 뛰어난 연구력을 갖춘 전문 인력이 배출되면 약학대학을 중심으로 한 제주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 제주생물종다양성연구소, JTP 바이오융합센터, 제주생약자원관리센터,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 BMI 등과의 '제약바이오산업' 클러스터 구축까지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2020년도 서귀포시 상효동 일대에 건립 추진 중인 국가생약자원센터와 연계를 통해 제주천연 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바이오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안정적인 교육과 연구를 위한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것, 교육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남아있는 과제다. 교수 정원 확보와 공간 활용 등에 있어 정부의 추가적인 도움을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라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약학대학설립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한 지영흔 제주대 부총장(수의학과 교수)은 "제약바이오산업이 제주지역을 살리는 미래의 신성장 동력이 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지역 특성에 맞는 제약 산업과 임상약학에 초점을 둔 연구 및 교육이 이뤄지면서 졸업생들이 제약약사, 임상약사의 전문가로 우뚝 서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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