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독도 흰 독새기 난다
검은 독도 흰 독새기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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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의 借古述今] (123) 검은 닭도 흰 달걀 낳는다

* 독 : 닭(鷄 : 닭 계)
* 독새기 : 달걀, 계란(鷄卵)
* 난다 : 낳는다


깃털이 검은 닭이라고 달걀까지 검으란 법이 없다. 겉은 검어도 흰 알을 낳는다. 비록 겉이 다 새카맣지만 그 속까지 검은 것이 아님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말이다.
  
무슨 일을 함에 겉과 속, 표면과 내면은 엄연히 다른 것이고 또 구분돼야 마땅함을 나타낸다. 따지고 보면, 사물의 진정한 가치 곧 문제의 본질은 겉모습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오골계’라는 닭이 있다. 분명 닭의 한 종류다. 한데 야릇하게도, 닭은 분명 닭인데 희거나 누렇거나 하지 않다. 그런 빛깔이 전혀 없는 새까만 닭이다. 눈도, 벼슬도, 깃털도, 다리도, 살도 심지어 뼛속까지도 검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오골계다(까마귀 烏, 뼈 骨, 닭 鷄). 물론 달걀에서 부화해 나온 병아리도 까맣다. 
 

어느 하나 검지 않은 게 없는 오골계도 알은 희다. 검으면서 알만은 희다. 알은 핵심이다. 놀라운 빗댐이 아닐 수 없다. 눈앞의 일을 허투루 보아 넘기거나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허방 짚어 수작할 것이 못 된다. 출처=픽셀닷컴.
어느 하나 검지 않은 게 없는 오골계도 알은 희다. 검으면서 알만은 희다. 알은 핵심이다. 놀라운 빗댐이 아닐 수 없다. 눈앞의 일을 허투루 보아 넘기거나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허방 짚어 수작할 것이 못 된다. 출처=픽셀닷컴.

단, 오골계도 알만은 여타 달걀과 마찬가지로 희다.
  
겉이 다 검은 닭도 흰 알을 낳는다.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 ‘검은 ᄃᆞᆨ도 흰 ᄃᆞᆨ새기 난다’ 한 것이다. 단순한 빗댐이 아니라 풍자적 표현의 색이 짙다.

이 속담의 진의(眞意)를 다음 시조에서 엿보면 훨씬 실감이 난다.

가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것치 거믄들 속조차 거물소냐
아마도 것 희고 속 검을손 너뿐인가 하노라

(까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쏘냐
아마도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조선의 개국 공신이자 세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이 직(李稷)의 작품이다.
  
시조의 배경에 조선 개국의 시대상이랄까, 이런저런 분위기 따위가 깔려 있어 그 시대를 엿보며 읽게 한다.
  
명분상으로는 개국에 반대하지만, 실제로는 출사(出仕, 벼슬길에 나감)하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선비들의 겉과 속의 다름, 그 이중성 이를테면 위선을 겉은 희지만 속은 검다 한 것이다. 

표면에 의리와 절개를 내세우면서도 속엔 벼슬자리를 꿰차고 싶은 검은 생각으로 차 있음을 백로에 빗대어 읊었다. 

단적으로, 겉 다르고 속 다른 선비들을 조롱한 것이다.

그렇다. 어느 하나 검지 않은 게 없는 오골계도 알은 희다. 검으면서 알만은 희다. 알은 핵심이다. 놀라운 빗댐이 아닐 수 없다. 눈앞의 일을 허투루 보아 넘기거나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허방 짚어 수작할 것이 못 된다. 

세상을 실눈을 하고 바라보는 시선에 날이 번득이고 있지 않은가. 예리하다. / 김길웅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자리>, 시집 <텅 빈 부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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