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제출 앞서 주민투표 실시 여부 놓고 “힘 받을 것” vs “오히려 걸림돌” 신경전

‘행정시장 직선제’ 제도개선 과제 입법화를 위한 동력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할지 여부를 놓고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서로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이른바 ‘폭탄 돌리기’ 성격이 짙다.

제주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위원장 김경학)는 16일 제주도가 행정시장 직선제 개정건의 관련 주민투표 실시 여부에 대한 의견을 요청하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당초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4월 중에 상설정책협의회를 열어 주민투표 실시 여부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협의회 개최가 연기되면서 제주도는 지난 4월22일 공문을 통해 도의회의 의견을 요청하자 이날 간담회를 개최하게 됐다.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은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면서 주민들의 행정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풀뿌리 민주주의’가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에 따른 대안으로 추진됐다.

기초자치 부활, 읍면동 자치 실시 등도 대안으로 제시되긴 했지만,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토론회와 여론조사 등을 통해 권고한 ‘행정시장 직선제’가 대안으로 채택돼 추진되고 있다.

앞서 제주도의회는 제주도가 지난해 12월 제출한 제주특별법 제도개선 과제(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해를 넘겨 지난 2월 임시회에서 가결한 바 있다.

문제는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과 관련한 주민투표 실시 여부. ‘행정시장 직선제’ 입법화를 위해 주민투표를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주도는 특별자치도 출범에 앞서 주민투표를 통해 현행 행정체제를 도민들이 선택한 만큼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도 이에 준해 주민투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국회 입법과정에서 주민투표를 통해 도민의견이 집약될 경우 입법화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반면 도의회는 주민투표가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칫 투표율이 낮아 투표함을 개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제도개선 자체가 ‘올 스톱’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간담회가 끝난 뒤 김경학 운영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도의회는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처리한 것으로 역할은 다 했다”면서 “어차피 도에서 의견 요청을 해왔기 때문에 (주민투표 실시에 대한) 가·부가 아닌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는 제주특별법 제도개선 과제(행정시장 직선제) 추진에 따른 주민투표 실시 동의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동의안이 처리되려면 재석의원 과반수 이상 투표에 과반 이상 찬성해야 한다. 만약 주민투표 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의회에서 ‘주민투표 반대’ 의견이 오면 사실상 동의안 제출은 힘들지 않겠느냐. 제출하더라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4월 상설정책협의회에서 협의하기로 했다가 연기됐기 때문에 의견을 요청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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