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시선] 소송으로 맞선 대기업 계열사 ‘유감’...상생 의미 되새겨야

제주도를 상대로 ‘렌터카 운행제한 공고처분 등 취소소송’을 제기한 일부 업체들의 행태는 이기적이다 못해 이율배반적이다. 더구나 대기업 계열사들이 소송을 주도하고 있다니 말문이 막힌다. 도대체 그들에게 공존, 상생이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심하게 말해 ‘고통 분담’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소송에는 129개 업체(영업소 포함) 가운데 5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총대를 멘 모양새다. 사유재산권 침해, 다른 지방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들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대다수 업체들이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다. 눈 앞의 이해 보다는 미래를 위해 렌터카 수급조절(렌터카 총량제)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당장은 차량 대수를 줄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그게 업계가 살 길이라는 대승적 결단이 녹아 있다. 

그만큼 지금 제주는 상황이 심각하다. 

우선 차량이 무섭게 늘어나고 있다. 2013~2017년 4년동안 33.4% 증가했다. 같은기간 렌터카는 95.5%나 늘었다. 2013~2018년 자동차 등록대수 연평균 증가율은 6.38%이었으나, 렌터카는 15.2%로 갑절 이상 높았다. 

도로 정체는 만성화됐다. 제주공항과 신제주를 잇는 도령로의 경우 일중(日中) 통행속도가 시속 19.3km(2016년 6월 기준)인데 반해 서울 도심은 19.6km(2015년 6월 기준)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일부 구간이기는 하나 서울 보다도 느려터진 셈이다.    

아니나다를까 출·퇴근 시간대에는 어느 도로를 가나 숨이 턱 막힐 지경이다. 그럴 때면 여기가 서울인가 싶다. 약속시간에 맞추려면 과거 보다 30분 쯤은 더 일찍 집을 나서야 한다.  

렌터카 증가는 주차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관광객들은 아무래도 제주 도로가 생소하기 마련이다. 내비게이션이 있다고는 하나 충분치 않다. 렌터카가 늘어나는 만큼 교통사고도 급증했다.  2011년과 비교해 2016년 렌터카 교통사고는 122%나 늘었다. 사상자는 45% 증가했다. 

과당 경쟁에 따른 폐해도 만만치 않다. 

제살깎기식 출혈경쟁으로 이용료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졌다. 업체는 덤핑에 따른 부담을 덜기위해 차량 보험료 및 공항 주차료를 이용객에게 전가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사회적 비용은 또 어떤가. 관련 연구가 있다. 제주도가 실시한 ‘차량증가에 따른 수용능력 분석 및 수급관리 법제화 검토’ 최종보고서가 2018년 1월에 나왔다. 보고서는 2016년 교통혼잡비용을 4285억원으로 분석했다. 9년 후인 2025년에는 그 비용이 6561억원으로 5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025년 렌터카는 5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물론 제주도가 수급조절에 나서기 전 분석이다.

렌터카 총량제는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했다. 느닷없이 시행된 게 아니었다. 6개월의 경과 규정을 두고, 자율 감차를 유도했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은 시책에 부응하기는 커녕 오히려 기습 증차를 시도했다. 총량을 넘기지 않기 위해 서둘러 자회사를 차리는 꼼수도 동원했다. 

렌터카 총량제가 시행된 것은 2018년 9월21일. 제주도지사에게 렌터카 수급조절 권한을 부여하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그해 2월28일이다. 

제주도는 일부 업체가 끝내 감차에 응하지 않자 올해 5월9일 운행제한 공고를 냈다. 

일부 업체들은 렌터카 총량제로 생존 위기를 맞았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도리어 기회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18년 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제주특별법 개정안 심사보고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보고서에는 렌터카 총량제가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제한함으로써 기존 사업자들의 이익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나와있다. 기득권을 보호해주는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다른 지방과의 형평성 문제는 논할 계제가 아니다. 섬이랑 육지부랑 비교하잔 말인가. 

오롯이 렌터카 업계만 부담을 지라는 것도 아니다. 오는 7월1일 부터는 차고지 증명제 전면 시행으로 도민들도 고통을 짊어지게 된다. 차고지가 없으면 차량 신규 등록은 물론 이전 조차 불가능한 이 제도는 아직 시행 전이어서 그렇지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그럴 정도로 현재 제주도의 교통·도로·주차 사정은 말이 아니다. 

이 모든 노력들은 궁극적으로 환경 오염으로부터 청정 제주를 지켜내자는 것으로 귀결된다.   

지난해 우리는 지구를 살리자는 범 지구적 합의가 미국에 의해 깨진 상황을 목도했다. 그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 비준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탈퇴를 선언해 버렸다. 협약이 발효된 게 2015년 11월 14일이었으니 조금 비약하면 잉크도 채 마르기 전이었다. 

명분은 거창했지만, 실은 자기(미국)만 살자는 것이었다. 

무려 196개국, 사실상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참여한 협약의 골자는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수단을 제시한 것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탄소배출 총량제는 그저 ‘일자리 죽이기’였다. 자국 경제를 위해 지구에 닥친 재앙을 외면했다.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한 덕분에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된 국가로서 비난받아 마땅했다. 

그런 미국 역시 겉으로는 지구를 살리자고 부르짖고 있을 터.  

차량 대수로도 압도적인 대기업 계열사들에게 ‘트럼프식 인식’이 깃들어있지 않기를 바란다. <논설주간/ 상임이사>

* 소리시선(視線) /  ‘소리시선’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