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5월 16일부터 철거·정비 작업...“도심 녹지 속 문화 행사 가능하도록” 의견도

5월 16일부터 제주시 신산공원 무단경작지가 철거 중이다. 이곳에서 열린 문화 행사가 가능하도록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 년 간 방치돼 온 제주시 신산공원 무단경작지가 드디어 사라진다. 5월 중순부터 정비 작업이 시작한 가운데, 이번 기회를 살려 자연 속 문화 예술을 즐기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제주시는 5월 16일부터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건물 남쪽 무단경작지를 정비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이 공원 부지인 이곳에서 농작물을 불법으로 재배해 왔는데, 사실상 단속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제주시는 수 년 동안 방관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결국 해당 지역구인 박호형 도의원(일도2동갑,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도정질의 자리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고, 제주시도 뒤늦게 호응하면서 경작지 정비 포함 ‘신산근린공원 공원시설물 정비사업’ 예산 2억 2000만원이 최종 마련됐다.

한창 진행 중인 공사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쓰레기까지 나타난 상태다. 무단경작지에서 발견한 쓰레기 규모는 무려 10여톤. 눈에 보이지 않는 장소까지 쓰레기가 쌓여 예상보다 많은 양이 나왔다는 게 제주시 담당부서인 공원녹지과의 설명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6년 신산공원 무단경작지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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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신산공원 무단경작지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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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말 공원 모습. 무단경작지가 모두 철거 정비되고 곳곳에 쌓였던 쓰레기도 정리됐다.  ⓒ제주의소리
무단경작지 철거 현장. ⓒ제주의소리
무단경작지 철거 현장. ⓒ제주의소리

제주시는 쓰레기 처리가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정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구상은 농로 구간에 야자수매트를 깔아 흙 손실을 막고 산책로로 사용한다. 산책로를 중심으로 주위에 매화나무, 억새 등을 심어 경관을 개선한다. 공사를 마무리하는 7월 24일이면 예전보다 훨씬 쾌적한 상태로 시민들이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정비를 계기로 아늑하게 둘러싼 분지 구조인 무단경작지 구역을, 문화 예술 행사까지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열린 공간은 건물이나 시설물 같은 ‘건축’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때마다 의자, 책상, 매트 같은 최소한의 준비물만 가져다 놓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장소다. 잔디를 심고 계단을 조성하는 정도의 수고면 충분하다.

신산공원 내 시설률은 한계치인 40%에 육박한 39.8% 수준이다. 새로운 건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신산공원은 산책, 운동 같은 용도로 시민들이 활용하지만 그 이상의 문화적 기능은 떨어지고 있다. 기념물이 있는 공원 중심 정도가 어느정도 가능하다.

열린 공간은 책 축제, 강연, 소음 적은 클래식 공연, 무용, 연극, 영화 상영 등 상상하기에 따라 여러가지로 활용할 수 있다. 분지 지형에 나무로 감싸는 형태여서 행정이 민감해 하는 주민 민원도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

단, 인근 주민들이 느끼는 소음 피해를 감안해 스피커, 앰프 같은 증폭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큰 소리도 발생하지 않는 성격으로 제한하는 게 필요해보인다.

무단경작지 정비 도면. Y자 모양은 산책로다. 산책로 주변을 열린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제주의소리
무단경작지 정비 도면. Y자 모양은 산책로다. 산책로 주변을 열린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제공=제주시. ⓒ제주의소리

무단경작지 정비 예산 마련에 앞장 선 지역구 박호형 의원은 “신산공원은 제주시에 유일한 대규모 공원으로서 시민 누구나 쉴 수 있는 일종의 랜드 마크다. 이미 체육시설이 많이 구비 돼 있고 꾸준히 개선도 하는 만큼, 이번에 새 단장하는 무단경작지 지역은 휴식·문화·예술이 함께 공존하면서 시민들이 쉬는 공간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모 예술단체 관계자도 “열린 문화 예술 활동이 가능한 장소가 신산공원 안에 있다면 공원의 가치는 몇 배나 상승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원 주변 지역과 나아가 제주시의 가치까지 발전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제주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현재 정비 사업은 무단경작물과 쓰레기를 치우는 것까지 계획했다. 잔디를 까는 등 열린 공간을 위한 예산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라며 “다만, 우리 부서도 무단경작지 구역에 대한 여러 의견을 인지해 구역 안에 체육시설은 설치하지 않을 생각이다. 앞으로 차차 정비 사업을 진행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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