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묘기지권(墳墓基地權)과 금융에서의 관습법
분묘기지권(墳墓基地權)과 금융에서의 관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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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풍습 속 숨겨진 금융상식] 17. 분묘기지권

1. 토지매매시 분묘기지권(墳墓基地權)에 대한 이해가 필요

제주시는 지난 4월부터 5월말까지 10년 이상 무연분묘에 대한 일제 정비 신청을 받았다. 정비 대상은 경작지나 임야 등 사유지에 방치된 무연분묘다. 토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생활 환경을 저해하는 등 효율적인 토지 이용에 방해된다는 이유다. 신청 건은 현지조사를 거쳐 대상을 확정하고, 8월부터 3개월간 홈페이지와 언론에 무연분묘 개장을 공고한다. 이의가 없으면 최종 확정해 11월부터 개장허가증을 교부한다. 신청인 본인 부담으로 개장, 유골을 화장한 뒤 10년간 양지공원이나 공설봉안시설 등에 안치해야 하는 의무조건부 허가이다.

만약 매수하려는 토지에 산담(묘지)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제주에 불어온 토지 가격 상승세를 감안하면 이런 상황이 적지 않게 나타난다. 기존 소유인의 가족 묘소라면 묘지 이전(이장)으로 충분하지만, 오랫동안 연고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처리 방법을 놓고 생각할 것이 많다. 그냥 방치해 둔다면 토지의 활용 측면에서 제약이 많아지고, 무턱대고 묘지를 이전한다면 법적인 책임까지 지게 되므로 잘 알아보고 움직이는 것이 좋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 2008년 5월 26일 시행)’에 따르면,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해서는 분묘기지권이 인정된다. 분묘기지권이란 타인의 토지 위에 분묘를 설치한 자가 그 분묘를 소유하기 위해 그 분묘가 있는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이다. 우선 ▲토지 소유자의 허락을 받아 묘지를 설치한 경우 ▲자신의 땅에 묘지를 설치한 후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면서 묘지 이전에 대해서는 별다른 약정을 하지 않은 경우 ▲남의 땅에 묘지를 설치하고 20년 동안 평온•공연하게 점유해 사용한 경우에 인정된다.

매수 검토 중인 토지에 분묘가 있다면, 그 분묘가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 시점 이후에 설치된 것이고, 토지소유인의 승낙을 받은 것이 아니라면, 조속히 관리인을 찾아 이전을 요청하자. 또한 매매계약 시 묘지 이전에 관한 특약조건을 명시하고 이행요청할 필요가 있다.

만일 이 시점 이전에 설치된 것이라면 장사법에 의한 존속기간(30년 + 30년)의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분묘기지권을 인정하고 토지가치를 재산정해야 한다.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며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에는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은 영원히 존속한다.

산담을 그냥 방치해 둔다면 토지의 활용 측면에서 제약이 많아지고, 무턱대고 묘지를 이전한다면 법적인 책임까지 지게 되므로 잘 알아보고 움직이는 것이 좋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산담을 그냥 방치해 둔다면 토지의 활용 측면에서 제약이 많아지고, 무턱대고 묘지를 이전한다면 법적인 책임까지 지게 되므로 잘 알아보고 움직이는 것이 좋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마지막으로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라 하더라도,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해당 토지에 설치한 분묘이거나 ▲묘지 설치자 또는 연고자의 승낙 없이 해당 묘지에 설치한 분묘는 보건복지부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관할 시장의 허가를 받아 분묘를 개장해 이전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분묘 관련자에 대한 통지 또는 3개월 이상의 공고를 전제로 하며, 공고기간 이후에도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 일정 기간 봉안했다가 처리해야 한다.

소유권은 무단점유 시에는 인정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분묘의 경우에는 비록 다른 사람의 토지 위에 설치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분묘와 주변의 일정 면적의 땅에 대해서 사용권을 인정해주는 관습법상 권리가 인정된다.

2. 금융의 관습법과 비과세 한전채, 미국식 옵션

관습법(慣習法)이란, 사회생활상의 무의식적으로 반복되어 나타나는 행동양식인 관습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법이다. 제정법(制定法)이 정비됨에 따라 관습법의 역할은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으나, 상식과 통상적 개념이 기본이 되는 점에서 성문법(成文法主義)에서도 여전히 의미가 크다.

세금을 부과하는 원칙에 있어서 조세포괄주의와 열거주의가 공존한다. 조세포괄주의란 세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비슷한 행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과세 방식이다. 대부분의 소득세는 포괄주의에 입각해 부과된다. 특히 상속세와 증여세는 2004년부터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해 세대 간의 자산 이전에 대해 면밀한 세무조사로 과세한다.

