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김태환 제주지사, 윤태정 강정마을회장에 여론조사 계획 등 해군기지 정보 전달 '짬짜미'

2007년 5월14일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제주해군기지 예정부지로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을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07년 5월14일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제주해군기지 예정부지로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을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07년 4월8일 당시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윤태정 강정마을회장을 만나 제주해군기지 건설 여론조사 계획을 알렸다. 5월중 최종 후보지를 결정하겠다는 정보도 전달했다.

보름여 지난 그해 4월26일 윤 회장은 강정마을 임시총회를 소집해 해군기지 유치를 전격 결정했다. 회의에는 강정마을 유권자 1050명중 찬성측 인사 87명만 참석했다.

사흘 뒤 김 전 지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해군기지 후보지 여론조사에 강정을 포함시켰다. 그해 5월14일 도민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역시나 강정이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9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사건에 대한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민의 의사를 무시한 해군기지 유치 결정에 대해 제주도에 사과를 요구했다.

당시 김 전 지사는 여론조사를 진행하면서 1차 조사 대상을 도민 1500명으로 정했다. 2차 여론조사도 읍면지역 인구 5%를 표본으로 추출해 진행했다.

진상조사위는 해당 지역의 의사가 철저히 배제된 비민주적인 조사라고 평가했다. 정작 마을 주민들은 제외한 채 일방적이고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것이 진상조사위의 판단이다.

제주도는 유치 발표가 나자, 해군과 함께 찬성측 단체를 물밑에서 지원했다. 관련 내용은 2007년 7월5일 지역 언론을 통해서도 외부에 알려졌다.

2008년 9월17일에는 유덕상 제주도 환경부지사와 자치행정국장이 국정원과 해군, 해경, 경찰이 참석하는 유관기관 대책회의에 참석해 반대측 진압 작전에 동조하기도 했다.

당시 자치행정국장은 해군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환경영향평가서 동의 과정에서 의회가 장애가 될 것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환경부지사도 추진단계에서 걸림돌은 제거하고 가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더 나아가 해군이 주도해서 더 공세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12월17일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민주당 의원들을 끌어내고 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구성지 부의장은 성원보고 없이 곧바로 개회를 선언하고 제주해군기지 관련 환경영향평가서 동의와 절대보전지역 변경(해제)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09년 12월17일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민주당 의원들을 끌어내고 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구성지 부의장은 성원보고 없이 곧바로 개회를 선언하고 제주해군기지 관련 환경영향평가서 동의와 절대보전지역 변경(해제)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유치 결정후 제주도의 행정 절차도 적절성을 상실했다. 환경영향평가서 동의와 절대보전지역 변경(해제) 절차가 대표적이다.

해군기지 건설 위해서는 제주특별법과 보전지역관리 조례에 따라 공유수면에 대한 매립허가와 환경영향평가서 협의, 절대보전지역 해제를 위한 도의회 동의 절차 등을 거쳐야 했다.

제주도는 해군이 환경영향평가서 협의 요청을 하자 현장 방문도 없이 제주도환경영향평가심의회를 통해 동의 절차를 밟았다. 곧이어 도의회에 절대보전지역 해제를 요청했다.

2009년 12월17일 도의회는 본회의를 열어 의장 직권으로 안건을 상정해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축이었다. 해당 지역구 출신인 김용하 의장은 자리를 비웠고 구성지 부의장이 총대를 멨다.

문제는 개회에 필요한 성원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건 심의를 위한 심사보고나 질의 응답도 없었다. 서면 유인물로 심사보고를 대체했다.

구 부의장이 뒤늦게 성원 부족을 확인해 재의결에 나서면서 일사부재리의 원칙도 훼손됐다. 투표도 기명전자 방식이 아닌 거수 표결로 처리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2009년 12월22일에는 제주도지역관리심의회를 열어 강정마을 중덕 일대 공유수면매립계획을 심의했다. 위원 15명 중 9명이 현직 공무원으로 채워져 사실상 예견된 결과였다.

진상조사위는 이를 근거로 제주도가 해군기지 건설지역 선정 과정에서 불공정하게 개입하고 마을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 지었다.

정부를 향해서도 무리한 공권력 투입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강정마을에 대한 행정대집행 비용청구 철회와 갈등 해소를 위한 치유책 마련과 법적 장치 마련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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