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흘2리 주민들 "곶자왈 파괴-동물학대 사업 철회하라"...道·의회 서명 전달

24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선흘2리마을회와 선흘2리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제주의소리
24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선흘2리마을회와 선흘2리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제주의소리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곶자왈 일대에 들어서는 '제주동물테마파크'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반대 운동이 시작된 지 불과 한 달여만에 1만여명의 서명이 모이는 등 전국적으로 반대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선흘2리마을회와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는 24일 오전 10시30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 1만인 서명' 기자회견을 갖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마을을 파괴하고 동물을 학대하는 동물원 사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곶자왈 일대 58만㎡ 부지에 사자·호랑이·코끼리 등의 맹수 관람시설과 4층 규모의 호텔 120실(9413㎡), 동물병원, 사육사 등을 조성하는 내용으로 추진중인 사업이다.

2007년 개발 사업 승인을 얻은 이후 재정난 등으로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해 2011년 공사가 중단됐다가 2017년부터 재추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사 중단 이후 7년이 경과하면 환경영향평가를 새롭게 받아야한다는 규정을 피해 6년 11개월만에 공사를 재개하는 등 꼼수 논란을 빚기도 했다.

특히 제주도가 지난 4월 12일 제주동물테마파크 환경영향평가 변경승인에 대한 심의를 강행해 사업을 '조건부 통과'시키면서 논란이 커졌다. 사실상 해당 사업은 제주도와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최종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동물테마파크 건설에 철저히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역 유지부터 이주민까지 일관되게 사업 철회를 촉구해 왔다. 심지어 인근 분교장의 어린이들도 손수 제작한 피켓을 드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사업자 측과의 협의도 일절 거부하고 있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반대 운동의 순수성이 퇴색될 수 있을 뿐더러, 사업자 측에 여지를 남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선흘마을회의 절대적인 지지로 결성된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위는 같은달 14일부터 동물테마파크 사업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온라인 상으로는 동물보호단체 등과 함께 SNS를 통해 9500여명의 서명을 모았고, 오프라인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발로 뛰어가며 1000여명의 동참을 이끌어 냈다.

지역사회의 국한된 이슈가 아닌 제주의 난개발과 동물학대를 우려하는 전국민적인 관심이 모인 결과다.

이렇게 모인 서명은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도의회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에 각각 전달됐다.

선흘2리마을회와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가 제주도의회 행정사무조사특위 이상봉 위원장에게 1만인 서명을 전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선흘2리마을회와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가 제주도의회 행정사무조사특위 이상봉 위원장에게 1만인 서명을 전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주민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흘2리는 국내 최초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을 포함해 7개의 오름과 제주의 허파인 곶자왈 속에 조용히 깃들어 살고 있는 생태지향적 마을"이라며 "제주도와 원희룡 지사는 세계자연유산과 람사르습지를 지켜야하는 국제적인 책임을 갖고 있다. 반생태적·시대착오적 동물테마파크 사업 승인을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해발 350고지에 위치한 마을인 선흘2리와 인근 곶자왈은 마지막 남은 제주의 생명줄이자 지하수의 원천임에도 동물테마파크에 들어설 120실 규모의 호텔과 대규모 글램핑장, 부대시설에서는 엄청난 양의 물을 소비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도 여름철 물 부족으로 인한 단수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데 이런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내다봤다.

주민들은 "한라산 중산간의 선흘2리는 열대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사자, 호랑이, 코끼리, 기린, 코뿔소 등은 일년 내내 기온이 높고 건기가 긴 열대 사바나 초원에서 살아야 할 동물들"이라며 "선흘2리는 해마다 겨울이면 추위와 폭설로 고리되며 우리나라 평균 2배에 이르는 2600mm 가까운 연평균 강수량을 지닌 곳이다. 무슨 말을 둘러대도 그 자체가 동물학대"라고 주장했다.

특히 주민들은 제주도의회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주민들은 "동물테마파크 사업 변경승인 신청과 제주도의 행정절차 과정은 처음부터 의혹과 논란 투성이었다. 공공성을 이유로 헐값에 사들였던 7만평 가까운 군공유지를 되팔아 사기업이 거대한 차익을 남긴 문제, 재심사 20일을 앞둔 시점에서 환경영향평가 꼼수 회피 논란과 제주도청의 특혜성 편들기 행정 논란, 오수관 연결 면제 논란, 상수도 사용량 폭증으로 인한 논란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논란이 있는 사업"이라며 "이러한 논란에도 제주도는 투자유치라는 이름으로 대기업 편에 서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제주도의회는 이번 대규모사업장에 대한 행정사무조사를 통해 동물테마파크사업 변경승인 절차 과정의 수많은 논란과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이를 통해 폭주하는 원희룡식 난개발과 막무가내식 행정을 견제해야 한다"며 "주민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제주의 패러다임을 정립하는 계기로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직후 서명서를 전달받은 행정사무조사특위 이상봉 위원장은 "조천읍 지역구 현길호 의원의 5분 발언을 통해 주민들이 걱정하는 동물테마파크 의견을 알고 있다. 행정조사특위에서도 다루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을 불식시키는 특위 활동을 하겠다. 제주의 환경가치를 훼손시키지 않도록 의회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현길호 의원도 "동물테마파크 사업은 조천읍의 문제만이 아니라 제주 전체가 겪고 있는 몸살이다. 이게 조천읍 지역에서 구체적으로 표출된 사안일 뿐"이라며 "신중하지 못하고 개발에 치중한 제주도의 정책 추진이 결과를 이렇게 낳은 것 같다. 제주의 가치를 지키고 지역을 지키는데 주민들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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