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전 마트서 흉기-표백제-봉투 등 구입...시신훼손 도구 추가 주문

 

제주시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고유정(37.여)이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제주동부경찰서는 9일 박기남 서장 주재의 브리핑을 통해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과 관련한 수사 진행상황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경찰은 고유정이 범행 전 제주시내 한 마트에 들러 범행현장 은닉에 사용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물품을 다량으로 구입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오후 11시쯤 제주시내 한 마트에서 촬영된 이 영상에는 고유정이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흉기와 표백제, 고무장갑, 종량제 봉투, 청소도구 등을 구입하는 장면이 담겼다.

구입한 물품들을 보면 고유정이 사전에 시신 훼손과 현장 청소까지 치밀하게 계획했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지난달 22일 제주시내 한 마트에서 범행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품들을 구입하고 있는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 사진=제주동부경찰서
지난달 22일 제주시내 한 마트에서 범행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품들을 구입하고 있는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 사진=제주동부경찰서

고유정이 전 남편인 피해자 A씨(37)를 만나기 전에 휴대전로 '니코틴 치사량', '살인 도구' 등의 검색어 외에도 '시신 유기 방법' 등 구체적인 검색어를 기록했다는 점도 추가로 확인됐다.

시신을 훼손한 도구도 거주지인 청주에서부터 소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고유정이 사건이 발생했던 펜션에서 A씨의 시신을 훼손하고 시신의 일부를 제주~완도행 여객선 해상에서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남은 시신의 일부는 경기도 김포시 소재 가족 명의의 아파트에서 훼손·유기한 정황도 드러났다.

고유정은 뱃길에 오르며 휴대전화를 이용해 시신을 훼손하는데 더 수월한 자동식 도구를 추가로 구입, 택배로 받아 A씨의 남은 사체 일부를 훼손하고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수색 결과 지난 5일에는 A씨의 뼈로 추정되는 물체가 인천 소재 재활용업체에서 발견됐다. 뼛조각으로 추정되는 물체는 발견 당시 3cm 이내의 크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  ⓒ제주의소리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 ⓒ제주의소리

이 물체는 이미 1차 파쇄 작업을 거치고 소각된 직후였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감정을 의뢰했지만, 이미 500~600도 이상의 고열에서 DNA가 훼손됐을 가능성도 높다.

이 밖에도 경찰은 사건 발생 펜션의 하수구에서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 60수 정도를 확보하고 국과수의 감정을 의뢰했다.

한편, 고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줄곧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범행 패턴을 보면 완전범죄를 꿈꾸지 않았나 생각한다. 범행도구도 도로 갖고 가는 등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발적인 범행을 주장하면서 설명하는 것들이 앞뒤가 안 맞는 것들이 많고, 미리 계획된 범죄라는 근거가 많다"며 "이는 재판 과정에서도 세밀하게 다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