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제주포럼] 제주대 평화연구소 세션...“주민 동의 없는 국책사업, 숙원은 의도된 허상”

31일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제주포럼 세션에 참여한 장훈교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왼쪽)와 서영표 제주대 교수. ⓒ제주의소리
31일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제주포럼 세션에 참여한 장훈교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왼쪽)와 서영표 제주대 교수. ⓒ제주의소리

도민사회의 뜨거운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제주 제2공항은 과연 도민들이 '오랫동안 품어온' 숙원일까? 이런 질문에 사회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숙원으로 포장됐을 가능성'을 비판하고 도민사회의 냉철한 성찰을 주문해 눈길을 끈다.   

제14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마지막 날인 31일,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소장 조성윤)는 <제주와 오키나와 : 동아시아 섬의 미래> 세션을 진행했다.

김동윤 제주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니시하라 가스히사 일본 세이조대 교수, 서영표 제주대 교수, 장훈교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가 준비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어 이명원 경희대 교수, 최진석 일본 히로시마대 교수, 정영신 도청 앞 천막촌 연구자공방 연구자가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세션은 크게 두 가지 주제를 논의했다. '오키나와 사례를 통한 동아시아 공동체'와 다른 하나는 '제주 제2공항'이다.

특히 제주 제2공항이 과연 ‘제주도민 숙원 사업’으로 인식되는 근원은 무엇인지 파고들었다.

발표자로 나선 장훈교 학술연구교수는 “제2공항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국책사업을 왜 이렇게 일방적으로 진행하냐'로 꼽힌다”면서 “비단 제2공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책사업은 일방적 추진이 반복돼 왔다. 이런 문제의 시작은 경부고속도로 건설 사업에 있다”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성공했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대한민국에서 국책사업은 주민 동의를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본 구조가 굳어져 버렸다."며 "특히 정부 관료들에게 경부고속도로 사업은 일종의 신화(로 인식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국책사업은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아닌 갈등을 소멸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버렸다. 국책 사업 시 벌어지는 갈등이 ‘왜 발생했냐’는 질문은 우선 순위에서 제외되고 갈등 비용을 최소화하는 관리 수준에 그친다."며 "그 모습은 흡사 군사작전처럼 일사불란하다”고 정부 관료 집단의 일처리 방식을 비판했다.

장 교수는 이런 대한민국 국책사업의 문제적 성질을 바탕으로 ‘지역의 숙원 사업’ 역시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허상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역의 오랜 염원이자 숙원 사업은 국책사업을 지자체가 유치할 수 있는 가장 센 동력"이라며 "실상을 보면 지방 정부는 자체 싱크탱크(Think Tank)에 연구 용역을 맡겨 발굴할 사업을 생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은 곧 국책사업에 국가 자금을 끌어들이는 근거로 이용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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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제주포럼 세션이 31일 열렸다. ⓒ제주의소리

장 교수는 이런 구조의 문제점을 아래로부터 여론을 모아 가는 게 아닌, 위에서 아래로 주입시키는 비민주적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같은 대다수 도민들의 여론과 요구가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가공된 계획이 숙원으로 탈바꿈돼 우리에게 동의를 받는 순서다. 숙원이라는 이름을 달았기에 민주적 절차도 우회한다. 여기에는 지극히 정치적인 논리가 담겨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또, “제2공항이 도민의 안정적인 지지를 확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과연 숙원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개인적으로 볼 때 제2공항은 도민 전체의 지지를 안정적으로 받는 숙원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영표 교수는 “제주 제2공항 문제는 거대한 시설 하나를 새로 만드는 문제가 아닌 동시대의 문제가 응축돼 나타나는 사안”이라고 바라봤다.

서 교수는 “제2공항을 바라보는 시선도 정말 다양하다. 제2공항의 성격도 생태, 환경, 평화 혹은 군사 등으로 나뉜다. 어떻게 제2공항 사업을 저지하느냐에 대해서도 기존 정당과 관료들을 상대하는 방식, 실력 행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제2공항 이후 제주의 미래를 어떻게 끌고 가야하는지가 중요한데 이 부분은 아직 크게 논의되지 않았다. 이런 점을 더욱 진전시킬 때 ‘왜 항상 반대만 하냐’는 비판을 뛰어넘을 수 있다. 때문에 제2공항은 도민 앞에 놓인 중요한 시험대”라고 평가했다.

토론자 최진석 교수는 “제2공항을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는 '불투명함'에 있다”고 규정했다.

최 교수는 “건설 계획 내지 그 과정이 너무나 불투명하다. 제2공항 건설 계획에 대해 성실하고 설득력 있는 설명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억지에 가깝다”고 불투명함에 대해 설명했다.

또 “제2공항 건설을 찬성·추진하는 이익 공동체 전모의 불투명함도 있다. 성산의 풍부하고 귀중한 자연이 돈으로밖에 안 보이는 건설회사나 지주들이 속해 있는 것은 물론이지만, 제2공항이 (향후) 공군기지를 겸한다면 그 배후에는 필연적으로 한미(韓美) ‘안보 마피아’가 연루돼 있을 것이다. 이는 거대한 이익 공동체”라고 예리한 비판을 이어갔다. 

최 교수는 나아가 “다른 불투명함은 제2공항 건설을 역사화하는 시각의 결여도 있다. 4.3, 강정해군기지, 제2공항까지 3개의 역사적 사건에는 위로부터의 강대한 압력(국가권력, 국가폭력)에 의해 공동체가 갈등·분열돼 파괴됐다는 공통점(내전의 슬픔)이 있다."라며 "반대운동가들을 바라보는, 강정해군기지·제2공항 찬성 내지 묵인하는 사람들의 시선 밑바닥에는 레드 콤플렉스, 빨갱이라는 울림도 섞여 있지 않냐”고 되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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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장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한편, 니시하라 가스히사 교수는 제주, 오키나와 사이에서 나타나는 10가지 사실을 공통점으로 꼽았다. 

10가지는 ▲섬이라는 공통점 ▲한때는 독립국 ▲본토에 폭력적인 방법으로 강제 병합 ▲전쟁 혹은 내전에 연루된 경험 ▲현재는 군사기지 이슈에 직면한 상태 ▲미국의 세계적 군사전략에 포함된 지역 ▲반(反) 기지운동이 진행 중 ▲관광정책 개발을 위한 비전이 존재 ▲국제적 도시 지향 ▲평화의 섬 지향 등이다.

니시하라 가스히사 교수는 “제주, 오키나와, 대만 등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공동체 비전이 아시아 전역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논의될 필요성이 있다”면서 “동아시아 공동체 비전의 바탕은 좀 더 근본적이고 공통·보편적이며 유형적인 인류 문화가 기초하는 ‘초문화적 조건’을 기반으로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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