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 심사 결과 발표...경찰청장에 사실상 사과 권고

2012년 3월7일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공사 현장에서 경찰이 여성 평화활동가를 연행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트위터아이디@yju8283]
2012년 3월7일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공사 현장에서 경찰이 여성 평화활동가를 연행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트위터아이디@yju8283]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불거진 인권침해 논란과 관련해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경찰의 폭언과 폭행을 인정하고 사실상 경찰청장의 사과를 주문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9일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사업 관련한 재발방지 조치를 경찰청에 권고했다.

2017년 8월 발족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정권에서 발생한 주요 인권 침해 사건을 추리고 2018년 10월부터 해군기지 사안에 대한 본격 심사에 들어갔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팀의 1차 조사를 바탕으로 해군기지 유치 과정의 민주적 공정성, 유치 결정후 국가기관의 조직적 개입, 건설 과정의 경찰 대응을 심사했다.

유치과정에서 대해서는 찬성을 결정한 2007년 4월26일 강정마을 임시총회 자체가 공정성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했다. 총회 의제도 공식적인 절차 없이 변경해 상정된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유치 반대를 위해 소집된 2007년 6월19일 임시총회 주민투표에서 발생한 투표함 탈취 사건은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과 해군기지사업추진위 측이 사전모의 한 것으로 봤다.

2007년 6월19일 서귀포시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제주해군기지 유치 관련 마을총회 투표가 열리자 해군과 접촉한 찬성측 마을 주민들이 투표함을 탈취해 도주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07년 6월19일 서귀포시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제주해군기지 유치를 주도한 당시 윤모 마을회장에 대한 탄핵 건 등으로 마을총회 투표가 진행되자 해군과 접촉한 찬성측 어촌계 해녀들이 투표함을 탈취해 도주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07년 6월19일 서귀포시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제주해군기지 유치 관련 마을총회 투표가 열리자 해군과 접촉한 찬성측 마을 주민들이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07년 6월19일 서귀포시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제주해군기지 유치를 주도한 당시 윤모 마을회장에 대한 탄핵 건 등으로 마을총회가 열리자 해군과 접촉한 찬성측 마을 주민들이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총회를 앞두고 당시 김동문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이 윤태정 마을회장이 운영하는 민박집을 찾아 총회 저지를 부탁했고, 관련 지시를 받은 어촌계 해녀들이 투표함을 탈취했다는 것이 진상조사위의 판단이다.

국가기관의 조직적 개입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해군, 사이버사령부, 제주지방경찰청을 등장시켰다. 지방정부인 제주도와 서귀포시도 이름을 올려 체면을 구겼다.

실제 2008년 9월17일 제주시내 한 식당에서 국정원 제주지부 정보처장, 제주경찰청 정보과장,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 제주도 환경부지사 등이 모여 해군기지 유관기관회의를 열었다.

대화 주제는 반대 활동에 대한 강경진압 대책이었다. 진상조사위는 이후 경찰과 해경의 과잉진압, 해군의 폭행 및 보수단체 지원, 청와대와 사이버사령부의 댓글이 이어진 것으로 봤다.

해군기지 건설 과정의 경찰 대응에 대해서는 인권침해가 명백하다고 결론지었다. 집회 과정에서 폭행, 욕설, 신고 된 집회 방해, 무분별한 강제연행, 이동권 제한 등 종류도 다양했다.

장기간에 걸친 차량 압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시위대 해산, 종교행사 방해, 불법적인 인터넷 댓글도 경찰의 대표적 과잉진압과 인권침해 행위 사례로 나열했다.

진상조사위는 이를 근거로 해군기지 반대 측 주민과 활동가에 대한 폭행, 폭언, 종교행사 방해 등 인권침해에 대한 경찰청장의 의견 제시를 권고했다. 사실상의 사과 요구다.

2012년 4월1일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인근에서 열린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 공공기관 민영화 및 영리병원 저지! 한미 FTA 폐기! 제주4.3항쟁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경찰이 참가자를 향해 최루액을 뿌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2년 4월1일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인근에서 열린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 공공기관 민영화 및 영리병원 저지! 한미 FTA 폐기! 제주4.3항쟁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경찰이 참가자를 향해 최루액을 뿌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2년 4월1일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인근에서 열린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 공공기관 민영화 및 영리병원 저지! 한미 FTA 폐기! 제주4.3항쟁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경찰이 참가자를 향해 최루액을 뿌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2년 4월1일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인근에서 열린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 공공기관 민영화 및 영리병원 저지! 한미 FTA 폐기! 제주4.3항쟁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경찰이 참가자를 향해 최루액을 뿌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집회 현장 채증시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될 수 있도록 경찰청예규인 채증활동규칙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촬영행위의 요건과 방식 제한 변경 등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공공정책 추진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경찰력 투입요건과 절차 등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요구했다. 집회 대응시 추가적인 안전 대책을 마련도 당부했다.

경찰직무집행법 제6조가 규정하는 ‘범죄의 예방과 제지’를 확대 해석해 국민의 일반적 통행권을 원천 차단하는 관행도 손질할 것을 주문했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규칙 제17조에 따라 진상조사위는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정책 등을 경찰청장에게 요구할 수 있고 청장은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진상조사위는 관련 규칙 상 권고 대상이 아닌 정부와 제주도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대책 마련과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정부에는 물리력을 동원해 강행한 점을 사과하고 해군과 해경, 국정원 등에 대한 부당 행위의 진상규명을 주문했다. 강정마을회에 대한 행정대집행 비용청구 철회도 당부했다.

제주도에 대해서는 해군기지를 강정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하게 개입하고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모으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한 사실에 대해 사과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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