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소년 모임 ‘우리도제주도’ 출범...“제2공항, 동물테마파크 등 난개발 반대”

“이대로 라면 우리가 성인일 때, 제주가 남아 있을까요?”

제주도를 덮친 난개발의 위협이 기어코 청소년들까지 나서게 만들었다. “더 이상 어른들에게만 맡길 수 없다”며 제2공항, 동물테마파크, 비자림로 등 난개발을 반대하는 청소년 모임이 탄생했다.

‘우리도제주도’는 6일 오전 11시 제주도청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리도제주도는 표선고등학교, 남주고등학교, 오현고등학교, 탐라중학교, 제주여자중학교 등 도내 중·고등학교 재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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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을 비롯한 제주도 난개발을 반대하는 제주 청소년 모임 '우리도제주도'가 6일 출범 기자회견을 가졌다. ⓒ제주의소리

세월호 추모 집회에서의 인연으로 날로 심각해지는 제주 환경 문제에 공감하며 이 자리까지 만들었다. 현재 회원 수는 18명. 제2공항을 비롯한 각종 난개발과 제주 환경 파괴를 반대하는 또래 친구들의 참여를 모집 중이다.

우리도제주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2공항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원희룡 지사 면담을 공개 신청했다. 만약 면담이 거부되거나 6월 14일까지 성사되지 않을 시, 일주일에 한 번 학교를 ‘등교 거부’ 하겠다고 선언했다. 등교 거부는 맨 처음 두 사람부터 시작하고 그 시간 동안 도청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다. 나머지 학생들은 각자 학교에서 피켓 시위로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9일 오후 2시 제주시 중앙로 77 지하에 위치한 ‘관심사’에서 청소년 토크콘서트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세요>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10일부터는 환경 파괴 반대 청소년 서명운동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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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현장에서 피켓을 준비한 청소년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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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피켓. ⓒ제주의소리

우리도제주도는 기자회견문에서 “우리는 제주도의 여러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나섰다. 어른들이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어른들이 써준 글을 읽는 것도 아니”라며 “우리는 그저 우리가 오래도록 살아갈 제주를 지키고 싶은 청소년이다. 어른들은, 부디 우리의 소리를 어린아이 억지로 받아들이지 말고 한번이라도 곱씹어 생각해주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청소년들은, 절대 가만히 앉아서 노예가 되지 말고 행동하다. 모두들, 우리와 함께 제2공항을 반대하고 제주의 환경을 지켜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발언자로 나선 탐라중학교 3학년 김주희 양은 “교과서에는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는 자연 환경을 아름답게 보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쓰여 있다. 하지만 현실을 보고 있자면 우리 제주 환경은 지켜지기는커녕, 비자림로는 베어지고 있고, 제2공항이 들어선다고 한다. 바다는 쓰레기로 뒤덮여 가고, 시외로 나가면 짓다만 건물들이 방치돼 있다. ‘청정 제주’는 옛말이 되어버렸고, 지하수는 위험수준으로 측정될 만큼 오염됐다. 발전이 아닌, 변질 중인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양은 “한 번 훼손한 자연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고, 후폭풍은 모두 우리 세대가 감당해야 하는 것을 안다. 우리 청소년들이 공부만 하며 가만히 있다가는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했을 때 이미 제주는 없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이렇게 모였다”고 강조했다.

표선고등학교 1학년 이도경 군은 “제2공항이 건설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 지역사람들의 생활을 악화시킨다. 땅이나 다른 재산이 많은 사람들은 큰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평범하거나 빈약한 벌이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타격이다. 아무리 지자체에서 보장을 해준다고 하지만 이미 각광을 받을 대로 받아 폭등해버린 제주도의 땅값과 집값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또 “제2공항이 생긴다면 상대적으로 각광을 덜 받는 표선 등의 지역이 주목받을 것이다. 그로 인해 경쟁력이 있는 유명 브랜드의 가게들이 입점해 결국 그 지역의 골목상권을 죽일 것”이라며 “우리 부모님은 자영업을 하는데, 제2공항이 들어서게 된다면 자연히 따라 들어오게 될 유력한 프랜차이즈들과 가게 임대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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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켓 뒤로 도청이 보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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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청소년들은 끊임없는 시험에 집중하면서 막상 제주를 제대로 알아볼 시간을 빼았겼다는 취지로 시험지를 찢는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제주의소리

