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인근 해안도로 호텔서 밤마다 라이브공연...한밤 소음 피해 호소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에 위치한 A호텔.

조용했던 제주의 작은 시골마을 주민들이 매일 밤마다 반복되는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인근 해안도로 변 호텔 야외에서 들려오는 라이브 음악공연 소음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 400여 가구에 주민 약 1200명 정도가 거주하는 '조용한 마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걸까? 

원래 구엄마을은 바닷가를 끼고 있어 예로부터 해안 너럭바위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염전이 유명하고, 각종 밭작물 농사도 활발한 '반농반어'의 삶을 살아가는 조용한 해안마을이다. 
 
기자가 현장을 찾아간 29일의 초저녁 구엄마을은 조용했다. 굳이 소음을 찾아내라면 사람 키 만큼 훌쩍 자라버린 옥수수 잎사귀가 불어오는 바람과 정겹게 부딪히는 소리가 가장 소란할뿐 이었다. 
 
여느 시골마을처럼 저녁식사를 마친 주민들은 일찍 잠을 청하는 듯 창밖으로 흘러나온 불빛이 꺼지기 시작했고, TV불빛이 새어나오는 집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그러던 중 한낮의 열기를 시원하게 식히라는 듯 해안가에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러나 이 바람에 ‘불청객’도 함께 실려왔다. 옥수수 잎사귀 소리는 온데간데 없이 묻히고 인근 A호텔에서 들려오는 라이브 음악소리가 마을을 휘감았다. 
 
음악 소리가 들려오자 여기저기 집집마다 창문을 닫는 모습이 보였다. 주민들에게는 익숙한 일과가 되어 버린 듯 했다.  
 
음악소리는 해안도로에 위치한 A호텔에서 시작됐다. 이 호텔 야외 레스토랑에 설치된 앰프가 주범(?)이었다. 
 
A호텔 입구에 설치된 앰프에서 라이브공연 노래 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야외 레스토랑에서 진행되는 라이브 공연 소리가 호텔 입구에 설치된 앰프 등을 통해 호텔 밖으로 흘러나왔다.

구엄마을 상당수 가구가 A호텔과 직선거리로 100m 안에 밀집해 있다. 마을동쪽에 위치한 마을회관과 A호텔의 거리도 250m 정도에 있을만큼, 소위 '엎드리면 코 닿을' 곳에 호텔과 마을이 공존하고 있다.  
 
대지면적 7083.4㎡에 들어선 A호텔은 2013년 12월30일 제주투자진흥지구로 지정·고시된 관광호텔이다. 투자진흥지구 지정에 따라 제주특별법을 근거로 각종 세금이 면제되거나 감액 혜택을 받는 곳이다.  
 
이날 초저녁 현장에서 만난 송인수 구엄리장은 창문을 열고 편하게 밤잠을 자고 싶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송 이장은 “구엄리는 시골 마을이라서 다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하지만 밤마다 A호텔에서 소음이 들려와 밤잠을 설친다”고 토로했다.

밭일로 농사짓는 주민들이나, 물질 나가는 해녀들은 모두 초저녁 잠에 들고 새벽부터 일터로 나간다며, 호텔 소음이 일상생활은 물론 주민 건강과 생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소음피해를 호소했다.  

구엄마을회관에서 송인수 이장이 A호텔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송 이장은 이어 “2년 전부터 소음이 시작됐다. 날이 더워지면 다들 창문을 열고 살아야 하는데, 노래 소리 때문에 주민들 모두가 편히 잠들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금·토·일요일은 소음이 더 심하다. 경찰에 신고해도, 시청에 민원을 제기해도 잠시 볼륨이 작아질 뿐 며칠 뒤면 다시 시끄러워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이장은 또, “마을 주민들이 A호텔 앞에 현수막을 내거는 등 항의시위라도 하자고 아우성이다. 라이브 공연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해도 좋다. 다만, 소리가 마을에서 들리지 않으면 좋겠다. 야심한 밤까지 라이브 소음이 계속되면 주민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대해 A호텔 측은 주민들에게 소음피해가 없도록 라이브 음악소리를 더 줄이겠다고 밝혔다.
 
A호텔 관계자는 30일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주민들이 음악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고 민원을 제기해 수차례 소리를 줄였다. 나름대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소리가 나가는 동안 마을 안에서 소리가 들리는지 매번 확인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소음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있다고 하니 음향소리를 더 줄이겠다. 마을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생각은 전혀 없다. 주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주시는 최근에도 마을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자, 지난 23일 A호텔을 방문해 오후 8시 이후에는 음향소리를 줄일 것을 행정 지도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최근 구엄마을을 방문해 A호텔에서 들려오는 소음 피해 상황을 확인했다. A호텔 관계자를 만나 민원 내용을 전달했고, 오후 8시 이후에는 소리 크기를 조절해달라고 요청앴다. 소음 피해가 지속될 경우 소음측정을 실시, 결과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엄마을에서 바라본 A호텔. A호텔 직선거리 100m(노란 원)안에 많은 가구가 밀집해 있다.
구엄마을에서 바라본 A호텔(빨간색 화살표). A호텔 직선거리 100m안에 구엄리 마을내 민가들(노란 원)이 밀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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