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검토위 도민토론회 개최...항공수요 예측-ADPi 보고서 논란 쟁점

제주 제2공항 관련 도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개토론회가 열렸지만, 정부와 제2공항 반대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채 시종 평행선을 그었다. 제주 항공수요 예측과 최근 논란이 됐던 ADPi 보고서의 타당성 등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양 측의 입장차만 재확인됐다.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위원장 강영진)'는 15일 오후 2시 30분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도민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 제2공항 입지서정 타당성 검토위원회 주최 공개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문상빈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홍명환 제주도의회 의원, 박영환 한국항공소음협회 회장, 송기한 한국교통연구원 본부장, 이제윤 한국공항공사 신공항계획팀장, 전진 국토교통부 신공항기획과 사무관(왼쪽부터).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 입지서정 타당성 검토위원회 주최 공개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문상빈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홍명환 제주도의회 의원, 박영환 한국항공소음협회 회장, 송기한 한국교통연구원 본부장, 이제윤 한국공항공사 신공항계획팀장, 전진 국토교통부 신공항기획과 사무관(왼쪽부터). ⓒ제주의소리

강영진 검토위 위원장이 좌장으로 나선 가운데 정부측 인사에는 전진 국토교통부 신공항기획과 사무관, 송기한 한국교통연구원 본부장, 이제윤 한국공항공사 신공항계획팀장이, 반대측 인사에는 문상빈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박영환 한국항공소음협회 회장, 홍명환 제주도의회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제주공항 항공 인프라 확충과 관련한 수요 예측의 적절성 △ADPi 자문보고서 관련 은폐 의혹과 현 제주공항 활용 방안 등의 대주제를 설정하고 찬반 패널 간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 제주공항 수요...반대측 "뻥튀기 수요 예측" VS 정부측 "지침에 따랐을 뿐"

첫번째 의제로는 제주공항 항공 인프라 수요 예측과 관련한 적정성 여부가 다뤄졌다.

홍명환 의원은 "제주 항공수요 예측이 시기에 따라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사전타당성 용역의 경우 2030년 제주 항공 수요가 4320만명이 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최근 발표된 기본계획 중간보고서에는 같은 시기 3590만명으로 예상했다. 10년 후를 예상하는데 무려 1000만명 이상의 차이가 난 것"이라며 "항공 수요 용역이 속된 말로 '뻥튀기'됐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5년 내 수요 예측은 (±)15~20%의 오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15~20년 후를 예측한다는 것은 (±)70% 이상 오차가 발생한다는게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제2공항 용역만 하더라도 사전타당성 용역, 예비타당성 용역, 기본계획 용역을 거치며 수요 예측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지 않나"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문상빈 위원장도 "사전타당성 용역 보고서 현 제주공항 확장 대안이 3가지로 제시됐는데 모두 한 해 23만6000회의 비행이 가능하다는 안을 냈다. 당시 평균 탑승객 수 153명을 곱하면 3600만명이 넘는 수요를 수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그렇다면 현재 기본계획 용역에서 연구진이 발표한 예측 수요인 3890만과 200만명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200만명의 수요 때문에 제2공항을 지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발생하게 된다"고 의견을 보탰다.

문 위원장은 "제주공항 확충 대안이 폐기된 것은 제주의 항공 수요가 '4500만명'이 될 것이라는 대전제 때문이었다"며 "수요 예측은 편차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500만~1000만 정도의 편차 기준을 놓고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는데 4500만이라는 기준으로만 대안을 내놓았기 때문에 나머지 안이 폐기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15일 오후 2시30분 제주벤처마루 10층 회의실에서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검토위원회 주최로 열린 도민 공개토론회. ⓒ제주의소리
15일 오후 2시30분 제주벤처마루 10층 회의실에서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검토위원회 주최로 열린 도민 공개토론회. ⓒ제주의소리

이와 관련 정부측 송기한 본부장은 "항공 수요 예측이란 비단 공항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분야의 경우도 오차도 크고 공격도 많이 받는다. 그렇다고 앞으로의 방향을 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요 예측이 없을 수는 없다"고 전제하며 "과거에도 의심도 많이 받고 공격도 많이 받으면서 생긴게 '지침'과 '룰'이다. 항공 수요 예측을 철저하게 정해진 지침에 따라 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송 본부장은 "분석하는 전문가 입장에서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연구해보고 싶겠지만 정해진 룰을 벗어나면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침대로 수요 예측을 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사전타당성 용역에서 끝낸 것이 아니고 예비타당성 용역, 기본계획에서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한 상황을 반영해 수요 예측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윤 팀장은 "(현 제주공항 확충 대안은) 공항 탑승객을 맥시멈으로 잡은 수치인데, 현재 제주공항은 이미 정상적인 공항이 아니다. 보통 일반 공항의 경우 탑승율이 80%대를 넘어가면 공항 확장을 계획하게 되는데, 실질적으로 현재 탑승율 88%인 제주공항과 같은 사례는 정상적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도민들이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측의 박영환 회장은 "수요 예측이 편차가 있다면 여러 전문가의 분석을 통해 범위를 정하고, 만약 수요 예측량이 3200만명부터 4200만명이라고 하면 그 안에 해당되는 안을 검토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 것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처럼 용역진이 '4500만'이라는 기준을 세운 것은 문제가 있다"며 "여러 안을 평가한 후에 그 과정에 대한 검증이 있다면 굳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더라도 명쾌히 해결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피력했다.

