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진기] (5) 제주 청년정책 3년, 이제 다시 시작이다 / 강보배

'제주 청진기'는 제주에 사는 청년 논객들의 글이다. 제주 청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청년이 함께 하면 세상이 바뀐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 청년들의 삶,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서브컬쳐(Subculture)에 이르기까지 '막힘 없는' 주제를 다룬다. 전제는 '청년 의제'를 '청년의 소리'로 내는 것이다. 청진기를 대듯 청년들의 이야기를 격주마다 속 시원히 들어 볼 것이다. [편집자] 

제주 청년기본조례가 2016년 6월 제정되고, 3년이 흘렀다. ‘1만시간의 법칙’이나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처럼 3년이란 시간은 어떤 영역에서 기본기를 갖추는데 필요한 시간을 말한다. 실제 3년 동안 제주 청년정책도 많은 진전이 있었다.
 
2016년 7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 평생교육과 청년정책팀으로 시작했던 전담부서는 이제 기획조정실 청년정책담당관으로 과단위로 확대됐다. 전체 인원도 16명(청년정책담당관 1명, 인재정책팀 5명, 청년정책팀 3명, 청년활동지원팀 3명, 대학정책팀 4명)으로 지자체 행정규모를 비교해도 전국 상위권이다.
 
예산도 크게 확대 됐다. 2017년 105억원(시행계획 기준)이었던 예산이 2019년 598억원으로 6배 가까이 늘었다. 지자체마다 청년예산을 어떻게 잡고 있는가에 따라 청년관련 사업을 확대 해석하는 경우도 있어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제주보다 인구·면적 등 규모가 큰 광주나 대전광역시의 청년 예산이 300억원 정도를 투입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제주가 분명 청년정책에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변화는 청년기본조례를 도입하는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적극적 의지를 내면서 청년정책을 견인하고 있는 도의회는 물론 이에 발맞춰 빠르게 청년정책을 펼쳐온 도정의 노력, 그리고 이전까지 청년들을 품지 못한 채 내보내야만 했던 안타까움을 풀어주자는 제주 사회의 응원이 함께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청년정책은 기본기를 쌓는 과정이었다. 청년정책은 이제야 본격적인 시작이다. ‘이제 시작’이라는 말은 청년 예산을 무턱대고 더 늘려야 한다거나 청년들만을 위한 사업을 더 벌여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제주는 결코 행정조직도 예산도 어떤 지자체에 밀리지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의 변화가 양적인 측면에 집중돼 있었다면 이제 청년정책이 함의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살펴보고 질적인 변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먼저 실제 청년정책이 정말 청년들의 삶에 닿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3년간 청년정책이 펼쳐졌지만 과연 그 정책을 접해보거나 도움을 받은 청년들은 얼마나 될까? 안타깝게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정보가 다가가지 않아서, 누군가는 지원 기준에 걸려서, 누군가는 지원을 받고도 그 과정이 불편해서 등 많은 장벽들이 청년정책을 둘러싸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장벽을 깨기 위해선 청년들의 삶에 더 깊고, 더 너르게 다가가야 한다.
 
청년정책이 제주사회에 닿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도 빼놓을 수 없다. 청년정책은 단순히 청년들의 삶을 돌봐달라는 정책이 아니다. 청년들이 살아갈 미래의 제주를 그리는 과정에 청년과 제주 사회가 함께 하자는 것이다. 청년들은 자신이 살아갈 미래를 찾을 수 없는 답답함에, 제주사회는 미래를 같이 그릴 청년들이 없는 답답함에 함께 힘들어 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함께 만나지 못한 것일까. 어떤 간격이 우리를 막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 간격을 좁혀나가야 한다. 청년들이 다가가지 못하는 불편함이 무엇인지 더 깊고, 더 너르게 들여다봐야만 할 것이다.
 
제주 청년정책은 이제 시작이다.

강보배는?

만 28세.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사무국장.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청소년교육, 청년정책, 사회적경제, 주민자치에 관심을 갖고 '더 나은 제주'를 꿈꾸며 활동해왔다.

지금은 노마드처럼 전국을 다니며 청년들을 연결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