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 정기로 인(仁)과 덕(德) 지닌 바람 같은 산물 
봉황 정기로 인(仁)과 덕(德) 지닌 바람 같은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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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의 산물] 125. 추자도 젯샘

섬 속의 섬인 추자도(楸子島)는 44개의 유·무인도가 모여 있는 군도(群島)의 형국이 바다 가운데 가래나무(楸)의 열매를 흩뿌려 놓은 것 같다는 데서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후퐁(候風)도 혹은 주자(舟子)도로 불리던 섬이다. 

후풍도는 고려시대 삼별초와 관련한 지명이다. 바람 부는 방향을 살피는 섬이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세종실록지리지>에서 주자도는 위치를 헤아리는 표도지로 이용됐다는 뜻에서 붙어진 이름이라 한다. 나주, 해진, 강진으로 출발하는 바닷길로 3일 밤낮이 걸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상·하추자도란 지명을 쓰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 때부터이다.

조선시대에는 정배지 또는 유배지로 이용되었던 추자도는 사람들 대부분이 신도(身島)인 상추자도와 별도(別島)라 했던 하추자도에 모여 산다. 그러나 이 섬에는 산물이 없어 천수(天水)라는 빗물에 의존해야 하는 척박한 땅으로 과거부터 물이 귀한 섬이었다. 그래서 하추자도인 묵리에 ‘도깨비물둠벙’이란 지명이 있듯이, 둠벙(물웅덩이)에 물이 고이면 풍년이 들고 바싹 마르면 흉년이 든다는 전설이 구전될 정도로 빗물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고된 삶을 탈피하기 위해 마을사람들은 서로 합심하여 우물을 파야 했다.

추자도에는 메주박샘, 공구릿샘, 아래미샘, 웃녀케샘, 가운데샘 등 마을마다 큰샘을 중심으로 산물 대용 우물을 많이 팠다. 빗물을 집수 형태로 모아 사용했던 물통도 많았다. 그러나 물맛이 나쁘고 쉽게 고갈되며 변질되는 등이 문제가 있었다. 인공적으로 판 마을의 우물들은 대부분 일제강점기 때 등장했고, 인공적으로 판 우물을 ‘샘’이라 지칭한다. 지금은 지표수를 모으는 상수원을 개발하여 안정적으로 물 공급을 하고 있다.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인력으로 판 우물 (메주박샘).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최영 장군의 사당이 있는 대작지(大作之) 또는 큰짝지라 했던 상추자도 대서리 봉골레산의 북쪽 경사면에서 솟는 산물이 있다. 이 산물은 섬에서 가장 오래된 산물로 추정되는 젯샘으로 ‘젯’은 ‘제사’의 함축된 말이다. 제를 지낼 때 쓰는 산물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추자초등학교에서 북서쪽으로 봉골레산 정상으로 가는 삼거리 동쪽 바다 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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젯셈.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최영 장군 사당은 도지정기념물 제11호(1971년 지정)이다. 묵호의 난 때 심한 폭풍으로 이곳에서 후풍을 하면서 장군은 사람들에게 그물 만드는 법과 고기를 잡는 기술을 가르쳤다고 알려진다.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사당을 지어 장군을 기리고 풍어를 빌고자 매년 7월 15일(백중날)과 12월말에 두 번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지금은 매년 봄, 가을에 봉향한다고 안내 표석에 쓰여 있다. 현 사당은 1974년에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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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장군 사당.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젯샘은 고려시대 후기 혹은 조선시대 전기에 만들어진 우물 형식의 사각 물통 수리시설로 보인다. 전에는 시멘트로 물통을 만들어 가뭄이나 마을에 물이 모자랐을 때 공동식수로 이용했으나, 지금은 재 복원·개수하여 산물 일대를 작은 쉼터 겸 약수터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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젯샘 쉼터.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산물은 최영장군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산물이다. 인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보통 때는 이 물을 쓰지는 않지만 최영 장군 사당에서 제를 지낼 때는 반드시 이 물을 길어다 썼다고 한다. 특히 집에서 제를 지낼 때는 이 산물을 길어다 쓸 정도로 섬을 지키는 신앙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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젯샘 물통 내부.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대서4길에 직경 1.3m, 깊이 8m 정도의 큰샘이란 우물이 있다. 우물 안내판에는 '1900년 말경 축조, 물맛이 좋고 최영장군 사당제(祭)로 사용되던 샘'이라고 적혀있다. 그래서 마을 주민에게 ‘사당에서 젯샘의 물을 사용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 주민은 이 샘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사람들이 판 우물이라고 답했다. 사당에서 젯샘까지 멀고 험해서 물을 길러 오는데 애로사항이 많아 우물을 만든 후부터 이 물을 사용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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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샘(대서리).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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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샘 물통 내부.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봉황의 수컷(鳳)이 산다는 봉골레산(鳳頭山), 표고 85.5m에서 솟아나는 젯샘은 용과 학이 교미하여 낳은 상서로운 신성한 하늘 새 '봉황'의 정기가 가득하고, 인과 덕이 있는 바람 같은 산물이다. 그래서 이 산물은 봉황의 마신다는 예천(醴川, 甘泉)이 되기 충분하다. 예천(醴川, 甘泉)은 나라가 평안하면 단물이 솟는다는 상서로운 땅의 샘을 말한다.

 

# 고병련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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