정부측 전진 사무관은 "국책사업을 수행하는 이유는 편리하고 안전한 교통 인프라 시설이 목표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수요 관리보다 모든 국민들이 하늘길을 운영할 수 있게 인프라 확충 공급 차원에서 접근하는게 우선"이라며 "이 공급이 확정됐을 경우 정책적인 부분으로 단계별 건설이나 공항으로 인해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정책 연구를 통해 충분히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5일 오후 2시30분 제주벤처마루 10층 회의실에서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검토위원회 주최로 열린 도민 공개토론회. ⓒ제주의소리
15일 오후 2시30분 제주벤처마루 10층 회의실에서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검토위원회 주최로 열린 도민 공개토론회. ⓒ제주의소리

◇ ADPi 보고서 논란 "제주공항 활용해야" VS "기술적 불가능"

두번째 의제로는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사(ADPi)의 용역 보고서에 대한 은폐 논란과 ADPi가 제시한 '현 제주공항 확충' 방안의 실현 가능성 등이 도마에 올랐다.

문상빈 위원장은 "처음에 국토부와 유신(사전타당성 용역 수행사)은 ADPi 보고서를 폐기했다고 했다. ADPi 보고서가 공개된 것은 유신이 ADPi쪽에 이메일을 통해 받았다고 했는데, 이메일 한 통으로 받을 수 있었던 보고서가 왜 반 년 넘게 드러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국가 세금으로 1억3000만원 가까이 비용을 들여 연구한 용역을 왜 아무데도 남기지 않고 폐기를 했나. 보안 규정 근거가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다"고 질문했다.

답변에 나선 전진 사무관은 "ADPi 보고서의 성격은 '최종 보고서'가 아닌 '하도급 보고서'다. 원도급 업체인 한국항공대 컨소시엄과 ADPi 사이에서 계약을 한 것"이라며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과업 지시서에서 국토부가 받아야 할 보고서는 착수, 중간, 최종보고서 등 3부다. ADPi 보고서는 우리에게 납품할 이유가 없었던 자료"라고 답했다.

전 사무관은 "과업 지시서에서 착수, 중간, 최종보고서 외의 자료는 모두 폐기하도록 돼있었지만, 검토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ADPi 보고서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유신 측에서 별도로 ADPi에 요청한 것이고, ADPi가 공개해도 된다고 회신이 오자마자 공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영환 회장은 "ADPi 보고서를 확인해 본 결과 내용을 보니 '국토부가 숨길 수 있었겠다'는 의심이 다시 들었다. 남북 활주로 활용하는 방안 등 보고서에는 여태까지 한 번도 얘기하지 않았던 방법들이 포함돼 있었다"며 "ADPi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의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회사다. 그 자문서를 만드는데 국민 예산 1억원 이상이 들어갔다면 일반적으로 보고서 내용이 어떠했는지가 나왔어야 했다"고 반박했다.

15일 오후 2시30분 제주벤처마루 10층 회의실에서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검토위원회 주최로 열린 도민 공개토론회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15일 오후 2시30분 제주벤처마루 10층 회의실에서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검토위원회 주최로 열린 도민 공개토론회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ADPi 보고서의 주된 내용인 현 제주공항 확충 가능성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오갔다.

이제윤 팀장은 "ADPi 보고서의(남북 보조활주로 활용) 대안은 탈락한 이유가 있었다. ADPi가 실질적으로 항공 용량 등의 부분은 신경써서 연구했지만, 기존공항의 소음이 어떻게 되는지 등의 연구는 없었다"고 했다.

또 "보조활주로를 이용하면 항공 수요 처리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제주공항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보잉 737-800, 737-900 등의 경우 항공기만 뜨고 내린다면 모를까 최대 이륙중량으로 계산하면 현 활주로 길이는 모자라다. 제주 같이 비와 눈이 많이 오는 날씨는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상빈 위원장은 "ADPi의 연구는 소음 피해 주민 등 감안한 것이 아니라 학술적·기술적으로 아이디어를 받자고 했던 것이다. ADPi 역시 정확하게 용량에 근거해 현 제주공항 활용 방안을 제시했던 것이고, 어레스트 공법 등 활주로 연장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공법을 도입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 위원장은 "ADPi의 제안이 아주 비현실적인 안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안이라는 것이다. 이 안을 통째로 없앤 것은 ADPi가 아닌 기존 사전타당성 연구진인 항공대와 유신"이라고 지적했다.

1시간 30여분에 걸쳐 진행된 패널 토론 직후에는 사전에 제출된 객석의 질문에 답하는 순서가 진행됐다.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린 토론회 중간중간에는 객석에서 간헐적인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날 오전 3차 회의를 가진 검토위는 도민 공개토론회 의견을 수렴해 4~5차 회의에서 최종 권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여전히 양 측간의 입장을 좁히지 못해 권고안이 마련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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