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사실 요목조목 반박 ‘최후변론서 무죄 주장’...검찰은 무기징역 구형 ‘7월11일 선고’

“주변의 의심으로 10년간 제주에서 살지도 못했습니다. 법정에 판단에 따라 제 운명이 결정되는 상황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 저와 제 가족이 편히 살 수 있도록 제대로 판단해 주십시오” 

검찰 범인으로 확신했지만 자백 같은 극적인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범행 10년 만에 가까스로 기소까지 이뤄진 제주판 ‘살인의 추억’은 이제 재판부의 판단만 남게 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모(51)를 상대로 27일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변호인측은 이날 검찰측 공소사실을 반박하는 입증자료를 프레젠테이션(PPT)으로 준비해 최후변론에 임했다. 추론이 포함된 간접 증거만으로는 범행을 입증할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앞서 5차 공판에서 박씨가 범인인 이유를 세 가지로 압축해 설명했다. 그중 핵심은 피고인과 피해자 이모(당시 27세)간 접촉. 즉 이씨가 박씨의 택시에 탑승 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2009년 2월1일 오전 3시14분 범행 장로로 향하는 길목인 외도동 일주도로상 차량번호 자동판독기(AVNI)에 박씨의 차량인 60바58**의 흰색 NF쏘나타가 찍힌 점을 내세웠다.

이 시간을 기준으로 앞뒤 동선에서 박씨의 차량과 유사한 택시가 여러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점을 증거로 내세웠다. 다만 CCTV에서 차량 번호판은 판독되지 않았다. 

변호인은 2009년 2월1일 오전 3시 피해자가 당시 남자친구 집인 제주시 용담동에서 택시를 타고 일주도로를 거쳐 애월읍 방향으로 이동했다는 것 자체가 추론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이씨가 택시를 타지 않았다면 범행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오히려 피해자가 당시 남자친구나 동네 주민의 차량을 이동했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두 사람의 미세섬유에 대해서는 동일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70여개 미세섬유 중 특정 섬유만 골라 검사한 점에 비춰 감식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변호인측은 “검찰측 공소사실은 직접 증거없이 추정만 거듭하는 내용”이라며 “CCTV로 피고인을 특정할 수 없고 미세섬유도 정확성이 떨어진다. 범행을 확신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수차례 깊은 한숨을 쉬며 재판에 임한 박씨는 예상대로 방어권 행사에 나섰다.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10년간 제주를 떠나 힘들 삶을 살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씨는 “주변 사람들의 오해 섞인 시선으로 나와 가족들은 힘든 삶을 살아 왔다”며 “스스로 변호하기 위해 10년 전을 떠올려 보지만,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내 자신도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앞선 5차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수 있다는 모든 가능성 확인했다. 범인의 동선과 미세증거는 우연이 아니다. 피고인이 범인이라는 실체적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일면식도 없는 만 26살 여성 강간하려다 실패하자 목을 졸라 살해한 뒤 배수로에 방치했다. 우리 사회에서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며 무기징역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재판부는 7월11일 오후 2시 선고 공판을 열어 10년 전 제주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보육교사 살인사건에 대한 1심 판단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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