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제주포럼] 지방선거 토론회 방불...원희룡 "차라리 제주이관" 문대림 "정부가 준 특혜"

제주포럼 첫날 '제주국제자유도시의 미래지향적 발전방향' 세션에서 토론하고 있는 문대림 JDC 이사장과 원희룡 제주지사
제주포럼 첫날 '제주국제자유도시의 미래지향적 발전방향' 세션에서 토론하고 있는 문대림 JDC 이사장과 원희룡 제주지사

 

원희룡 제주지사와 문대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이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처음으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토론을 벌였다.

제주국제자유도시와 개발센터의 역할, JDC의 제주이관에 대해 원희룡 지사와 문대림 이사장은 첨예하게 입장차이가 났다. 마치 1년전 토론회를 보는 것 처럼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제14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개막 식전 행사로 29일 오후 1시30분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한라홀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의 미래지향적 발전방향'이라는 주제의 세션이 열렸다.

JDC 특별세션으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좌장을 맡았고, 원희룡 제주지사,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문대림 JDC 이사장 벤자민 야우 홍콩무역발전국 한국지부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제주국제자유도시 평가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제주가 국제자유도시를 추구해 온 지 20년이 넘었고, 그동안 경제규모, 국내외적으로 위상도 높아졌다"며 "국제자유도시가 가고자 했던 사람과 자본, 물류의 자유로운 이동, 대규모 개발프로제트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 지사는 "지나친 대규모 개발로 인한 환경가치 훼손, 도민의 행복과 삶의 질 등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반성해야 될 부분도 많다"고 자평했다.

문대림 이사장은 "국제자유도시 추진 과정에 JDC의 역할은 면세점 수입금과 외자유치를 통해 6조6000억원이 대규모 프로젝트에 투자됐다"며 "최근에 와서 가치와 환경변화. 개발피로 증후군으로 인해 공격을 받고 있지만 돌이켜보면 JDC는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고 말했다.

제주의 롤모델이었던 홍콩과 싱가포르에 대해 원 지사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동서양 무역의 관문이여서 물류와 항만, 항공, 금유의 중심지가 됐다"며 "한 때 강력한 제조업도 있고, 인구도 500만명 이상으로 제주도가 홍콩과 싱가포르를 따라갈 수도 없고,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JDC의 7대 선도프로젝트에 대해 문 이사장은 2개는 성공, 2개는 추진 중, 2개는 실패했다고 분류했다.

제주포럼 첫날 '제주국제자유도시의 미래지향적 발전방향' 세션에서 토론하고 있는 문대림 JDC 이사장과 원희룡 제주지사
제주포럼 첫날 '제주국제자유도시의 미래지향적 발전방향' 세션에서 토론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사진 오른쪽)와 문대림 JDC 이사장

문 이사장은 "JDC 선도프로젝트 중 영어교육도시는 성공의 길로 가고 있고, 첨단산업단지 역시 120개 기업이 들어왔고, 3조원 매출을 올려 제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신화역사공원은 상하수도 문제가 발생하면서 2단계 사업이 보류됐지만 극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가장 큰 문제는 예래휴양형 주거단지와 헬스케어타운인데 영리병원 문제는 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결과에 따라 분리해서 처리할 것이며, 녹지측에 공사재개를 강력하게 요구했고, 희망적"이라며 "다만 예래단지의 경우 토지수용 권리관계가 매우 복잡하고, 사업자의 손해배상도 목전에 두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문 이사장은 "선도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했고, 과오를 충분히 인정한다"며 "하지만 JDC가 했던 것보다 부정적인 면만 부각되고 있다. 프로젝트의 50%는 성공했다"고 말했다.

원희룡 지사는 "6대 선도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진행했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땅을 사서 투자유치하고, 매각하는 방식으로 소위 '땅장사'를 했다"며 "문 이사장께서 헬스케어타운은 희망적이라고 했지만 저희가 보기에는 둘 다 비관적"이라고 반박했다.

원 지사는 "땅을 매입하서 투자자에게 파는 사업, 면세점 수익을 가져가서 중개기관 역할을 하는 게 JDC"라며 "이 정도라면 제주도에게 넘겨주고, 관리하는 게 전문성과 지속성에서 더 낫다"고 제주 이관론을 주장했다.

원 지사는 "현재 JDC가 국토부 산하 공기업이라는 것을 당연시 하던 시기는 지났다"며 "문 이사장은 운이 없는 분이다. 애물단지를 뒷수습하려면 고생을 많이 하게 될 것이고,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투자유치를 위해 땅을 사고, 매각하면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다"며 "지사의 비판을 받아안기 힘든 부분은 일단 특별법에 JDC의 사무는 비축토지를 매입하고, 임대, 분양하는 게 첫번째"라고 반박했다.

문 이사장은 "2000년 초반은 투자유치는 국가적 미션이었다"며 "개발 토지를 비축하고 분양하는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땅장사한다는 이미지가 구축됐다"며 "앞으로 대규모 개발사업은 지양할 것이며, JDC가 악역을 맡은 부분도 있다"고 토로했다.

송재호 위원장은 "다른 시도지사는 JDC의 존재에 대해 제주도에 특혜를 주고 있다고 부러워 한다"고 말하며 제주 이관에 반대했다.

JDC의 미래 신규사업에 대해 문 이사장은 물류산업과 평화산업을 꼽았다.

문 이사장은 녹지국제병원 허가 취소와 제주도교육청의 싱가포르 ACS jeju 국제학교 불인가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문 이사장은 "영어교육도시와 헬스케어타운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주도에 허락한 사업"이라며 "외국법인 영리병원은 어쨌든 허가가 취소됐고, 최근 제주도교육감께서 ACL 국제학교 설립을 허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이렇게 일방적으로 사업을 취소하거나 허가하지 않으면 정부와 협력사업은 앞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 지사는 "제가 도지사에 취임해서 JDC 이사장을 3명이나 만났지만 이사장이 올 때마다 신규 미래사업이 다 다르다"며 "6대 선도프로젝트는 성공이든 실패든 거의 일단락 됐는데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아직 정립이 안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원 지사는 "예래단지와 헬스케어타운 등 애물단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며 "그럴 듯한 목표와 가능성을 갖고 시작했지만 정반대 결과를 가져온 게 많다. 시행착오를 겪었으니 어려운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이사장은 "JDC는 정부차원에서 제주에 준 특혜적 존재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측면이 많다. 전임 이사장의 실수 부분도 있다"며 "애물단지로 전락한 프로젝트 역시 도민적 합의에 의해 국제자유도시로 성국하기 위해 합의로 추진된 것인데 모든 책임을 JDC가 떠안는 것 같다. 발생한 현안에 대해 책임지고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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