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맡은 제주동부경찰서가 내부망을 통해 부실수사 의혹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과장과 여성청소년과장, 실종팀장, 형사계장, 형사4팀장은 21일 오후 8시20분 공동 명의로 내부망에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수사관련 입장문’을 게시했다.

이들은 살인 사건과 관련해 “일부 왜곡된 언론보도로 경찰의 명예가 실추되는 등 많은 불편을 느끼시는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소명 이유를 설명했다.

해명 내용은 초동수사 미진 논란, 범행현장인 펜션 내부 보존 소홀, 범행 현장 폴리스라인 미설치, 피의자 현장검증 미이행, 피의자 주거지 압수수색시 졸피뎀 미확보 등 다양하다.

이들은 범행 현장에 대한 정밀감식과 혈흔검사를 완료했고 훼손을 막기 위해 펜션을 임대해 6월1일부터 6월12일까지 출입문을 잠궜다고 설명했다.

폴리스라인은 주민 불안감 조성을 이유로 설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장검증은 범죄수사의 큰 실익이 없고 박기남 경찰서장이 ‘현대판 조리돌림’ 으로 비춰질 것을 염려했다고 강조했다.

조리돌림은 죄를 지은 사람을 벌하기 위해 끌고 돌아다니면서 망신을 시킨다는 의미다. 이 내용이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면서 조리돌림 표현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해당 글은 26일 현재 조회수가 1만5000건을 넘길 정도로 경찰 내부에서는 호응을 얻었다. 270여개의 댓글도 대부분 담당 경찰관들을 응원하는 글로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제주지방경찰청과 동부경찰서 홈페이지 ‘칭찬한마디’ 코너에 조리돌림 발언을 한 박기남 서장을 겨냥한 수 십건의 비판성 글을 쏟아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박기남 경찰서장 박애주의 칭찬’이라는 글에서 “피의자의 조리돌림까지 걱정하시는 동부제주경찰 서장님의 인도주의적 배려심에 감동해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은 ‘현장검증이 조리돌림??’이라는 글에서 조리돌림의 사전적 의미를 설명하며 “향후 경찰에서 진행하는 현장검증은 모두 조리돌림이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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