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문화예술포럼 “이해 못할 K부읍장 갑질로 보조금 못받아” 분통...부읍장 “예산 이해 착오” 해명

[기사 수정 : 5월 24일 오전 8시 37분] 제주시 조천읍 주민들이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 사업이 논란에 휩싸였다. 정상적이라면 1월에 시작했을 조천문화예술포럼(대표 고경환)의 예술 교육 사업이 한 해 절반이 지나도록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좌초 상태다. 포럼 측은 “조천읍 K모 부읍장이 갑질을 부리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당사자인 K부읍장은 “사업 예산을 이해하는데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조천문화예술포럼은 2017년 결성한 주민 모임이다. 조천읍의 ‘문화 예술’ 소외 현상을 해결하고자 결성과 함께 ‘예술공감 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지역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 영화, 미술, 음악 등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주민참여예산이 전반적으로 시설사업 위주로 흘러간다는 비판 여론 속에 예술공감 마을 프로젝트는 2017년 첫 공모에서 ‘우수사례발굴’로 선정될 만큼 호평을 받았다. 올해 적용되는 지난해 공모에서도 성공적으로 최종 심사를 통과했다.

지난해 조천문화예술포럼 '예술공감 마을 프로젝트' 영상 수업 모습. ⓒ제주의소리
지난해 조천문화예술포럼 '예술공감 마을 프로젝트' 영상 수업 모습. ⓒ제주의소리

그러나 연초부터 참가자 모집 등 사업 준비로 바빠야 할 예술공감 마을 프로젝트는 어찌된 일인지 5월 말이 되어도 조용하기만 하다. 조천읍이 사업 예산(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예술공감 마을 프로젝트 총 예산은 자부담 10% 포함 9400만원이다.

포럼 측은 조천읍 K부읍장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며 보조금 지급을 미뤄왔다고 주장한다. 최종 심사 과정인 제주도의 주민참여예산위원회까지 통과했는데도 ‘사업 내용을 내(부읍장)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업계획서를 다시 작성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고경환 포럼 대표는 “올해 초 보조금 교부 신청을 해도 진척이 없어 2월 27일 부읍장과 면담을 가졌다. 부읍장은 ‘기존에 제출한 서류는 예산 확보를 위한 것이다. 새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하라. 그렇지 않으면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놨다”고 밝혔다. 

고 대표에 따르면 부읍장은 ▲연극 수업 횟수를 28회로 정한 이유 ▲강사 인건비 책정 근거 등을 개선 사항으로 꼽았다. 고 대표는 “부읍장에게 '연극 같은 예술 수업을 28번이나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전문 예술강사에 대한 비용이 터무니없는 인건비'라는 취지의 말까지 들었다"며 "수업 일정은 단계 별 1년 과정을 고려해 정한 것이다. 연극, 음악, 영상, 미술 등 모든 수업을 합하면 당연히 수업 횟수는 크게 늘어난다. 인건비는 제주도 인력개발원의 강사비 기준에 따라 책정했다”고 반박했다.

또 “농사짓는 바쁜 와중에도 지역의 문화 예술 발전을 위해 시간을 쪼개서 준비했다. 제주도 심사까지 거쳐 확정된 예산을 본인 기준에 따라 재단하는 행태는 무례한 행동이자 갑질이나 다름없다. 문화 예술에 대한 몰지각함을 실감했다”고 꼬집었다.

부읍장은 직전 건설 부서에서 근무하다 올해 1월 조천읍으로 자리를 옮겼다. 포럼은 면담 이후 다른 직원과 몇 차례 협의를 거쳤지만 부읍장은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 부당한 요구를 도저히 따를 수 없고, 시간마저 상당히 지체되면서 포럼은 현재 내부적으로 ‘사업 포기’ 의사를 굳힌 상태다.  

이에 대해 K부읍장은 “면담 과정에서 다소 트러블이 있던 것은 사실인데 착오가 있었다. 예술공감 마을 프로젝트는 최초 사업 신청 시 예산이 1억 600만원이었는데 인건비가 삭감돼 최종 통과될 때는 9400만원이었다. 왜 삭감됐는지 이유를 나도, 담당자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업 예산이 줄어든 이유를 몰랐다는 부읍장의 해명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제주도는 주민참여예산 사업을 읍면동, 행정시, 제주도까지 세 번에 걸쳐 심의한다. 예술공감 마을 프로젝트는 지난해 제주시 심사에서 9400만원으로 조정됐는데, 당시 심사 현장에는 조천읍 직원과 주민자치위원이 동석했다. 부하 직원까지 참석해 일찌감치 결정된 사안을 부읍장과 담당자가 몰랐다는 해명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지난해 예술공감 마을 프로젝트 수업 모습. ⓒ제주의소리
지난해 예술공감 마을 프로젝트 수업 모습. ⓒ제주의소리

더욱이 조천읍이 사업 기간을 조정해서 추진하자는 의견을 지난 4월 포럼 측에 전달한 사실을 두고, ‘불이익’을 고려한 뒷수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제주도 주민참여예산 운영 계획’에 따르면 당해 연도 편성된 예산이 이월·불용될 경우, 해당 부서(읍면동)는 페널티를 받는다. 제주도 관계자는 “페널티가 내려진 읍면동은 다음해 주민참여예산 사업 전체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부읍장은 “그런 부분(페널티) 때문에 포럼에게 사업 계획 변경을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 대표는 “1년 일정으로 계획한 프로그램은 모두 어그러졌다. 내년 사업 공모도 신청해 4년 장기 프로젝트를 밟아나갈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공모도 포기했다. 조천읍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하거나 재발 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부하 직원에게 물어보거나 제주시 부서에 전화 한 통이면 충분히 확인할 사안을 '미처 몰랐다'고 외면하고, 문화 예술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아집까지 더해 수 개월 간 보조금 지급이 막아버린 사연. 결국 지역을 예술로 변화시키겠다는 조천읍 주민들의 의지마저 꺾어버리면서, 꽉 막힌 행정이 주민참여예산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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