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8) 만천하 드러난 국토부 거짓말, 대안 원점 재검토 필요

14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과 관련 ADPi의 용역보고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와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14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과 관련 ADPi의 용역보고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와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말 많던 ADPi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의 결론은 명확했다. 현 제주공항의 보조활주로를 활용하면 국토부가 제시한 제주의 항공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ADPi 보고서’와 관련한 신문·방송사의 보도내용은 보고서 내용과 전혀 다르게 보도되었다. 현 제주공항의 시설개선과 활용으로도 항공수요가 해결된다는 결론이지만 정반대로 현 공항의 활용은 타당성이 없다는 거짓 정보가 기사화된 것이다.

국토부의 끊임없는 거짓말과 여론조작

이러한 가짜뉴스를 만들어 낸 장본인은 바로 국토부였다. 국토부는 사전타당성 용역을 수행한 항공대 컨소시엄 용역진 명의로 ‘ADPi 보고서’와 입장문을 함께 배포했다. 문제는 입장문 내용에 ‘ADPi 보고서’ 주요 내용을 실으면서 국토부 TF팀 등의 의견을 마치 ADPi의 의견인 것처럼 혼동하도록 정리를 한 것이다.

이날 배포된 입장문에는 ADPi 보고서에서 제시한 보조활주로 활용과 관련하여 “보조활주로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은 교차활주로의 용량으로 수요처리가 어렵고 착륙 항공기와 이륙 항공기 동선 충돌 우려 등 관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견 반영”이라고 되어있다. 기자들은 ADPi가 보조활주로 활용으로는 항공수요 처리가 어렵고, 항공기 충돌 우려 등의 의견을 냈고 용역진이 이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하고 기사를 쓴 것이다. 그러나 ‘ADPi 보고서’에는 보조활주로 활용방안에 대해 이러한 부정적 의견은 없다. 속된말로 기자들이 국토부에게 낚인 셈이다.

국토부는 ‘ADPi 보고서’와 관련하여 여론조작에 가까운 거짓 정보제공은 물론 거짓말도 서슴지 않고 해 왔다. 지난 2월 14일 국토부는 제주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DPi의 자료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하도급 자료는 납품의무가 없어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거짓말이었다. 지난 5월 1일 제2공항 사전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 회의에서 ADPi에 연구용역을 맡긴 (주)유신 관계자는 해당 보고서를 국토부에 제출한 후 폐기했고, 국토부 관계자도 보고서를 폐기했다고 답변했다. 국토부는 줄곧 보고서를 받지 않았다는 주장을 해 오다가 3개월 후에는 입장을 바꿔 보고서를 폐기했다는 주장으로 선회했다. 스스로 거짓말을 인정한 것이고, 폐기 주장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달 24일 열린 제주 제2공항 대안모색 토론회에서 남북으로 연결된 현 제주국제국항 보조활주로를 해안으로 연장해 '이륙 전용'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개진됐다. 사진 속 노란 원이 연장 활주로. 사진=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지난 달 24일 열린 제주 제2공항 대안모색 토론회에서 남북으로 연결된 현 제주국제국항 보조활주로를 해안으로 연장해 '이륙 전용'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개진됐다. 사진 속 노란 원이 연장 활주로. 사진=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ADPi 결론은 현 제주공항 활용으로 충분!

그러면 ‘ADPi 보고서’가 뭐기에 국토부는 이처럼 숨기는 것도 모자라 사실 왜곡까지 하는 것일까. 우선 ADPi사의 면면을 보자.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파리공항공단(ADP)이 설립한 자회사로 세계 최고의 공항설계업체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를 맡으면서 많이 알려졌다. 지난 15년간 80여 개국에서 700여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제주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을 총괄했던 김병종 한국항공대 교수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ADPi는 “세계 톱 클래스 업체”라며 ADPi의 능력을 인정한 바가 있다.

ADPi는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에서 현 제주공항의 활용방안 연구를 수행했다. 국토부는 그동안 ADPi는 현 제주공항의 단기 확충방안 연구에 국한되어 있다면서 제2공항의 대안 검토와는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얘기해 왔다. 하지만 ‘ADPi 보고서’에는 고속탈출유도로 확충, 항공기 대기공간 신설, 관제신기술 도입, 관제사 증원 등 단기 확충방안 외에도 평행활주로 신설, 보조활주로 활용 등 제2공항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방안도 검토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ADPi는 보고서에서 자신들이 제안한 몇 가지 권장사항만 시행된다면 보조활주로 활용으로 시간당 최소 60회 운항이 가능해 국토부가 제시한 장래 제주의 항공수요인 여객 4,560만명 수용을 확신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특히 ADPi는 새로운 활주로를 건설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문제지만 보조활주로 활용은 비용이 훨씬 덜 드는 대안이며,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사전타당성 용역진은 제주도나 국토부가 예측하는 미래 항공여객수요를 충분히 수용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ADPi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ADPi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배포한 입장문에서 그 이유로 첫째, 보조활주로 활용으로는 항공수요 처리가 어렵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착륙 항공기와 이륙 항공기 동선 충돌 우려를 제기했다.

첫째, 이유로 든 항공수요 처리가 어렵다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 현재 시간당 35회 운항을 하고 있는 제주공항에서 보조활주로 활용으로 60회 운항이 가능하다는 것이 외국사례에서도 증명되어 충분히 항공수요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항공기 충돌 우려 역시 논리가 약한 주장이다. 교차활주로 운영은 외국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사례이다. 비슷한 사례에서 안정적으로 활용되고 있는데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국내 적용이 불가하다고 판단한 것은 의도적인 배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공항확충 대안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도민사회의 숱한 공개요구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거짓말까지 하면서 ‘ADPi 보고서’를 꽁꽁 숨겨놓았던 이유가 확인되었다. 현 제주공항 활용으로도 장래 항공수요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큰 비용과 도민갈등을 유발하면서 제2공항을 짓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사실관계가 분명히 확인된 만큼 앞으로의 과제는 지금까지의 잘못된 절차와 결과를 정리하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으로 제주의 적정 항공수요를 산출하여 이에 맞는 수요관리정책을 우선 수립해야 한다. 공항확충이 필요한 경우에는 두 개의 공항이 아니라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적용해야 한다. 이제 우리 모두가 알게 된 대안 말이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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