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풀리지 않은 의혹들
엽기적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풀리지 않은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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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수색 중', 범행동기 '모호'...영장심사 고씨 "유족, 아이에 미안하지 않나" 질문에 또 묵묵부답

 

제주시 한 펜션에서 30대 여성이 전 남편을 살해한 사건에 대한 수사가 나흘째 진행중이지만, 피해자 시신 발견은 물론, 명확한 범행 동기 등도 드러나지 않아 불필요한 억측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도 주요 수사 내용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어 4일 진행되는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모씨가 4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고씨는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모씨가 4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고씨는 "아이와 유족에게 미안하지 않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여전히 입을 닫았다. ⓒ제주의소리

제주동부경찰서는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고모(36.여)씨를 긴급체포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간의 행적을 돌아보면 고씨는 지난달 18일 거주지인 충청북도 청주에서 자신의 그랜져 차량을 몰고 배편으로 제주에 입도했다. 같은달 25일 고씨는 전 남편 강씨와 강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과 함께 사전에 예약한 제주시 조천읍 소재 모 펜션에 입실했다.

범행이 이뤄진 시기는 고씨가 전 남편과 함께 펜션에 입실한 당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후 펜션 인근 폐쇄회로(CC)TV를 통해 고씨가 27일 이 펜션에서 퇴실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튿날인 28일에는 제주항에서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빠져나갔다.

강씨의 가족으로부터 실종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수사에 나선 경찰은 강씨의 마지막 행적인 해당 펜션에서 '루미놀 검사'를 시행해 치사량에 이르는 다량의 혈흔을 발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의뢰 결과 이 혈흔은 강씨의 DNA와 일치했고, 경찰은 고씨를 피의자로 지목해 거주지인 청주시 주거지 인근에서 긴급 체포했다. 체포 현장에서는 고씨가 범행에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도 발견됐다.

◇ 사라진 시신은 어디로?...제주-전남 배편 해양수색 중

실종된 지 보름이 지났고, 본격적인 경찰 수사도 나흘째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강씨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고씨가 시신을 훼손해 유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루미놀 검사에서 사건 현장의 거실, 욕실, 부엌 등 곳곳에 혈흔이 남아있다는 점 등은 심증을 굳히는 대목이다.

고씨는 제주를 떠나기 2시간여 전에 제주시 소재 마트에서 대형 종량제 봉투 수십여장과 여행용 가방, 비닐장갑 등을 구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수사 과정에서도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제주 항로에서 피해자 강모씨의 시신을 찾고 있는 제주해경. 사진=제주해양경찰청
전남-제주 항로에서 피해자 강모씨의 시신을 찾고 있는 제주해경. 사진=제주해양경찰청

경찰은 실제로 고씨가 탑승한 여객선에서 시신이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바다에 던지는 CCTV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4일 [제주의소리] 취재진의 질문에서도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CCTV가 확인된 것은 맞지 않느냐"는 거듭된 물음에 부정하지 않았다. 

제주해경은 경찰의 요청을 받고 지난 3일부터 함정 6척을 해당 항로에 투입해 집중 수색을 벌이고 있다. 시신 유기 당시 여객선 위치와 해수유동예측시스템 등을 활용해 수색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고씨의 진술을 토대로 보면 시신이 유기된 시기가 이미 일주일 이상 지나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고씨가 전남에 다다른 이후 곧바로 거주지로 돌아가지 않고 경기도 김포시 등에 머물렀던 점으로 미뤄 타 지역에 시신을 유기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범행 동기?..."아이 양육권 등으로 갈등 커져"

범행 동기 역시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가족 진술 등을 토대로 보면 아이 문제 때문에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들에 따르면 강씨와 고씨는 2년 전 합의 이혼했고, 강씨는 제주에서, 고씨는 새가정을 꾸려 충북 청주에서 생활했다. 아들은 양육권을 지닌 고씨의 친정인 제주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는 이혼 후 고씨가 아들을 보여주지 않자 아들과의 만남을 위해 면접교섭권을 주장하며 제주법원에 가사소송을 제기했다. 강씨는 대학원 생활을 하는 등 특별한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도 매달 40만원씩 양육비를 보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고씨는 수 차례 재판에 응하지 않다가 과태료까지 부과돼 재판에 나왔다. 마지 못해 출석한 마지막 재판장에서는 강씨를 향해 고성을 질렀다는 것이 유족 측의 설명이다.

지난 2일 제주동부경찰서를 찾은 '전 남편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들. ⓒ제주의소리
지난 2일 제주동부경찰서를 찾은 '전 남편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들. ⓒ제주의소리

범행 당일은 강씨가 이혼 후 2년만에 처음으로 아들과 만나는 자리였다. 이 같은 재판 과정에서 고씨와 강씨의 감정은 더욱 어긋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경찰은 명확한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다.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장은 전날(3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피의자가 범행 동기에 대해 진술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 자기가 주장한 부분은 있는데 그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언급하는 것 자체가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되기 때문에 설명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여러 정황 상 경찰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고씨가 한적한 곳의 펜션을 미리 예약했다는 점, 범행 당일 강씨의 차량을 다른 지역에 세워두도록 하고 자신의 차량으로 옮겨타도록 유도했다는 점, 범행 도구를 사전에 준비했다는 점 등을 주목했다.

◇ 공범 개입 여부?...정황 증거는 아직

사건에 공범이 개입했을지 여부도 해결돼야 할 의문이다.

제주로 압송될 당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고씨는 160cm 가량의 작은 키에 마른 체형이었다. 고씨가 성인 남성의 사체를 훼손하고, 옮길만한 근력이 있는지를 두고도 의혹이 일고 있다.

고씨는 체포 당시 오른손에 붕대를 두르고 있었다. 범행 당시 또는 사체를 훼손하는 과정에서 다쳤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공범이 개입했다는 특별한 정황 증거는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씨 역시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단독 범행이었다"고 진술한 상황이다. 

경찰도 공범 개입의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연히 수사중에 있다"고 밝혔지만, '가능성이 있어서 수사가 이뤄지는 것이냐'는 거듭된 질문에는 "보편적인 측면에서 보고 있다"고 짧게 답한 바 있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 모씨가 4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머리 위에 상의를 뒤집어쓴 채 제주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고씨는 취재진 질문에 일체 답하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 모씨가 4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머리 위에 운동복 상의를 뒤집어쓰고 얼굴을 가린 채 제주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고씨는 취재진 질문에 일체 답하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 영장실질심사 4일 오후 결론, 신상공개 검토중

고씨는 4일 오전 11시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에 출석했다.

고씨는 범행 동기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제주지방법원 앞에서도 '유족과 아이에게 미안하지 않나'라고 물었지만 상의를 깊게 눌러쓰고 답변하지 않았다.

고씨의 구속 여부는 이날 늦은 오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잔혹성으로 인해 신상공개가 이뤄질 지 여부도 주목된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 측에서는 신상공개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주지방경찰청의 심의위원회가 신상공개 권한을 지니고 있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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