반면 열거주의는 과세 대상과 과세 요건을 일일이 명시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과세 방식이다. 예를 들어 양도소득세는 이러한 방식을 따르는데,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는 자산의 범위를 사전에 정해 놓고, 해당 유형의 자산을 양도할 때 발생하는 양도차액에 대해 과세한다. 부동산과 부동산에 관한 권리, 주식과 유가증권, 영업권과 이용권 등을 포함하는 기타 자산, 파생상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 비과세로 4% 수익을 내는 한전채

이렇게 포괄주의와 열거주의를 병행하는 과세 방식에도 불구하고, 비과세 채권(엄밀히 이야기하면 과세대상이 아닌)이 있다. 한국전력이 달러화 조달을 위해 1996년 4월에 발행한 달러 표시 외화채권이 있다.

이 채권은 만기 100년(2096년 4월)인 장기채로, 최근 유통수익률 약 4% 수준에 거래된다. 중요한 것은 비과세가 적용되는 사유인데, 한국기업이 발행한 외화채권에 대한 과세 법률이 채권 발행일보다 늦은 1998년 1월에 발효됐기 때문에 열거주의에 입각해 과세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인 소득세 14%는 비과세, 농어촌 특별세 1.4%만 부과된다.

특히, 한국전력이 갖는 신용도와 함께, 만기가 길고 절세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속이나 증여를 염두한 투자 수요가 매우 높았고, 실제로 시장에 처음 소개되었던 8~9년 전에 서울 강남 자산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던 채권이다. 그런데 시장은 공평하다. 장외거래에서 물량이 부족해 한동안 거래가 없다가, 최근 모 외국계 보험사의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일부 거래가 이뤄졌다.

# 미국식 옵션? 유럽식 옵션?

또한 다양한 금융 투자 상품을 검토하다 보면 많은 용어에서 관습법의 잔재를 접할 수 있다. 주식, 채권, 금과 석유 같은 원자재 등의 기초자산 가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파생상품 중에 거래소시장에서 다루는 옵션(option)이라는 장내 파생상품이 있다. 옵션계약이란 장래의 일정시점 또는 일정기간 내에 특정 기초자산을 정한 가격에 팔거나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조건이 충족되면 거래당사자 간에 권리행사를 통해 정산하는데, 만기일에만(only at the expiration date) 권리행사를 할 수 있는 것을 유럽식옵션(European option), 만기일까지 기간 중 언제라도 권리행사를 할 수 있는 것을 미국식옵션(American option)이라고 한다.

이런 용어가 생긴 이유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짐작해보면, 기일 때까지 신용을 기반으로 당사자 간의 포지션이 유지되는 유럽식 정산방식과는 달리, 18세기 미국에서는 매일마다 매입과 정산이 이루어지는 일 단위 정산방식이던 역사에 기인한다. 미국식 옵션이란 이러한 일 단위 유럽식 정산방식이 원하는 시점까지 자동 연기되는 형태로 진화한 셈이다..

제주에서도 분묘기지권이라는 관습법이 소유권과 대치되는 상황이 존재하고, 무연분묘에 대한 일제 정비를 통해 토지 효율을 높이고 갈등상황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장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별적으로 권리관계를 정비할 수도 있다. 금융에서도 마찬가지로 성문화된 법률보다 관습법이 우선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포괄주의와 열거주의를 적절히 적용하는 과세체계에도 불구하고 과세할 수 없는 채권이 나오기도 한다. 기존 유럽식 옵션 정산 방식과 달리 관습적인 금융관행을 용어로 만든 미국식 옵션과 같이 많은 금융용어들이 관습에 근거한다.

# 손권석은? 

현재 KEB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 내 제주인터내셔널PB센터를 이끌고 있는 프라이빗뱅커이다. 미 일리노이대학 경영대학원 MBA 출신으로 세계적인 IT서비스기업인 아이비엠에서 기술영업대표와 컨설턴트를 지냈다. KEB하나은행 입행 후 거액자산가들을 위한 금융상품 개발과 자문업무를 수행했고, 부자들의 투자방법과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기 위해 부자보고서를 발간했다. 금융업의 집사라고 불리우는 프라이빗뱅커(Private Banker) 업무는 금융자산 관리 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기업재무관리까지를 포함한다. 가업승계와 증여를 통해 절세전략을 세우는 등 가문의 재산을 관리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학창시절부터 세계배낭여행과 국제교류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접해 본 여행가이며, 2001년 가을 이후 제주의 매력에 빠져 사진기 하나를 달랑 메고 계절마다 제주를 찾았던 제주 애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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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ae4 2019-06-09 09:31:48
메세지도 참 어렵게도 써놨네~~
12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