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귀2리 가문동에서 구엄리를 거쳐 애월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아름다운 절벽해안과 돌소금밭, 연대, 왕먹돌해안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은 드라이브코스이다.
굳이 날을 잡아 다녀오지 않더라도 토요일 오후 짬을 내어 2, 3시간 돌아보면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심히 경치만 구경하다 오면 무엇인가 빠진 듯한 기분이 든다.
경치를 감상하며 드라이브를 즐기다 오는 것도 좋지만 잠깐씩 내려 우리 조상들의 삶의 터전을 보고 느끼고 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가문동을 지나 해안가에 있는 각종 펜션이나 카페쪽은 눈을 돌리지 말고
방송국 송신탑 그림자를 따라 서쪽으로 조금 가면 구엄포구가 나타난다.
포구 입구에 차를 대고 내리면
해안가 마을마다 방학을 맞은 개구장이들의 물놀이를 볼 수 있다.


(구엄리 돌소금밭)
포구와 맞대어 서쪽에는 소금밭이 있다.
구엄마을을 비롯한 중엄과 신엄마을의 옛이름은 '엄쟁이'이다. 예로부터 소금 곧 '염(鹽)'을 제조해오며 살아온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는 말이다.
그만큼 이 마을 사람들은 소금을 만드는 일이 생업의 한 수단이었다. 예로부터 소금을 만드는 생활문화가 이어져 오다가 1945년 전후하여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마을 포구 '철무지개' 서쪽 '쉐머리코지'에서부터 구엄마을 중엄마을 해안 경계점인 '웃여'까지, 이 일대는 제주도 다른 연안에 비하여 편편한 암반지대를 이루는데, 이 일대가 모두 염전이다.

그 길이는 약 400미터이고 폭은 가장 긴쪽이 50미터다. 무수기에 관계없이 바닷물에 잠기지 않는 '빌레밭'이 곧 '소금밭'이 된다. 마을 사람들은 이 곳을 '소금빌레'라 한다.

소금 만들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방법에 따라 완성된 소금의 이름도 다르다.
'호겡이'에서 햇볕으로만 만든 소금을 '돌소금'이라 하고, '곤물'을 솥에서 달여 만든 소금을 '솖(아래아)은소금'이라 한다. '돌소금'은 넓적하게 굵을 뿐만 아니라 품질도 뛰어나 인기가 높다. '솖은소금'은 주로 겨울에 솥에서 달여 만들었다.


중엄마을의 해안선은 매우 짧지만 바닷가에는 아름다운 해안절벽과 함께 여(갯바위)가 많아 특히 낚시꾼들이 몰리는 곳이다.


(중엄리 새물)
중엄과 신엄, 고내로 이어지는 이 곳 해안은 특히 용천수가 많아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중엄리의 새물을 비롯하여 신엄리의 노꼬물, 고내리의 시니물이 그 대표적인 곳이다.
갯바위 낚시를 하다 열 받는 몸을 이 곳 용천수에 담그면 모든 걱정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신엄리 왕먹돌해안(모살갯도)
신엄리는 해안단애가 가장 잘 발달된 곳이다. 높이 30-40m의 수직절벽이 바닷가를 따라 발달된다.
해안 절벽의 입구에는 '모살갯도'라고 부르는 왕바위로 이루어진 해안이 있다.
크기가 보통 50cm에서 1m에 이르는 대형의 둥그런 바위돌들로 이루어진 자갈해빈이다.


(남두연대)
왕먹돌해안을 지나 절벽위로 들어서면 길 옆에 연대가 나타난다.
이곳이 남두(南頭)연대이다.

제주도 내에는 봉수 25개소, 연대 38개소가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봉수와 연대는 연기와 횟불로써 급한 보고를 전하던 과거의 통신 방법이었다.
봉수대는 산 정상을 중심으로 조망이 용이한 곳에 설치되었는데,  양식은 타원형으로 뚝을 쌓고, 내면으로 석축을 쌓아 중앙에 봉화를 올릴 수 있는 대(臺)를 구축하였다.

연대는 해안 높은 지역에 설치하였는데 돌로 4각을 이루게 쌓고 상단 중앙에 대를 만들었다. 남두연대는 동쪽으로 '듬북개(조부)'연대, 서쪽으로 애월연대에 응했다.


(남두리개)
해안절벽이 끝나는 지점에 신엄마을의 포구인 '남두리개'가 있다.
민간에서는 '남또리', '남도리', '남도릿개' 라고 하며, 어원은 확실하지 않다.

이 포구의 안쪽에 바위틈으로 용천수가 풍부하게 솟아나오는 곳이 있다. 이 물을 '노꼬물'이라 하는데 신엄마을 사람들은 이 물이 신엄마을 중산간에 있는 '노꼬메오름'의 수맥과 연결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름이 노꼬물이다.


연일 이어지는 불볕 더위와 가뭄으로 인해 농민들의 시름이 말이 아니다.
토양에 수분이 부족하여 농작물의 생육이 더디고,  농민들의 주 소득원인 당근과 마늘, 쪽파등은 파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비가 와야 할텐데


남두리포구를 지나 다시 절벽을 오르면 꼭대기에 전망대가 만들어 있다.
나무정자와 나무의자를 만들어 놓아 잠시나마 해안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있다.


신엄리를 지나면 고내마을의 평평한 해안을 지나게 된다.
고내리 서쪽에는 반도형으로 바다로 돌출된 해안이 있고, 이 곳 해안에 고내리 최고의 용천인 '시니물'이 있다.
둥그런 돌담으로 둘러쳐진 용천수 이용시설이 잘 남아 있는 용천수이다.


썰물 때 물 밖으로 드러나는 바다밭인 조간대(潮間帶)를 두고 제주 사람들은 '갯것(아래아)'이라 한다.
바닷가란 뜻인 갯가의 제줏말이다.
물때가 되면 동네사람들이 몰려나와 바릇을 잡던 갯것이


이제는 해안도로 개설로 인한 매립과 항만공사 등으로 매립되어 사라지고 있다.


애월포구는 조선시대에 제주와 육지를 잇는 제주섬 북쪽에 있는 다섯개의 연육포구(連陸浦口) 중의 하나이다.
조수간만의 영향을 받지 않고 포구로서 여러가지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애월포구에는 도대와 '하물' 용천수가 유명하다
'하물'은 애월의 설촌과 함께 애월을 비롯 중산간 마을의 식수로 사용하던 물이다.
우리나라 명수(名水) 100대 물 중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한 물인데


새롭게 단장된 도대와 함께 참 볼상 사나운 몰골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해안도로는 끝이 난다.
다시 일주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가면 또 다른 해안도로가 나오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가고 돌아가자
시간을 잘 맞추어 가면 돌아오는 길에 멋진 노을도 볼 수 있을 것이다.



* 양영태님은 '오름오름회' 총무, 'KUSA동우회 오름기행대' 회원입니다. 앞으로 '오르미의 제주여행'이란 꼭지로 님의 글이 제주의 소리에 연재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이 글은 양영태님의 개인 홈페이지  '오름나들이(ormstory.com)에도 실려 있습니다.




CODEBASE="http://so.bugs.co.kr/BugsOggPlay_9.CAB#version=1,2,0,3" width="0" height="0" name="mplayer" id="mplayer" VIEWASTEXT>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