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5. 법으로 정한 노동자 권리 '휴가' 그러나 현실은?

매일같이 출근하는 노동자의 삶에서 ‘출근’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겁고 힘든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일을 하며 느끼는 노동의 보람은 논외로 하고 말이다. 노동자가 출근의 무게를 벗어나는 날인 휴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매달 노동 상담의 유형별 통계를 내는데 이번 달에는 유독 연차 휴가와 관련된 상담이 많다. 본인의 연차 개수가 몇 개인지 묻는 일반적인 상담부터, 연차를 사용했는데 상사가 카톡으로 업무를 지시한 사연, 회사에서 노동자에게 연차를 억지로 쓰게끔 했다는 사연, 또 연차를 쓰지 못하게 한다는 사연 등이 동시에 몰렸다. 과연 연차 휴가는 무엇인가?

휴일과 휴가의 차이 

근로기준법은 주 1회 부여하도록 하는 주휴일 제도와는 별도로, 1년 단위의 ‘연차유급휴가’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휴일과 휴가는 언뜻 비슷해보여도 법률상 다른 의미를 갖는다. 주휴일, 공휴일 등의 휴일은 애당초 노동자의 ‘근로 제공의 의무가 없는 날’이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1년 치의 휴일은 사전에 예상되는 경우가 많으며 그날을 기준으로 여러 계획을 세운다. 

반면 휴가는 ‘본래 일을 하는 날 임에도 불구하고 휴가를 사용한 날’이다. 휴가를 사용함으로써 노동자는 근로 제공 의무가 없어진다. 휴가의 종류에 따라 여름 휴가, 출산 전후 휴가, 배우자 출산 휴가 등 다양한 휴가가 존재하지만 오늘은 최근 상담이 많았던 연차 휴가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려한다. 

연차 휴가는 유급 휴가이기 때문에 근로 제공이 없더라도 사용자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노동자는 휴가를 사전에 계획해 사용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용무의 발생으로 급하게 사용할 수도 있다. 노동자의 휴가 사용으로 인하여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휴가의 시기는 노동자가 결정하도록 되어있다. 

법률상 연차 유급 휴가 제도의 주요 골자는 1년에 80% 이상 출근한 노동자에게 근속 연수에 따라 1년간 최소 15개부터 최대 25개까지 유급 휴가를 부여하라는 것이다. 입사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노동자의 경우에는 1개월을 만근하는 경우, 다음 달에 하루의 유급 휴가를 부여하도록 한다. 이렇게 발생한 연차 휴가는 발생 후 1년간 사용할 수 있으며, 노동자가 연차를 모두 소진하지 못한 경우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노동자의 쉴 권리…, 그러나 

주 1회의 주휴일과는 별개로 연차 휴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단발성 휴식이 아닌 장기간에 걸친 휴식을 통해서 노동자가 건강을 회복하고 작업의 능률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하는 취지다. 실제로 10여 년 전부터 1년 동안에 한 번은 2주간의 연속 휴가를 다녀올 것을 강제하는 국내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주의 연속된 기간은 국제노동기구(ILO)에서 1970년에 정한 기준이기도 하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일상에서 벗어나 나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여유 있는 휴식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출처=픽사베이.
1년에 한 번 정도는 일상에서 벗어나 나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여유 있는 휴식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출처=픽사베이.

하지만 많은 사업장에서 연차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연차 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수당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저임금의 임금을 대체하는 경우가 있다. 포괄 임금 계약을 하면서 연차 수당을 연봉에 포함시켜 연차 사용권을 박탈 당하는 경우도 있다. 매달 근무 일정표를 짜면서 회사 일정대로 연차 사용을 지정해 내 마음대로 연차를 못 쓰는 경우도 있다. 사용자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연차휴가 촉진제’를 시행했으나 실제 업무가 마무리 되지 않아서 출근부에는 ‘연차’로 적시됐지만 출근해 일하는 경우도 있다. 연차를 쓰는 행위 자체가 조직 내에서 금기시돼 연차를 쓰면 눈치를 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상시노동자 수가 5인이 되지 않아 아예 법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노동자 저임금의 해소가 선행되지 않으면 법률상 정해져있는 연차 휴가 제도의 실질적 활용은 어렵다고 본다. 또한 구성원들 사이에 휴가를 사용하는 것이 곧 우리의 노동 인권과 연결되며 건강권을 위한 행동이라는 공감대 역시 중요해 보인다.

나에게 2주일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우리 사회에서 아직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2주간의 휴가가 매년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까? 일상을 벗어나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여유롭게 만나거나, 평소 즐기지 못한 취미생활을 할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
[시행 2019. 1. 15.] [법률 제16270호, 2019. 1. 15, 일부개정]

제60조(연차 유급휴가) ①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개정 2012. 2. 1.>
② 사용자는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개정 2012. 2. 1.>
③ 삭제  <2017. 11. 28.>
④ 사용자는 3년 이상 계속하여 근로한 근로자에게는 제1항에 따른 휴가에 최초 1년을 초과하는 계속 근로 연수 매 2년에 대하여 1일을 가산한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이 경우 가산휴가를 포함한 총 휴가 일수는 25일을 한도로 한다.
⑤ 사용자는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하고, 그 기간에 대하여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⑥ 제1항 및 제2항을 적용하는 경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간은 출근한 것으로 본다.  <개정 2012. 2. 1., 2017. 11. 28.>
1. 근로자가 업무상의 부상 또는 질병으로 휴업한 기간
2. 임신 중의 여성이 제74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로 휴업한 기간
3.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제1항에 따른 육아휴직으로 휴업한 기간
⑦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는 1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된다. 다만,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사용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김경희는?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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