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위원회, ‘시설관리공단 설립추진’ 현안보고…4개 사업 적절성 및 속도조절 주문

제주도 시설관리공단 조감도. ⓒ제주의소리
제주도 시설관리공단 조감도. ⓒ제주의소리

연내 설립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인 제주도 시설관리공단 설립작업이 번갯불에 콩 볶듯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용 절감과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설립취지를 벗어나 막대한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성균)는 5월20일 제372회 임시회를 속개해 제주도로부터 ‘시설관리공단 설립 추진’에 따른 현안보고를 받았다.

제주도는 5월 중에 시설관리공단 설립 타당성검토 용역 최종보고회(23일)와 주민공청회(24일)를 개최한 뒤 6월말까지 행정안전부와의 협의를 마치고, 7월에는 관련 조례(안)를 제주도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설립 절차를 연내에 마무리, 내년 1월부터는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환경기초시설 △하수처리시설 △공영버스 △공영주차장 등 4개 사업부분을 맡게 된다.

왼쪽부터 홍명환, 강철남, 김황국 의원. ⓒ제주의소리
왼쪽부터 홍명환, 강철남, 김황국 의원. ⓒ제주의소리

홍명환 의원(이도2동갑, 더불어민주당)은 “시설관리공단은 향후 행정의 대단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다. 기대도 크지만 우려도 많다”면서 “처음에는 호랑이를 그릴 것처럼 하다가 고양이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문화, 체육, 관광시설은 다 빠지면서 환경관리공단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또 “하수분야는 공단으로 떠넘겨버리고, 행정에서 생색낼 수 있는 항만과 장묘시설은 움켜쥐겠다는 의미 아니냐”며 과업지시서에 제시됐던 사업분야 중 항만과 장묘시설이 빠진 이유를 추궁했다.

강철남 의원(연동을, 더불어민주당) 역시 “기대도 있지만 우려스러운 부분이 더 많다”면서 “내년 1월부터 운영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설립 과정에서 의회에서 의견을 제시할 공간이나 시간이 전혀 없다.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강 의원은 또 “경영본부까지 포함할 경우 도에서 주장하는 비용절감 효과는 거의 없거나 오히려 더 늘어난다”면서 “이에 대한 검증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황국 의원(용담1․2동, 자유한국당)은  제주도가 공단설립 이유로 꼽은 ‘비용절감’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공단 사업분야에 문화, 체육, 관광, 교육관련 시설은 다 빠졌다”면서 “당초 공단설립이 검토됐던 이유는 민간위탁이 늘면서 매년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부분들이 전부 빠졌다. 설립 취지를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기존 종사자들의 고용승계는 어떻게 할지, 도가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공단이 당초 설립취지인 비용절감은 커녕 오히려 ‘돈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왼쪽부터 정민구, 좌남수, 현길호, 강성균 의원. ⓒ제주의소리
왼쪽부터 정민구, 좌남수, 현길호, 강성균 의원. ⓒ제주의소리

정민구 의원(삼도1․2동, 더불어민주당)은 <시설관리공단 공무원 이동 ‘뜨거운 감자’> 언론보도를 인용하면서 “관련 부서, 직원들과는 얘기를 해봤느냐”면서 “7월에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하면서 이런 문제도 정리하지 않고 가능한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좌남수 의원(한경․추자, 더불어민주당) 역시 “제주도가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며 ‘속도조절’을 강하게 주문했다.

좌 의원은 “지금 제주도는 최종보고회와 공청회, 검토위원회, 조례 입법예고까지 5월말에 끝내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지금 의회 앞에 (소각장 관련) 농성천막이 쳐졌다. 왜 가만 있는 도민들에게 갈등을 유발시키느냐”고 질타했다.

좌 의원은 특히 ‘하수분야’와 관련해 “경비절감도 중요하지만, 하수문제 때문에 건축허가가 제한받고 있는 현실을 알고 있느냐”면서 “도에서 직접 해도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는데, 공단에서 하면 나아진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추궁했다.

현길호 의원(조천읍, 더불어민주당)도 “하수도, 쓰레기, 교통문제 등 제주의 가장 큰 현안들이 전부 공단으로 간다. 이들은 정책결정이 필요한 사업인데, 공단에서 그렇게 중요한 정책결정을 할 수 있다고 보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도에서 정책결정하고 실행까지 했는데도, 지금의 사달이 났다. 공단을 설립한다고 해서 나아질 것으로 보느냐”고 따져 물었다.

현 의원은 특히 김창세 공단설립추진단장에게 “밖에서는 공단이 설립되면 임원으로 누가 갈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다”면서 “만약 공단이 설립되면 거기로 갈 의향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창세 단장은 “아직까지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성균 위원장(애월읍, 더불어민주당)은 공단 사업에 포함되지 않은 ‘상수도’와 관련해 “하수도는 포함됐는데 왜 상수도는 포함되지 않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공단을 설립한다고 하면서 상수도는 왜 뺐느냐”고 추궁했다.

특히 “현재 누수율이 54%나 된다. 책임성,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라도 (상수도 사업이) 공단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제주도가 유수율을 85%까지 끌어올리려면 전문가들이 전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상수도사업의 공단 이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김현민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정책결정은 기본적으로 도에서 하고, 공단은 실행하는 구조”라며 “공단을 설립하려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주민의 편의와 복리증진에 있다”고 말했다.

공공서비스의 질과 관련해서는 “제주도에서 할 때는 순환보직제에 의한 잦은 인사이동으로 전문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없었다. 업무의 연속성이 끊기다보니까 개선방안을 마련하는데도 한계가 있었다”며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공단을 설립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공단설립을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타 시도 사례들을 파악하면서 7~8월에 시작하다보면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연도가 시작하는 시점에 맞춰 1월에 설립하려는 것”이라며 “목표는 내년 1월이지만 하다보면 다소 늦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하나하나 점검을 하면서 조금 늦어지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용역 중간보고에서 제시된 시설관리공단 조직은 이사장, 2본부(경영본부, 환경하수본부), 안전감사실, 14개 팀으로 구성된다.

인적구성은 사업부서 1040명, 경영지원 39명, 이사장과 본부장 등 임원 3명으로 총 1082명이다. △공영버스 289명 △주차시설 100명 △환경시설 459명 △하수도시설 192명이 각각 배치된다.

만약 시설관리공단이 설립되면 단숨에 제주 최대 공기업이 된다. 현재 제주도개발공사는 865명, 제주관광공사는 203명, 제주에너지공사는 5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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