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120. 되바라진 방망이 서울 남대문에 가면 팩한다

* 이그러진 : 되바라진, 몹시 데면데면한
* 방멩이 : 방망이
* 서월 : 서울
* 강 : 가서, 가면
* 팩혼다 : 기물 따위가 바위 같은 단단한 물체에 부딪쳐 깨지는 것을 말한다. ‘팩’은 깨지는 소리를 시늉한 의성어. 여기서는 기세에 눌려 쩔쩔 매는 모습을 빗대고 있다.

옛날이나 오늘에나, 또 어느 지역 어느 마을에나 제가 제일인 양 잘난 체하는 사람이 한둘 있게 마련이다. 남들이 인정해 줘야 잘난 것이지, 저 혼자 잘났다고 우쭐거리는 건 참 우스꽝스럽고 볼썽사나운 노릇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으쓱대며 돌아다니는 사람이 어느 곳에나 있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람들이 좋게 볼 리 없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은 요지경 속이라 하는 건가.
 
기는 놈 위에 걷는 놈이 있고, 걷는 놈 위에 띄는 놈, 그 위에 나는 놈이 있다 하지 않는가 말이다.

몇 가호 안되는 시골 작은 마을에서 잘난 척해 본들, 잘나면 얼마나 잘 날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 그야말로 정저지와(井底之蛙), 우물 안 개구리다. 거리에 나가 보라. 날고뛰는 사람이 셀 수도 없이 많은 세상이다.
 
그 날고뛰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그것도 서울 남대문에 갖다 세워 놓으면 그만 주눅 들어 쩔쩔 맨다 함이다. 내로라하는 사람들 앞에서 맥을 못 출 것은 당연한 일. 호랑이 없으니 왕 노릇한 걸 그제야 깨달은 것인가. 목에 깁스하고 다니다 단박에 꺾이고, 힘줬던 목이 한순간에 풀리고 말 테다.

세상 너른 줄 모르고 까불고 다니는 사람을 나무라는 말이다. 거듭 읽어도 ‘서월 남데문에 강 팩혼다’, 그 ‘팩혼다’라는 소리시늉말(의성어)이 참 감각적으로 다가오지 않는가. 코메디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팩’ 하면서 체면이 꺾이는 순간이다. 고개 푹 숙인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최근 주미 한국대사관 모 참사관으로부터 3급 비밀에 해당하는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전달받아 공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강 의원을 '외교상 기밀 누설' 등의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출처=오마이뉴스.
조선일보 기자 출신 강효상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은 최근 주미 한국대사관 모 참사관으로부터 3급 비밀에 해당하는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전달받아 공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강 의원을 '외교상 기밀 누설' 등의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편집자 주] 출처=오마이뉴스.

‘이그러지다’ 이 말은 예전으로부터 제주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쓰여 왔다.

“아이고, 지 혼자 이그러진 체, 놈사 아는 게 이서.”
(아이고, 자기 혼자 되바라진 체, 남이야 아는 게 있을까.)
 
이쯤 되고 보면, 남이 좋게 볼 리 만무하다. 저 혼자 젠체하는 사람은 어딜 가서든 밉보이게 마련이다. 손가락질 당한다. 아는 사람이 입이 무거운 법이고 무거운 돌이 중심을 잡는다. 사람들과 어우러져야 하는 게 사람의 삶이다. 사람과의 관계가 무난해야 좋다. 겸손해서 손해 볼 일이 전혀 없다. 사람들에게 신뢰 받기로 겸손만한 덕(德)이 있으랴.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이다.

곱씹어 둘 일이다. ‘이그러진 방멩이 서월 남데문에 강 팩혼다.’ / 김길웅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자리>, 시집 <텅 빈 부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