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7.여)이 범행 37일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제주지방검찰청은 1일 오후 3시 2층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살인과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로 고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고씨는 5월25일 오후 8시부터 9시 사이에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7)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고씨가 미리 처방받은 졸피뎀을 강씨에게 먹이고 반수면 상태인 피해자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찔러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혈흔 분석 결과 고씨는 비틀거리는 강씨를 뒤따르면서 세 차례 이상 흉기를 찌른 것으로 추정된다. 비산 흔적에 따라 최종적으로 가격한 지점까지 추정했다.

범행 초기 키160cm, 몸무게 50kg의 고씨가 키 180cm, 몸무게 80kg인 피해자를 홀로 살해하고 유기한 점에 의문이 있었지만 검찰은 단독 범행으로 결론지었다.

검찰은 범행시간대 피의자의 휴대전화 사용내역, 약물(졸피뎀) 처방, 사전 범행도구 구입, 펜션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해 공범은 없는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

특히 검찰은 고유정이 휴대전화와 컴퓨터로 졸피뎀 등을 검색한 시점에 근거해 5월10일부터 이미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정확한 범행 동기는 특정하지 못했다. 고씨는 수사과정에서 줄곧 강씨가 성폭행을 하려 했고 이에 대응한 우발적 범행이라며 정당방위를 주장해 왔다.

검찰은 고씨가 2017년 11월 현 남편 A(38)씨와 재혼 후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꿨지만 전 남편 사이의 아들(6) 양육 등의 문제로 큰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전 남편은 5월9일 아들에 대한 면접교섭권을 요구하며 법원에서 고씨를 만났다. 공교롭게도 이튿날 고씨는 휴대전화로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을 검색했다.

고씨는 프로파일러 면담에서도 자녀의 면접교섭으로 재혼한 현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 있다는 불안감과 스트레스 증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여러 증거를 내세워 계획범죄를 입증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우발적 범행과 정당방위를 앞세운 고씨의 주장이 배척될 가능성도 있다.

고씨는 이에 대비해 범행 당시 다친 손과 신체 부위에 대해 증거보전을 법원에 신청했다. 증거보전은 재판을 앞두고 법정에서 제시할 증거를 미리 증거 조사를 해 보전하는 절차다.

피해자의 시신의 발견되지 않은 점도 꺼짐직한 부분이다. 다만 검찰은 고씨가 범행 자체를 인정하는 만큼 살인 등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고씨가 시신을 유기한 곳으로 지목한 제주~완도 항로와 김포 등지에서 한 달 넘게 수색을 벌였지만 지금껏 성과를 얻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도 고씨가 범행을 인정하는 만큼 중형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고씨가 정당방위를 계속 주장하는 경우 범행 동기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밝히기 어려워진다. 

검찰은 "고씨가 기억이 파편화 돼 일체의 진술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며 "범행의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