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의 산물] 123. 오름 주변 길손들의 산물

구좌읍 송당리에 위치한 성불오름에 성불천이 있다. 성불오름은 높이가 361m로 한자어를 빌어 성불악(成佛岳), 성불암(成佛岩)이라 쓰고 성부람·성보람·성불오름 등으로 기록한다.

정상부 바위가 염불하는 스님의 모습을 닮았다고 알려진 말굽형 오름으로 풍수학적으로 옥문형이다. 이 오름에는 고려시대 창건돼 약 500년간 부처를 모셨던 성불암이 있었다고 한다. 《북제주군문화유적》(1998년)에서 “성불암은 송당리 성불오름에 있는 고려시대 사찰터”라고 조사한 바 있다.

오름의 북동사면은 여성을 닮은 형상으로 그 밑에서 성불천이란 산물이 솟아나 작지만 넉넉한 수량으로 옹달샘을 만든다.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성불천(성불오름).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탐라지》(1653년)를 보면 "정의현 부근에서는 오로지 성불오름에서만 물이 난다"고 기록한다. 과거 이 지역의 유일한 식수원으로 사찰의 물로 사용되었으며, 특히 성읍사람들이 가뭄 시 이 오름까지 와서 물허벅에 물을 길러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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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천 용출 지점.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조천읍 대흘리 지경에 꾀꼬리가 많이 운다는 꾀꼬리오름 북동사면 기슭에도 원물이 솟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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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물(꾀꼬리오름, 보문원).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오름은 높이가 428m로 한라산 방향인 남쪽은 높고, 바다 쪽인 북쪽은 낮게 형성되어 있으며, 말굽형 분화구를 지니고 있다. 오름은 한자명으로 앵악(鶯岳), 앵봉(鶯峰), 보문악(普門岳)으로 표기한다. 산이 거꾸로 누워 있다고 해서 것구리오름(倒轉岳), 원(院)이 있었다고 해서 원오름으로도 부른다. 오름 기슭에서 솟아나는 산물은 원에서 사용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의 원은 동원(보문원)으로 꾀꼬리오름 북쪽에 있었으며,4.3 때 군경 합동 토벌대 주둔소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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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물 용출 지점.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원과 관련하여 원물이라는 산물이 동광리에도 있다. 이 산물은 못에 가까운 산물로, 동광6거리 국영여관인 이왕원이 있었던 원물오름 남측 기슭에 있다. 원물오름(원수악)에서 물이 솟는 흔적을 보고 못을 만들었고, 물이 고여 들게 하여 원에서 이 산물을 사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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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물(원물오름, 이왕원).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원이 있었다고 하여 원물오름이라 했는데, 원수악으로도 부른다. 일설에 의하면 대정원이 제주목을 다녀오다가 이곳에서 물을 마시고 갈증을 풀었다고 하여 원님이 먹은 물 원물, 혹은 원나라가 목장을 설치하여 이 산물을 이용했다고 해서 붙여졌다. 한국전쟁 시에는 모슬포 제1훈련소 훈련병들이 야간 산악훈련을 하기 위한 제1숙영지가 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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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물이 만든 못.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원이란 예전에 관리나 나그네들이 유숙하는 집으로 고려시대에도 있었다. 주로 조선 세조 때부터 공용으로 여행하는 관원을 위하여 역과 역 사이의 중요한 곳에 설치한 국가에서 운영하는 여관이었다. 처음에는 관원만 이용하다가 나중에는 일반 나그네도 이용하였다. 과거 제주에서 관원(館院)은 교통의 요충지로 관은 조천, 영천 둘 뿐이고, 원은 여러 개 있었다고 한다.

원은 경마장 동쪽에 서원인 광제원에서 외도의 수정원(수정사), 엄장의 원(院)-드르로, 동광6거리의 이왕원, 상원(上院:존자암), 중원(中院:법정사). 하원(下院:법화원),  꾀꼬리오름에 있는 동원(보문원) 등이다.

# 고병련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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