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시선] 여론조사로 본 ‘1년 민심’...‘디지털 소통’ 만으로는 한계

혹자는 여론조사를 ‘일상을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권력자’라고 했다. 정치 선거 뿐만 아니라 내가 마실 커피 한잔, 옷 한 벌을 고를 때도 여론조사가 힘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민의를 통계로 검증하는 여론조사가 정치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주기도 하지만, 그러한 예측가능성이 오히려 정치문화의 수준과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자칫 인기 영합으로 흐를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네 삶 속에 깊이 파고든 여론조사의 영향력과 순기능, 그리고 부작용을 설명해주는 말들이다. 중시하되, 너무 연연하지도 말라는 경구 쯤으로 새겨두면 좋을 듯 싶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민심을 읽는데 여론조사를 대체할 그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그게 한 국가, 한 지역을 이끄는 지도자라면 그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민심을 좇아 개선을 꾀하는 것이 마땅한 덕목이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의소리]가 창간 15주년을 맞아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한국갤럽) 결과는 제주사회 리더들에게 결코 가볍게 않게 다가갈 것 같다.

먼저 도민들은 원희룡 지사에게 엄혹한 평가를 내렸다. 민선7기 1년 직무수행에 대해 긍정평가(46.8%)와 부정평가(44.3%)가 팽팽했다.  

오차범위(±3.1% 포인트) 내이긴 해도 긍정평가가 높지 않느냐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10~20대(잘함 39.5% vs 못함 50.9%), 30대(잘함 33.6% vs 못함 60.9%), 40대(잘함 34.0% vs 못함 58.2%)에서는 성적표가 참담했다. 적어도 젊은 층에선 원희룡 도정을 향해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50대(잘함 53.3% vs 못함 38.5%)와 60세이상(잘함 64.8% vs 못함 23.1%)은 꽤 성적이 좋았다. 

‘엄혹한 평가’는 추세를 반영한 표현이다. 

리얼미터는 매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직무수행 지지도를 조사해 발표한다. 가장 최근의 조사는 6월11일 발표된 ‘5월 평가’다. 당시 원 지사의 지지도는 50.3%로 전국 7위였다. 등수로만 치면 준수한 성적이다. 그 이전에도 대체로 이 수준을 유지했다. 지지율로는 40%대  중·후반에서 50% 사이를 오르내렸다.  

눈에 띄는 평가는 6·13지방선거 직후인 작년 7월이다. 당시 지지도는 61.1%로 전국 2위였다. 특히 주민지지확대지수(118.2점)는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주민지지확대지수는 당선 시기에 비해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어느정도 확대했거나 잃었는지를 비교하는 지표다. 원 지사의 지방선거 득표율은 51.7%였다. 불과 한달 만에 지지도를 9.4%포인트나 끌어올린 셈이다. 

이번 [제주의소리] 여론조사에서 긍정 혹은 부정 평가의 이유를 따로 묻지는 않았다. 1년새 왜 지지도가 10%포인트 이상 빠졌는지, 진단과 처방은 원 지사의 몫이다. 

제주도의회는 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51.1%에 달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5.1%에 그쳤다. 둘의 격차가 16%포인트나 벌어졌다.  

지역과 정치성향을 가릴 것 없이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훨씬 앞질렀다. 질문 내용은 ‘제주도의회가 도정에 대한 견제·감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느냐’였다. 지방의회가 부활한 1991년 이래 이처럼 성적이 초라한 경우가 또 있었을까 싶다. 

[제주의소리]가 도지사와 도의회에 대한 평가 결과를 보도한 당일, 원 지사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제2공항 정상 추진 의사를 밝혔다. 공론조사에 대해선 사실상 거부 입장을 드러냈다. 종전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반면 김태석 도의회의장은 같은날 임시회 본회의 개회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원 지사에게 공론조사 수용을 촉구했다. ‘3회기 연속 압박 카드’였다. 이날 그는 [제주의소리]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조사에서 공론조사 찬성은 76.7%로 반대(17.2%)를 압도했다. 김 의장은 이를 ‘소통’의 중요성과 결부지어 원 지사를 압박했다. 

이쯤되면 원 지사도 현실 인식, 혹은 ‘제주특별자치도 수장’으로서 처신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볼 일이다. 도의회도 매번 의장 혼자 목소리를 높일 뿐이다. 사실 그동안 제2공항 갈등 해결을 위한 도의회 차원의 노력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의장의 외침도 공허하게 들린다. 

도민들이 양쪽 모두에 박한 점수를 준 게 이런 사정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1주년 회견에서 원 지사는 ‘제주도민의 통합된 힘’과 함께 예의 ‘소통’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시대에 맞는 소통’ 수단으로 개인 유튜브를 들었다. 이미 '원더풀 TV'에 심취해있던 그였다.

며칠 전에는 공중파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 소식도 알려졌다. 프로그램 제목은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고, 신라 경문왕의 이야기로도 널리 알려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따왔다. ‘열정 보스’로서 평소 직원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리얼하게 보여주는게 콘셉트라고 한다. 

다 좋다. 세일즈 시대에 방송을 통해서라도 어필할 수 있으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소통의 수단이 자꾸 디지털 쪽으로 기우는 것 같아 아쉽다. 이 시대에 맞지 않는지는 몰라도, 소통은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하는게 제격이지 않은가. <논설주간/상임이사>
   
☞ [제주의소리] 여론조사 개요
.조사기관 : 한국갤럽
․조사대상 : 제주도 거주 만 19세 이상 1013명(남자 512명, 여자 501명) 
․표본추출 :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및 유선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표본오차 : ±3.1%포인트(95% 신뢰수준)
․조사방법 : CATI를 활용한 전화조사(유선 15%, 무선 85%)
․응 답 률 : 20.2%
․조사기간 : 6월24일(1일간)

※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소리시선(視線) /  ‘소리시선’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