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여고 최고상으로 마무리...저작권 문제로 최근 5년 간 참가 최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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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열린 제22회 제주청소년연극제 시상식 모습. ⓒ제주의소리

극 예술과 무대를 사랑하는 제주 청소년들의 축제, 제주청소년연극제(청소년연극제)가 올해도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신성여자고등학교가 최고상을 차지한 가운데, 저작권 승인 등 해결 과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연극협회가 주최하고 한국연극협회 제주도지회(회장 이상용, 제주연극협회)가 주관한 ‘제22회 제주청소년연극제’가 17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됐다. 제23회 전국청소년연극제 제주예선 대회를 겸한 이번 행사는, 일곱 개 학교가 참여해 소극장 세이레아트센터와 한라아트홀 다목적홀에서 치렀다.

▲영주고등학교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 ▲남녕고등학교 ▲신성여자고등학교 ▲세화고등학교 ▲제주여자고등학교 ▲표선고등학교 학생들은 각자 준비한 작품을 무대 위에서 선보였다.

최고상인 최우수상은 엄인희 작 <작은 할머니>를 공연한 신성여고가 받았다. 신성여고는 지도교사상(이정일, 김유미 강사)과 최우수연기상(강민주)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신성여고는 9월 1일 충남 예산시에서 열리는 전국청소년연극제 본선에 제주 대표로 나선다. 우수상은 김성노 작 <현진건을 만나다>를 공연한 표선고등학교가 수상했다. 

연기상은 고훈민(영주고), 유호은(사범대), 김세훈(남녕고), 백혜임(세화고), 백지원(제주여고), 강현철(표선고)에게 돌아갔다. 무대 스텝상은 성위안 작 <살인랩소디>에서 음향을 담당한 제주여고 고다은·박소원 양이 수상했다.

수상 여부에 관계 없이 모든 학생들은 밤낮 준비한 결과물을 무대 위에서 쏟아냈고, 끝난 뒤에는 홀가분한 밝은 표정으로 다함께 기쁨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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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학생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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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공연을 관람하러 온 가족.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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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마친 세화고등학교 학생들. ⓒ제주의소리

심사위원(현지훈, 고동원, 김정희, 조성진)은 심사평에서 “청소년연극제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기다. 이것은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다. 나 혼자 하겠다는 마음 대신 동료, 교사와 함께 해결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참가팀 모두 대사 전달력은 우수했다. 충분한 연습량이 뒷받침 돼야 연기, 조명, 음향, 소품 등 무대 위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룬다. 학생들은 이런 점을 명심해 앞으로 활동해주길 바란다. 청소년 연극이 살아야 기성 연극도, 제주 연극 문화 전체가 발전한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올해 청소년연극제는 총 7개 학교가 참가했다. 지난해(10팀), 2017년(11팀), 2016년(8팀), 2015년(8팀)과 비교하면 최근 5년 내 가장 적은 규모다. 한 달에서 길게는 두 달 이상 공들여 준비한 학생들의 열정은 무대 위에서 멋지게 빛났지만, 행사 전체로 볼 때는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다. 올해부터 작품 원작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새로운 규정이 생기면서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실제 여러 학교들이 준비 과정에서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작품을 교체하거나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주관 단체인 제주연극협회는 ‘선 공연, 후 사유서 제출’이라는 방안까지 제안하면서 참여를 독려했지만, 여러모로 진행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학교마다 제각각인 지도 강사 섭외도 해결 과제다. 심사위원들도 “기본을 배워야 하는 학생 입장에서 강사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연기 연습과 작품 선정까지 영향을 끼친다. 학교마다 고르게 강사가 배치되도록 제주연극협회가 먼저 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심사평에서 밝힌 바 있다. 

부족한 예산은 큰 고민거리다. 청소년연극제는 지역 예선 성격을 가지는 만큼, 최고상 학교는 본선에 진출한다. 이동, 숙식 같은 추가 비용에 예산 상당수가 쓰인다는 것이 협회 측의 설명이다. 결과만큼 과정을 중요시하면서, 그 속에서 열정을 키우고 협동·우애를 배우는 청소년연극제 취지를 고려하면 본선보다는 제주 안에서의 시간에 더 많은 노력이 투입돼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셈이다. 올해 청소년연극제는 제주도교육청 보조금 1000만원, 한국연극협회로부터 150만원을 받아 치렀다. 보조금 1000만원도 최초 500만원에서 몇 년에 걸쳐 조금씩 올라 현재에 이르렀다.

이번 연극제에 참여한 모 학교 교사 K씨는 “예산, 연습 공간 등 학생들이 최선을 다해 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은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협회 차원에서 소정의 지원비를 지급하면서 소품 제작이나 준비에 도움이 됐는데, 지난해와 올해는 없었다. 팀 숫자도 확 줄어서 아쉬움이 많은 해였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용 제주연극협회 회장은 “저작권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이것은 제주만이 아닌 한국연극협회 차원의 문제인 만큼 내년에는 달라질 것으로 본다”면서 “교육청 보조금과 중앙협회 지원금으로 우승팀 비행기 삯, 숙소 비용 모두를 충당한다. 소극장 대여료 등 꼭 필요한 비용을 제하면 사실상 부족한 실정이다. 학교 별로 나간 지원비는 협회가 별도로 마련해 제공했었다. 심사위원들도 무보수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해가 갈수록 청소년연극제 참가팀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는 영주고등학교가 전국대회 최고상을 수상하며 제주 청소년의 명예를 높였다. K-POP, 유튜브 등으로 예체능이 주목받는 분위기에서 연극·영화 같은 공연 예술 계통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에게 청소년연극제는 중요한 동기부여이자 계기”라면서 지금보다 안정적인 여건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른 학교 교사 K씨는 “연기에 대해 뚜렷한 생각이 없어도 청소년연극제를 위해 연습하면서 이쪽 진로에 눈뜬 학생들도 있다. 교우 관계를 포함해 청소년연극제는 학생들에게 여러 면에서 좋은 발판”이라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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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마치고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기념 사진을 찍는 표선고등학교 학생과 교사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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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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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상을 수상한 신성여고 학생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살인랩소디>에서 재벌집 장녀 역을 맡은 제주여고 2학년 박지윤 양은 “공연 작품이 우리 나이에서 쉽게 접하는 이야기는 아니라 연기하기 어려웠다. 준비 과정에서 가끔은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연극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기에 연극반 서로가 독려하며 대회를 준비했다. 무대에 서고 나니 ‘고생한 보람이 있다’, ‘다시 무대 위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 찼다. 힘들지만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고 벅찬 소감을 남겼다.

또 “공연 연출에 관심이 많아 연극부에 들어왔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연극부 활동은 이전만큼 못하겠지만, 제주에서 열리는 연극은 계속 챙겨보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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