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선물세트 같은 멋진 공연...'반짝' 끝나선 안돼
종합선물세트 같은 멋진 공연...'반짝' 끝나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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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19 무용인한마음축제 in 제주
29일 열린 '2019 무용인한마음축제 in 제주' 무대 인사 장면. ⓒ제주의소리
29일 열린 '2019 무용인한마음축제 in 제주' 무대 인사 장면. ⓒ제주의소리

29일 제주아트센터에서 열린 <2019 무용인한마음축제 in 제주>는 무척 흥미로운 공연이었다. 총 8팀이 1시간 30분 동안 무대를 장식했는데 각 공연마다 뚜렷한 개성을 지니면서, 춤이라는 예술이 이렇게도 다양한지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첫 순서를 장식한 제주도립무용단은 신작 <검은 돌>을 선보였다. 제주섬의 검은 먹돌을 연상케 하는 복장과 무대 분위기로, 한국무용의 선을 간직하면서 과감한 몸짓과 빠른 템포로 꿈틀거리는 욕망을 표출하는 듯 보였다. 전통무용에 온전히 집중한 이전 <찬란>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향후 다른 제주 소재를 주제로 한 연작 가능성도 기대하게 했다.

일본 Namstrops의 <도마뱀 호수>는 남성 무용수 세 명이 도마뱀의 특성을 재현했다. 과장 섞인 반복 동작으로 웃음을 자아내면서 동시에 역동성을 느낄 수 있었다.

광주시립발레단의 <탈리스만> 파드되(2인무)는 남성 무용수의 노련함, 여성 무용수의 안정적인 연기가 조화를 이뤘다. 

LDP 무용단의 <No Comment>는 10명이 넘는 청년 무용수들이 선사하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침묵과 제약에서 해방으로 나아가는 전개와 마무리를 보면서 한국 특유의 뜨거운 정서를 느꼈다.

김미애, 김용걸의 <Avec Bolero>는 아내, 남편, 아들 세 가족이란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하면서 장르를 넘나드는 춤으로 흥미를 끌었다. 제주 출신으로 국립무용단 훈련장을 맡고 있는 김미애, 국내 대표 발레리노로 손꼽혀온 김용걸의 역량을 새삼 확인했다.

TV 경연 프로그램 <댄싱 9>에 출연하면서 ‘제주 춤꾼’으로 각인된 김설진은 본인의 삶, 예술관을 독백으로 때로는 춤으로 보여줬다. “자신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쪽으로 가라”는 메시지와 더불어 신산공원, 종합운동장에서의 추억도 특별히 꺼내며 더욱 반가운 시간이 됐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흑조 그랑 파드되는 시선을 사로잡는 무용수의 신체 조건과 절제하는 힘이 어우러졌다. 상징과도 같은 연속 32회전(Foutte)도 충분한 볼거리였다.

대미를 장식한 밀물 현대 무용단(Rising Tide Dance Theater)의 <Butterfly Effect Ⅱ>는 무용수 23명이 대거 등장하며 스케일 큰 군무를 선사했다. 보는 이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자유로운 작품으로, 개인적으로는 집단 속 개인의 존재에 주목했다고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출연진들의 나이가 젊은 편이고, 속된 말로 '이름값'을 따져 봐도 전국구급 무용수들이다. 분명 제주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꽤나 매력적인 무대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무용인한마음축제 in 제주>가 아니다. 엄연히 따지면 <무용인한마음축제>는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가 매년 한 차례씩 여는 연례행사에 다름 아니다. 제주도민 입장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제주 상가리에 들어서는 무용연습장 겸 레지던시 ‘문화곳간 마루’와 제주댄스빌리지 사업이다.

센터는 지난해부터 각종 사업을 제주에서 진행하면서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제주에서 무용 예술을 보다 널리 보급하고 발전시킨다는 목표로 차근차근 작업을 진행 중인데, 첫 출발이 바로 문화곳간 마루다.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에 있던 낡은 건물을 무용 연습장 겸 예술인 숙소로 탈바꿈했다. 센터는 이 공간을 지역 주민과 도민 전체를 위한 무용 연습장이자 교육장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문화곳간 마루를 기반으로 그 이상의 댄스빌리지(Dance Village)까지 꿈꾼다는 포부다.

지역 무용 예술인을 위해 제주 밖에서 발 벗고 나서는 노력은 일면 환영할 일이다. 부족한 유·무형의 인프라를 갖추면서 지역 무용 발전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다만, 제주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짧은 시간에 멎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제주에 대한 호기심으로 등장해 금세 떠나버리거나 지역 정서와 멀어진 사례를 이미 도민들은 익숙하게 봐왔다. 각종 개발도 크게 보면 한 맥락이나 다름없거니와, 예술 분야 역시 몇몇 행사가 금세 회자된다. '척박한 제주를 우리가 개척한다'는 시혜적인 자세 또한 경계해야 한다.

이런 점을 인식해서일까. 센터는 여러 제주 출신 인사들과 손잡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자의 걱정이 기우로 남을 수 있도록, 센터는 자신의 목표와 도민의 요구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거두길 바란다. 도민 입장에서는 반가운 마음과 차분한 시선으로 지켜볼 일이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무용인 K씨는 “일회성 관심으로 끝나지 않고 센터가 지역 무용인들과 소통하며 긴 호흡으로 끌고 갈 때 그 취지가 도민 사회에 인정받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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