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검찰, 살인-사체손괴-사체은닉 혐의 적용...진술 거부로 명확한 범행동기는 오리무중

제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7.여)이 범행 37일 만인 1일 재판에 넘겨졌다.

고씨가 시종일관 진술을 거부하면서 실체적 진실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빗나간 가족애가 범행의 발단이 됐고 사전에 철저히 범행을 모의한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 범행동기 - 재혼 가정에 애착심이 전 남편에 대한 적대심으로 이어진 듯

검찰이 판단한 범행 동기는 빗나간 가족애였다. 

고씨는 2017년 5월 이혼조정 절차를 통해 전 남편인 강모(37)씨 갈라섰다. 슬하에는 2014년생인 아들이 한 명 있었다. 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은 고씨가 가져갔다.
  
조정과정에서 양육비 지급과 면접 교섭도 정해졌다. 매월 2차례에 걸쳐 강씨는 고씨의 동행하에 아들과 면접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혼절차가 진행된 2016년 11월 당시 아이는 채 두 돌이 지난 시기였다. 이혼 조정 6개월 후 고씨는 현 남편인 A(38)씨와 재혼했다. 아이에게는 친아빠를 삼촌이라고 불렀다.

새 가정을 꾸린 고씨는 아이를 현 남편의 친자로 등록시키려 했다. 두 사람의 논의가 한창이던 5월9일 강씨는 아들을 만나고 싶다며 면접교섭을 신청하고 법원에서 고씨와 만났다.

이튿날 고씨는 휴대전화와 개인용 컴퓨터로 ‘졸피뎀’, ‘니코틴 치사량’ 등 범죄에 관련된 특정 단어와 문장을 집중적으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 범행현장 - 시신 토막 내 은닉하고 자해 흔적까지...정당방위 철처히 준비한 정황

6월1일 제주 형사들이 고유정의 주거지인 청주와 김포까지 올라가 확보한 압수물은 89점에 달한다. 줄 톱과 목공용 전기톱을 비롯해 설명하기도 난처한 도구들이 여럿 있었다.

고씨는 5월25일 제주시 조천읍 펜션에서 미리 준비한 졸피뎀을 전 남편이 먹도록 했다. 오후 8시쯤 의식이 흐릿한 남편을 뒤따라가며 흉기를 세 차례 이상 휘둘렀다.

고씨는 미리 준비한 도구로 시신을 훼손하기 시작했다. 이튿날인 5월26일에는 휴대전화로 ‘성폭력 피해’, ‘성폭행 신고’, ‘성폭행 미수 처벌’ 등을 검색했다.

5월28일에는 시신을 차량에 숨기고 펜션을 빠져 나온 뒤 병원으로 향했다. 이 곳에서 오른손을 치료 받았다. 배와 허벅지 부위에도 상처가 있었다. 

고씨는 해당 부위에 대해 증거보전을 신청을 했다. 정당방위를 주장하기 위한 수순이었다. 반면 검찰은 상처의 상당수가 자해 흔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 계획범죄 - 5월18일 제주 오기 전 범행도구 준비...직접증거 시신 흔적 남기지 않아 

5월9일 고씨는 전 남편과 아들에 대한 면접 교섭문제를 두고 법원에서 다툼이 벌였다. 이튿날 고씨는 범행과 관련한 여러 주제어를 휴대전화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5월17일에는 충북 청원군의 한 병원에서 감기 등의 증세를 이유로 졸피뎀을 처방받았다. 다음날 고씨는 제주행 여객선에 올랐다. 차량 트렁크에는 범행 도구도 미리 준비했다.

고씨는 면접교섭을 사흘 앞둔 5월22일 제주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칼과 드라이버 공구세트, 부탄가스, 표백제,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구입했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에서는 강씨의 혈흔이 검출됐다. 고씨는 강씨를 살해하고 제주를 빠져나가기 직전 대형마트에 들렀다. 이 곳에서 사용하고 남은 물건을 환불하는 대범함까지 보였다.

고씨는 5월28일 완도행 배에 올라 시신 일부를 바다로 버렸다. 이튿날 가족 명의의 경기도 김포 아파트로 향했다. 이 곳에서 이틀에 걸쳐 남은 사체를 재차 훼손했다.

시신은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담아 종이 상자 넣은 뒤 쓰레기 분리 수거함에 버렸다. 해당 지역에서는 쓰레기를 500~600도로 고열 처리해 폐기한다. 이 경우 DNA 확인이 사실상 어렵다.
 

▲ 공소사실 - 살인-사체손괴-사체은닉 혐의 적용...협의 입증 문제 없어

검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와 구체적 범행 방법을 특정 짓지는 못했지만 살인 혐의를 입증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씨가 살인과 사체 훼손 혐의를 인정하고 압수물에서도 피해자의 혈흔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정당방위 주장도 배척 할 수 있는 입증자료도 준비하고 있다.

다만 범행의 직접증거인 피해자의 시신의 발견되지 않은 점은 꺼림직한 부분이다. 고씨가 법정에서도 입을 닫을 경우 범행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밝히기 어려워진다.

검찰은 고씨의 진술과 수사결과를 토대로 시신 유기 지점을 제주~완도 항로와 가족명의 김포 아파트 2곳을 지목했다. 제주 쓰레기 투기 지점인 클린하우스는 유기 지점에서 제외했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온 직후, 고씨는 수사상황에 대한 언론 노출 등을 문제 삼으며 진술을 일절 거부했다. 이후에는 기억이 파편화 돼 있다며 아예 입을 닫았다.

검찰은 “고씨의 범행은 철저하게 계획된 단독 범행”이라며 “범행의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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