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른바 양심적(종교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할 수 없다며 병역법 위반 판례를 바꾼 후 처음으로 제주에서 집총 거부자에 대한 항소심 무죄 선고가 이뤄졌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노현미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 김모(27)씨 등 8명에 전원 무죄를 23일 선고했다.

이들은 2016년을 전후에 병무청에서 소집통지서를 받았지만 종교적 이유로 소집에 응하지 않았다. 8명 중 3명은 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심적 자유에 대해 국가가 외면할 수는 없다. 병역 거부를 형사처벌 만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 이들 소수자도 국가가 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병역에 대한 일률적인 형사처벌은 양심적 자유를 침해한다”며 “피고들의 종교적 신념도 깊어 보여, 병역법 88조 1항에 따른 정당한 병역 거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4월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인 제주지역 병역거부자는 1심 4명, 항소심 8명 등 모두 12명이다. 항소심 8명 중 3명은 1심에서 유죄, 나머지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동안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병역 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2018년 11월1일 대법원이 ‘내면에 형성된 양심을 이유로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며 판례를 바꾸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대법원은 종교적 병역거부자를 구분하기 위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검찰은 다소 추상적인 양심과 신념의 깊이를 파악하기 위해 피고인들이 평소 총기 사용 게임에 접속하는지 여부까지 확인했지만 법원은 이 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 대전지방법원 형사단독 문형주 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호와의 증인 신고 A씨에 최근 무죄를 선고 했다.

검찰은 A씨가 집총을 거부하면서도 슈팅(총쏘기) 게임을 한다는 사실을 내세웠지만 법원은 “어린 나이에 일시적으로 게임을 한다고 해서 양심의 진실함을 달리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의 판례에 따라 1심에서 재판중인 4명도 모두 무죄를 선고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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