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남 동부경찰서장 종합브리핑 "치밀한 계획범죄...공범개입 가능성 적어"

경찰이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의 피의자 고유정(37.여)에 대한 수사 결과 '계획적 단독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전 남편으로 인해 현재의 결혼생활이 깨질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등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11일 박기남 서장 주재로 '전 남편 살인사건'에 대한 종합브리핑을 갖고, 살인·사체손괴·유기·은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을 12일 검찰에 구속 송치한다고 밝혔다.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 ⓒ제주의소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오후 8시에서 오후 9시께 제주시 소재 모 펜션에서 전 남편인 A씨(37)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현장의 혈흔 분석 결과 고유정은 반수면 상태인 A씨를 뒤따라가며 3차례 이상 흉기로 찔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살해 후 고유정은 같은달 27일까지 이틀에 걸쳐 A씨의 시신을 훼손해 28일 완도행 여객선에서 시신 일부를 바다에 유기하고, 29일에는 경기 김포 소재 가족 명의이 아파트에서 남은 시신의 일부를 2차 훼손, 종량제봉투에 담아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 "통신기록-범행도구 미뤄 공범 없는 단독범행" 판단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공범이 없는 고유정의 단독범행으로 판단했다.

박기남 서장은 "피의자는 체포 당시 단독 범행을 주장했으나 체격이 작은 여성 피의자가 남성을 살해했고,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후 옮긴 점 등에 의문이 있어 수사 초기 공범연루 가능성을 집중 수사했다"고 말했다.

실제 그동안 키 160cm 몸무게 50kg 가량의 상대적으로 왜소한 체구의 고유정이 키 180m에 몸무게 80kg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A씨를 공범없이 어떤 방법으로 살해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그러던 중 고유정의 압수품에서 채취한 A씨의 혈흔에 대한 약독물 검사 결과 피해자의 혈액 속에 수면제인 '졸피뎀'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지난달 22일 제주시내 한 마트에서 범행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품들을 구입하고 있는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 사진=제주동부경찰서
지난달 22일 제주시내 한 마트에서 범행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품들을 구입하고 있는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 사진=제주동부경찰서

혈액 검사는 고유정의 차량에서 압수한 이불에 묻어있던 피해자의 혈액을 확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재감정을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당초 국과수는 혈액이 미량이라 약독물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해왔지만, 정밀 재감정을 통해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음을 밝혀냈다.

박 서장은 "범행시간대 피의자의 휴대전화 사용내역, 피의자가 범행도구 수면제 및 범행도구 구입 등 사전 범행을 준비한 점, 체포 시 까지 동행인이 없었던 점, 여객선 내에서 혼자 시신 일부를 유기하는 장면이 확인되는 점 등으로 볼 때 공범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 치밀한 계획범죄...고유정 흉기 소지 이유에 "목공에 관심 많아서"

또 경찰은 사건이 교유정의 치밀한 계획 하에 진행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 서장은 "피의자는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으나 범행 전에 범행과 관련된 단어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했고, 제주도 입도 전인 지난달 17일 주거지에서 20km 떨어진 병원·약국에서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매하는 등 범행도구를 마트와 온라인을 통해 구매했다"고 말했다.

고유정이 범행을 최초 계획했던 시기는 지난 5월 10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고유정이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통해 '졸피뎀' 등 범행 관련 검색을 시작한 시기다.

아들의 면접교섭권 소송과 관련해 고유정과 A씨가 제주지방법원에서 만난 시기가 직전날인 5월 9일이었다는 점으로 미뤄, 재판 직후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 사진=제주동부경찰서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 ⓒ제주의소

고유정은 제주로 내려갈 당시에도 시신 훼손·유기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를 미리 구입해 소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박 서장은 "차량을 주거지에서 제주도까지 가져와 시신을 싣고 되돌아간 점, 범행현장을 청소한 사실,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하기 어렵도록 훼손 후 여러 장소에 유기한 점 등에서 사전에 계획된 범행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반면, 계획범죄 정황이 드러남에도 '우발적 범행'이라는 고유정의 진술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획범죄 증거에 대해서도 회피성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전언이다.

특히 사전에 흉기를 구입한 이유에 대해 "취미활동에 관심이 많아서 구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범행 도구에 대해서는 "목공에 관심이 많아서 샀는데 우연히 옆에 있어서 사용하게 됐다"는 식의 발언을 일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범행동기 '가정사' 추정..."전 남편 존재에 극심한 불안"

그동안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던 범행동기와 관련해서는 '가정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 서장은 범행동기와 관련 "피의자는 체포 당시부터 피해자가 성폭행을 하려고 하자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살해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범행수법 등을 인터넷에서 사전에 검색하고 범행도구를 사전에 구입하거나 준비한 점 등으로 볼 때 피의자의 주장은 허위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장. ⓒ제주의소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장. ⓒ제주의소

이어 "프로파일러 투입 결과, 피의자가 전 남편인 피해자와 자녀의 면접교섭으로 인해 재혼한 현재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등 피해자의 존재로 인해 갈등과 스트레스가 계속될 것이라는 극심한 불안 때문에 범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서장은 "관련 기록상 피의자의 정신질환은 확인되지 않고 있고, 범행 과정에서도 면밀한 계획과 실행이 확인되며, 조사 과정에서도 별다른 이상 징후를 느낀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고유정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큰 심리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얼굴이 공개된 직후 잠을 못 이루거나 무언가를 기록하는 등 동요하기도 했으나, 그 이후 점차 안정돼 식사를 하거나 샤워를 할 때도 이상징후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검찰 송치 이후에도 피해자의 시신 발견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피해자 및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하고, 피의자에 대해 검찰과 협력, 증거보강 및 엄정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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