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작가(전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는 6월8일부터 16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개인전 <4.3 정명(正名)>을 개최한다. 제주와 오키나와는 평화의 섬을 지향하는 공통분모가 많은 곳이다. 

이번 전시는 오키나와에서 해마다 열리는 평화 예술 행사 ‘마부니 피스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마부니 피스 프로젝트 조직위원회 초청으로 마련됐다. 전시 장소는 오키나와 나하 시에 위치한 갤러리 라파예트이며, 작가의 4.3 판화 작품 20여점을 전시한다. 민중미술 운동이 한창 활발하게 이뤄지던 1980년대 작품이 주를 이룬다.

‘4.3 정명’이라는 제목에서 잘 드러나듯, 이번 전시는 4.3 민중항쟁의 시선을 오롯이 담아낸다. 전시 장소가 일본의 내부 식민지나 다름 없는 오키나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오키나와는 태평양전쟁 당시 주민의 1/4(민간인 10만여 명, 전체 주민 40만 명)이 희생당하는 엄청난 피해를 당했다. 현재는 주일미군 70%가 주둔하면서 각종 피해를 입으며 여전히 전쟁과 군사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가는 소개의 글에서 “동아시아의 슬픈 섬들의 역사는 4.3에서 비롯한 나의 인식이 공감하고 공명하게 했다. 그렇게 만났던 오키나와에서 이번 전시를 가지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특히 내 판화가 그곳에서 보여 진다는 것은 나에게, 오키나와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지 기대가 모아진다”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 비평지 ‘N27편집실’의 카미야 미시마는 “역동적인 구도, 음영을 띠면서도 힘찬 선, 그리고 4.3의 은유적 상징인 동백을 연상시키는 빨강, 보는 이를 멈칫거리게 하는 격렬함은 민중의 아픔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섬세함과 동전의 앞뒷면”이라며 “전시의 제목에는 그가 계속 추구하는 4.3의 ‘정명=바른 이름’, 제주민중사의 재정의에 대한 의욕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의 연장선상에서 오는 8월에는 오키나와 작가 '히가 토요미츠' 개인전이 제주(갤러리 포지션 민 제주)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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