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파괴 논란으로 공사가 중단된 제주 비자림로 확장 사업의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하게 작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하려는 시민모임과 제주녹색당은 17일 오후 1시 제주도청 앞 천막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업 전면 재검토를 제주도에 촉구했다.

이들 단체가 공개한 비자림로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 식재조사표에 따르면 서로 다른 지점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가 지점번호만 바뀐 채 식생표가 똑같은 작성돼 있다.

조사지점인 대천사거리와 거슨새미오름 간 거리는 2km 가량 떨어져 있지만 좌표는 물론 조사 시간과 식생 종류까지 모두 판박이였다.

이들 단체는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한 용역 업체가 조사표를 복사해 사용한 것으로 의심했다. 실제 두 쌍둥이 조사표는 곰솔의 피도와 DBH 숫자가 유일하게 달랐다. 

한쪽은 피도 39. DBH 3.3 인 반면 나머지 조사표는 피도 3.3, DBH 39으로 앞뒤 숫자 배열만 차이를 보였다.

피도는 식물이 특정 지점의 지표면을 덮고 있는 비율을 의미하다. DBH는 가슴높이에서 측정한 나무의 지름을 의미한다. 

이들 단체는 “두 지점을 같은 시간에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6m의 고목 DBH가 3.3cm인 것도 말이 안된다”며 “이는 조사표 작성자가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당 용역업체에서 진행한 모든 환경영향평가를 재검증해야 한다”며 “엉터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로 진행된 비자림로 공사는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또 “제주도와 도의회는 제도적 논의를 통해 난개발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자림로 공사는 제주시 대천교차로부터 금백조로까지 2.9km 구간을 3개 구간으로 나눠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제주도는 2018년 8월 삼나무 900여 그루를 잘라 냈지만 시민단체가 환경이 훼손 문제를 지적하면서 공사는 닷새 만에 중단됐다.

이에 제주도는 보강 대책을 마련해 7개월만인 3월23일 공사를 재개했지만 멸종위기종 등 동식물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5월30일 공사가 다시 멈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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