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협력해 만든 마을도서관, 아이도 어른도 함께 성장하길”
“모두가 협력해 만든 마을도서관, 아이도 어른도 함께 성장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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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제주형 도시재생, 길을 묻다] (27) 도서관문화운동가 허순영이 본 김영수도서관
“원도심 목마름 채워줄 사랑방 역할 기대”
허순영 제주도서관친구들 회장. ⓒ 제주의소리
허순영 제주도서관친구들 회장. ⓒ 제주의소리

제주교육의 타임캡슐인 제주북초등학교. 제주교육의 역사와 함께한 곳이지만 이 학교를 품은 삼도2동 등 원도심은 활력이 떨어져 고민이 많았다.

특히 마을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없다는 사실은 아이와 학부모 입장에서는 큰 고민거리였다.

아이들을 위한 문화시설은 물론 방과후 아이들이 시간을 보내기에 마땅한 곳도 드물었다. 마을도서관이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이유다.

도시재생 사업을 위해 이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찾아나선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는 리모델링을 앞둔 제주북초등학교의 학교도서관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마을과 학교를 살리는 도서관’을 위해 전문가 자문 그룹이 꾸려졌고, 허순영 제주도서관친구들 회장도 여기에 합류했다.

허 회장은 1998년 제주 최초로 민간 어린이도서관인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을 열었고,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순천 기적의도서관 관장을 역임했다. 도서관문화운동가이자 기획자로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도서관 설계 과정에 자문을 맡은 풍부한 경험이 있었다.

“도서관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사회적 안전망”이라고 강조한 그는 기존 원도심 내에서 갈급했던 기능들을 김영수도서관이 수행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김영수도서관을 함께 돕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주민, 학부모들이 함께 성장하고 지역을 위한 또 다른 일들을 기획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도 키우고, 어른도 함께 성장하는 곳”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친 이유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제주북초 밖에서 바라본 김영수도서관. ⓒ 제주의소리
제주북초 밖에서 바라본 김영수도서관. ⓒ 제주의소리

-자문 역할로 참여한 것으로 안다. 맨 처음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

제주북초등학교에서는 줄어드는 학생 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이유를 파악해보니 이 곳은 아이들이 늘어날 수 있는 주거환경이 아니었다. 그래서 돌봄교실만 활성화되도 학생 수 감소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돌봄교실의 공간이 도서관 공간을 중점적으로 활용하려는 접근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아이들을 도서관에서 키우는 것은 가장 좋은 환경이다. 도서관이야말로 사회안전망에 가장 기초인데, 김영수도서관이 학교와 마을의 중간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년 12월 도서관 공간이 리모델링을 통해 재탄생했다. 공간을 직접 봤을 때 소감은 어땠나

너무 훌륭했다. 아이들이 목관아를 앞마당처럼 내려다볼수 있는 콘셉트가 제일 좋았고, 기존 숙직실이나 문이 고스란히 남겨져 이야기를 전달해줄 수 있는 것도 훌륭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윤이 나는 참나무를 사용한 것도 좋았다.

이 도서관을 이용할 아이들을 위해서 일하는 어른들이 힘을 아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정성을 다 들여서 오픈하게 된 거다. 자문에 참가한 전문가들도 "이 일을 하려고 그 동안 열심히 경력을 쌓았나보다"라고 말할 정도로 다 좋아했다.

-공동화 현상이 이어져온 원도심에 마을도서관이 개관한다는 점은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을 키우는 데 필요한 것들이 현재 원도심 주거밀집단지에는 없었던 거다. 이런 것들을 도서관에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심 있는 부모들이 힘을 모아서 협의체가 가능할 것 같다. 가족들이 함께 올 수 있는 '가족 도서관'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일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이 도서관에 어떤 사람이 올 지 봐야한다. 그 사람들을 위한 책과 자료와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한 가족을 위한 낭독연습, 독서상담도 가능하고 독서모임도 열 수 있다. 최근 독서의 경향이 많이 바뀌었다. 최신 자기표현 경향에 맞춰 스마트폰, SNS 관련 프로그램도 열렸으면 한다. 뭐든지 할 수 있다. 이 곳 공간구성이 음식도 해먹을 수 있다. 방학에는 도서관에서도 하룻밤 자는 행사가 열릴 수도 있지 않을까.

-일단 도서관이 한 번 만들어져도, 지속가능하게, 건강하게 운영되는 게 쉽지는 않은 것 같다. 100년 가는 마을도서관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학교 내 구성원들이 바뀌더라도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독립적으로 마을이 운영할 수 있는 구조가 좋다. 사실, (이번 김영수도서관의 재개관은) 건물이 하나지만 도서관이 하나 더 생긴 거다. 운영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새마을문고의 공립도서관 중 주중과 주말 운영 주체가 다른 곳들이 있다. 이용층이 다양한 선진사례라는 생각을 했는데, 김영수도서관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마을도서관의 운영체계가 잡히기 위해서는 고정적으로 일하는 사서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마을도서관을 사랑하고 잘 가꿔가는 이용자들이 있어야 한다. 이런 도서관이 있는 바라는 학부모들이 교육을 거쳐 초기 운영에 함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제주가 참고할만한 좋은 사례가 있을까?

진주의 마하어린이청소년도서관(진주 최초의 민간 어린이도서관)은 엄마독서학교를 거친 학부모들이 준비과정을 거쳐 직접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돌아가면서 일주일에 한 번 ‘요일 관장’을 맡는다. 사람들을 초청해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책 프로그램도 진행하는데 동네도서관으로 좋은 기능을 하고 있다.

허순영 제주도서관친구들 회장. ⓒ 제주의소리
허순영 제주도서관친구들 회장. ⓒ 제주의소리

-도서관문화운동을 꽤 오랜 시간 이어왔다. 한 지역에 도서관이 들어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도서관은 모든 것들을 담아놓는 곳이다. 역사, 문학, 이야기, 기술 이런 것들이 총체적으로 모여있고 필요한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하는 공간이다.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한 타운이 생길 때 가장 중심에 놓는 게 학교와 공공도서관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공공도서관이 있다. 가장 돈을 적게 들어면서 큰 효과를 발휘하는 사회적 안전망이다.

-이번 김영수도서관 재개관은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사업 1호 결과물이다.  특히 제주북초 인근은 제주시 도시재생의 주요 대상지라고 볼 수 있는 원도심이다. 이 도서관이 건강한 도시재생을 위해서도 수행할 역할이 있을 것 같다.

도시재생에 대해 주민들이 민주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고, 속도를 천천히 할 필요가 있는데, 그 구심점으로 마을도서관이 너무 좋다. 마을도서관에 대해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고, 6학년들은 “왜 우리가 졸업할 때가 돼서야 이걸 만드냐”고 말할 정도다.

책과 함께 도시재생을 하는 사랑방 역할, 민주적인 절차와 의견을 모아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합의체를 만드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앞으로 김영수도서관이 어떤 식으로 운영됐으면 하나

사실 주민들이 자발적인 운영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곳도 곧 만들어질 것 같다. 사실 주민들이 가족과 함께 많이 이용하는 게 가장 도서관을 돕는 일이다. 도서관을 돕는 사람들이 같이 성장하고, 이 도서관이 지역사회의 또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좋은 강의를 듣고 관심있는 분야의 동아리를 구성하고, 도서관을 이용하고, 하고싶은 프로그램을 제안해서 열어보고, 그렇게 좋아하는 분야의 역량을 쌓고...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아이도 키우고 어른들도 같이 성장하는 곳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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