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한국남부발전-시공사-마을 간 '특별약관' 계약서 공개
"이장에 인력-장비 채용 추천권 부여" 명시, 공정거래법 위반 주장

제주지역 마을 단위의 관급 공사장에서 지역 유지들에 의해 각종 이권 개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공사에 따른 마을민원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마을유지의 개입으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식 고단가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으로, '카더라' 수준에 그쳤던 의혹이 문서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제주지부는 13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귀포시 소재 LNG 복합 화력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해당 발전소 건설 현장 관련해 조사한 결과 불공정 계약이 자행됐으며, 건설현장 노동자 채용 및 건설기계 배차에 있어 (발전소 소재) 마을 이장이 개입된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노조는 발전소 건설 관련 발주처인 한국남부발전과 시공사, 마을이장 간 3자 협약 내용이 담긴 계약서 일부를 공개했다.

13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산업노조.  ⓒ제주의소리
13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산업노조. ⓒ제주의소리

이 계약서의 말미의 '특별약관'에는 마을이장에게 인력 채용 추천권을 부여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해당 문서의 특별약관에는 "본 공사 계약업체는 사업 기간 내 특수능력을 요구하는 숙련공 및 시공사에서 필요에 의해 육지부에서 채용해 투입한 인원을 제외하고 현지채용 단순 노무직에 대해 이장에게 추천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채용절차, 범위 등 세부내용 시행에 관해서는 3자(발주처, 시공사, 이장)가 협의 후 결정하고, 계약업체는 관련 인력 채용현황을 관리해 매월 10일까지 제출한다"고 구체적인 방안도 담겼다.

특별약관 2항에는 "건설중장비 사용은 타 지역의 단가를 맞추는 조건으로 마을 지역회사와 개인을 우선 참여시키고 지역장비 사용 추천권은 이장에게 부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기록됐다.

즉,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단순노동직 인력이나 건설장비의 경우 이장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노조는 이 같은 관행이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 참여자를 제한할 뿐더러 지역 유지를 거쳐 견적이 매겨지면서 더 높은 단가의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조합 전국건설산업노조가 입수한 제주도내 모 관급공사 사업 계약서. 발주처와 시공사, 마을 이장 간 협약 내용이 '특별약관'에 명시돼 있다. ⓒ제주의소리
한국노동조합 전국건설산업노조가 입수한 LNG복합 화력발전소 건 사업 계약서. 발주처와 시공사, 마을 이장 간 협약 내용이 '특별약관'에 명시돼 있다. ⓒ제주의소리

노조는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이장의 권한을 이용해 건설현장의 업무를 방해하고 사익을 취하는 행위는 매우 중한 범죄"라며 "현재 이러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법적 처벌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일부 이장들의 횡포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장은 사업 관련 용역을 수행할 근거와 능력이 전혀 없다. 발주처와 시공사는 이번 공사와 관련해 이장에게 인력과 장비의 배차 권한을 준다는 내용의 특약사항을 기재하면서까지 특혜를 준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 계약서를 근거로 이장이 지정하는 특정업체와 고 단가 계약을 강요해 하청업체에 피해를 준 사실이 있다"며 "적절한 단가의 견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단가에 계약한 사실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이장의 횡포와 이권 개입은 지역 특정인사와의 카르텔이 자행되는 적폐"라며 "전국 건설현장의 전수조사를 통해 강력한 처벌로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의소리]는 관련 의혹에 연루된 해당 마을 이장과 수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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