이 군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제2공항은 제주도 환경을 파괴한다. 오름과 철새도래지 파괴, 지금도 넘치는 쓰레기 문제가 심화될 것이다. 여느 육지 도시와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바뀌면서 제주도만의 고유한 매력도 없애버릴 것”이라며 “지금도 땅값은 폭등하는 추세인데 제2공항으로 더욱 오른다면 제주도에 땅을 소유하는 사람들은 쾌재를 부르며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제주도에 땅도 없고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부자들은 더욱 부유해지고 빈곤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표선고등학교 1학년 이건웅 군은 “저는 더 이상 과거를 탓하며 가만히 있지 않겠다. 또 어른들에게만 믿고 맡기지 않겠다. ‘어른들만 믿고 공부나 해라’, ‘가만히 있으라’ 언제까지 이런 소리나 들으며 살아야하느냐? 더 이상 이런 소리나 들으며 살 수는 없다. 이 사회의 미래는 우리의 미래다. 그런데 왜 우리에게 묻지 않냐? 왜 우리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냐”고 어른들을 향해 외쳤다.

이날 청소년들은 끊임없는 시험에 집중하면서 제주를 제대로 알아볼 시간을 빼았겼다는 취지로 시험지 찢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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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 갈 제주의 미래를 어른들의 손에만 맡기지 않겠습니다.
제주 제2공항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제주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신경 쓰지 않으면 제주도를 신경 쓸 이들이 없다는 생각에, 우리가 앞으로 제주에서 살아갈 사람들이란 생각에 6월 6일 제주를 지키는 마음으로 뭉쳐서 목소리를 냅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도 지금 제주가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제주에만 있는 오름을 망가뜨리는 걸, 관광객이 난장판 치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제2공항이 제주에 절대 득이 되지 않고,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 것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제2공항이 들어오면 제주 공동체가 깨진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미 사람들이 많이 들어 와 여러 문제들이 생겼는데 사람을 더 들이겠다는 것은, 제주도를 콩나물시루처럼 만들겠다는 말인 걸 알고 있습니다.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제주의 작은 허파를 절개해 아스팔트로 채우는 끔찍한 사업인 걸 알고 있습니다. 제주 곳곳이 개발되면 우리가 기억하는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도, 우리가 돈을 벌어서 집을 살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주의 환경이 미래에 우리의 자원이 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른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릴 때, 미래에 살 사람들이 어떤 피해를 받을지 고민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교육청이나 선생님들이 이 모든 것들을 우리 학생들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어른들의 잘못된 결정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치우는 게 결국 우리의 몫인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모른다고 어린애 취급하며 무시하고 우습게 볼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제주 환경을 지키는 청소년 모임 '우리도제주도(우주모임)' 결성을 선포합니다. ‘우리도제주도’는 오늘부터 제2공항과 비자림로 확장 공사를 거부하고, 제주 전역에 같은 생각을 가지고 숨죽이며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모아 아래와 같이 행동에 나설 것입니다.

1. 원희룡 도지사님에게 제2공항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면담을 공개 신청합니다.
   만약 면담이 거부되거나 6월 14일까지 성사되지 않을 시, 등교거부를 할 예정입니다.
2. 각자 소속된 학교 안에서 피케팅을 할 것입니다.
   선생님들이 공부나 하라고 말씀하시니, 우리가 직접 제주의 현실을 알리겠습니다.
3. 청소년 토크콘서트를 열고 우리의 방식으로 문제의식을 확산하겠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6월 9일(일) 오후 2시 / 제주시 중앙로 77 지하 ‘관심사’
4. 6월 10일부터 환경 파괴 반대 청소년 서명운동으로 목소리를 모아 나가겠습니다.

우리는 제주도의 여러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나섰습니다. 우리는 어른들이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어른들이 써준 글을 읽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가 오래도록 살아갈 제주를 지키고 싶은 청소년입니다. 어른들은, 부디 우리의 소리를 어린아이 억지로 받아들이지 말고 한번이라도 곱씹어 생각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청소년들은, 절대 가만히 앉아서 노예가 되지 말고 행동합시다. 모두들, 우리와 함께 제2공항을 반대하고 제주의 환경을 지켜가기를 바랍니다.

2019년 6월 6일 제주를 지키는 날
‘우리도제주도’ 일동

강유나, 이건웅, 강미선, 김노을, 김주희, 김태인, 권용우, 박준희, 김소희
이도경, 김준철, 한준, 김예지, 정희수, 김지한, 고명현, 박해온, 고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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