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의 산물] 126. 우도면 산물통

남북 길이 약 3.53km에 동서 길이 2.5km. 신생대 제4기 화산 활동의 결과로 이루어진 화산도 우도.

누워있는 소의 형상과 같다고 하여 예부터 소섬(쉐섬, ‘쉐’는 ‘소[牛]’의 제주어)이라고 불렸다. 성산포항에서 북동쪽으로 약 3.8km 떨어져 있는 우도는 제주도 연안에 산재하는 부속도서 가운데서 최대의 면적을 보유한 섬이다. 섬 모습이 와우형(臥牛形)으로 고려사에서 목종 5년에 해중용출(海中湧出) 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우도는 무인도로 방치되어 있던 섬으로 《탐라순력도》의 <우도점마(牛島點馬)>에서도 확인되고 있듯이, 섬 전체가 말 방목장이었다.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한 때는 1800년대 이후 조선시대 순조 시기부터다. 헌종(1842년) 때 입경허가를 내렸다고 한다. 사람 거주가 늦어진 이유는 물이 무척 귀했기 때문이며, 그래서 사람들은 산물이 솟아 나오길 고대하면서 땅을 팠지만 빈번히 헛수고가 되고 비가 온 후 땅을 판 웅덩이에 고인물인 봉천수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오봉리에는 ‘예물동네’라 했던 옛물(古水)의 고수동(古水洞) 마을이 있다. ‘예물’이란 하고수동에 있는 용천수를 말한다. 1842년 섬에 목장이 처음 설치되었을 당시부터 예물과 주흥동의 산물이 있었다고 전해오는 것을 보면, 오래된 산물인 것은 틀림없다. 이 산물은 ‘이물’로도 불리는데, 예전에는 수량이 풍부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다.

생명이 살아가는 곳에 반드시 물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섬에서의 절대적인 필수 생존 조건은 물이다. 물이 있으면 사람이 살 수 있는 유인도지만 없으면 물이 없으면 버려진 땅인 무인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도는 버려진 땅이었지만 그래도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산물통’에는 최소한의 산물을 품고 있었다.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산물통 입구.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산물통은 오봉리 주홍동사거리 위쪽 길가에 있는 물통이다. 이 일대의 동네를 산물통동네라 한다. 이 산물은 사람들이 합심하여 인공적으로 판 우물로 둥근 통의 우물을 만들었기 때문에 우물(井)이라 하지 않고 통(桶)이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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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 전 산물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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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 후 산물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통의 물은 생수(生水)인 산물이다. 썰물일 때는 물이 솟아나지 않지만 밀물이 되면 바닷물이 밀려옴에 비례하여 담수가 해수 위로 뜨면서 물이 솟는다. 그래서 물이 귀한 섬에서는 평상시에는 봉천수인 못의 물을 이용하다가 가뭄이 들거나 물이 부족할 때면 너나 할 것 없이 물허벅을 지고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특히 가뭄 때 이 산물은 우도의 생명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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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조 전 물통 내부.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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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조 후 물통 내부.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지금 산물통은 뒤에 감싸던 돌담만 남겨 놓고 개수해 버려 예전 모습이 반감되어 버렸다. 시멘트 통에 붙인 제주 돌이 더 어색한 느낌이다. 가만 놔둬도 될 걸 예전만 못하게 만들어 버린 것 같아 꼴사납다.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산물통 앞에 있던 해녀 탈의장용 낡은 슬레이트집마저 허물고 하수처리시설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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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 전 산물통과 해녀탈의 건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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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 전 해녀탈의 건물에서 본 산물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럴 거라면 그대로 놔두지, 또 하나의 꼴사나운 모습으로 하수 악취가 풍기는 하수처리장을 꼭 우도의 생명수라는 산물통 앞에 만들어야 했는지 묻고 싶다. 제주산물을 생명수라 말 할 수 있는지, 보잘 것 없는 산물통이지만 설촌의 역사를 담은 유적이며 섬의 생명수인데, 너무 홀대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 <제주섬의 산물>은 이번 호로 연재를 마칩니다.

# 고병련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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