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11) 곶자왈, 습지 등 핵심구역 제외...취지 크게 후퇴

얼마 전에 열린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 계획(MAB) 국제조정이사회에서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을 도 전역으로 확대하는 안이 최종 승인되었다. 기존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은 해발 200m를 중심으로 제주도 면적의 45%(83,094ha)였으나 이번에 제주도 육상전역과 해양경계 5.5km까지 확대되었다. 

제주도는 이번 생물권보전지역의 확대를 통해 우수한 생태계 및 해양생물자원의 보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생물권보전지역이라는 브랜드 활용과 생태관광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 생물권보전지역 확대는 곶자왈 및 오름 등 제주의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보전관리로 국내외 위상을 높여 나가겠다는 당초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제주도는 이번 생물권보전지역 확대지정에 자축할 것이 아니라 확대과정의 문제를 보완하고, 확대 취지를 살리기 위한 과제를 우선 풀어나가야 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기존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은 해발 200m를 중심으로 제주도 면적의 45%(83,094ha)였으나 이번에 제주도 육상전역과 해양경계 5.5km까지 확대되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생물권보전지역은 국제적으로 생물다양성이 뛰어난 지역을 보전하고, 그 주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유네스코가 인정한 국제 보호지역을 말한다. 자연이 인간에 의해 파괴되지 않고 서로 공존의 방법을 찾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따라서 생물권보전지역은 보전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기보다는 생태계 보전과 이를 통해 주민들이 자연으로부터 여러 가지 혜택과 이익을 얻는 방안도 함께 고민한다.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은 지난 2002년에 지정되었지만 관리계획에 따른 보전정책은 물론 해발 200m 이상 지정된 범위의 한계로 인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축산물의 국제브랜드 활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생물권보전지역을 도 전역으로 확대하여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에 대한 국제적 가치와 보전관리체계를 마련하고, 브랜드 활용을 통한 주민이익 창출의 기반을 만들고자 했다. 

이 계획을 추진하던 초기 제주도의 정책의지는 강해보였다. 지난 2015년에 발표된 ‘2020 세계환경수도 조성 기본계획 분야별 세부실행계획’에는 생물권보전지역 확대 계획이 구체화되어 있었다. 문건에는 당시 진행 중인 곶자왈 경계설정과 관리보전지역 재정비 용역 결과에 따라 생물권보전지역 확대와 관리계획 수립을 포함한 타당성 용역을 시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난 2017년 5월 ‘유네스코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 확대 타당성 조사 및 관리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착수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용역진 관계자가 곶자왈 지역 등은 생태계 우수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핵심구역에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하자 제주도관계자는 발끈하고 나섰다. 당시 세계유산본부장은 용역이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사전에 결과를 전제하고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곶자왈 지역이 핵심구역에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도록 했다. 그 자리를 지켜보면서 제주도의 생물권보전지역 확대 계획이 마냥 보여주기 정책이 아닐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용역 최종보고회를 거치고 유네스코에 제출된 생물권보전지역 확대 계획안은 앞서 논의되었던 상황과는 매우 상반된 계획이었다. 곶자왈 경계설정 용역결과는 물론 관리보전지역의 내용은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 용역과정에서 자문회의 등을 거치면서 제시된 확대 구역안 역시 배제되다시피 했다. 논의과정에서는 도내 분포하는 하천과 오름, 곶자왈, 주요 습지 그리고 부속섬 주변 해역 등이 핵심구역으로 제시되었지만 최종 결과에서는 대부분 제척되고 말았다. 

MAB한국위원회의 검토의견서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제주도가 MAB한국위원회에 제출한 예비신청서에 따른 검토의견서에는 곶자왈, 습지, 해안·연안 등을 핵심구역에 포함할 것을 고려하라고 했지만 반영된 사항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산발적인 핵심구역을 보완하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는 점(点) 단위의 핵심구역 지정을 지적하면서 가급적 면(面) 단위 또는 서로 입체적으로 연결하여 핵심구역을 지정하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에 대한 보완방법으로 핵심구역 확대를 통한 연결축 확보가 아니라 아예 점 단위의 핵심구역을 제외하고 단순화하는 보완방식을 택했다. 

생물권보전지역이 규제보다는 생태계 보전을 통한 주민의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으로 자연으로부터 주민들의 혜택을 높인다는 측면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연과 지역주민이 공존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보존을 전제하지 않고는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힘들다. 따라서 생물권보전지역의 지정에 있어서 생물다양성 보전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지역은 핵심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제주도는 이러한 당위성을 인지하면서도 결국 개발가능지역의 축소와 사유토지주의 반발 등을 우려하여 크게 후퇴한 생물권보전지역 확대안을 만들고 말았다. 

제주도는 올해 안에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 관리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현재 제주도의 정책방향을 가늠할 때 관리계획에 포함되는 보전계획은 이전과 크게 달라질 내용은 없어 보인다. 보전계획보다는 이용계획 중심의 관리계획이 만들어질 공산이 크다. 벌써부터 생물권보전지역 확대를 계기로 지역 생산물의 브랜드 활용을 최대 성과로 꼽으면서 후속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잘못됐다는 얘기가 아니다. 보전관리정책에 있어서 선후의 문제가 있고, 정책의 목적 달성을 위한 토대와 기반구축 사업이 있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도 전역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지만 한라산 턱 밑에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중산간 곳곳이 개발의 광풍에 쓰러지고 있다. 생물권보전지역 확대로 난개발을 막고, 생물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축소시켜 버린 셈이다. 현재 진행 중인 생물권보전지역 관리계획에서라도 이러한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생물권보전지역 구역 재설정을 위한 검토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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