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특별법 개정(안)은 통과는 선진 국가, 대한민국의 책무다. 국가는 4.3유족들의 한 맺힌 절규가 보이지 않는가? 4.3의 해결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다.

70여년 전 제주는 그야말로 무법천지였다. 제주 섬은 부모, 형제의 이유 없는 죽음으로 온통 피울음으로 뒤덮였다. 좌우 이념의 대립 속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스러져갔다. 당시 제주 섬은 아수라장이었다. 제주 사람들은 산과 들로 바다로 광기어린 진압을 피해 몸을 숨겼다. 낮에는 군경과 토벌대에 밤에는 무장대에 시달렸다. 서북청년단의 광기는 인간의 도를 넘었다. 당시 제주 인구의 10%인 3만 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숨죽였다. 

‘살암시민 살아진다.’

4.3의 수많은 희생자들은 명백히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이다. 올해 초 법원은 이유 없이 빨갱이로 덧칠됐던 4.3수형인들에 대해 사실상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이 무고한 양민에 대한 국가의 불법적인 폭력을 인정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제주를 방문해 4.3당시 국가 폭력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역시 재차 국가 폭력에 대한 사과를 함으로써 유족과 도민들은 응어리진 가슴을 풀었다.

하지만 국가 원수의 사과도 메아리에 불과하지 않으려면 국가 폭력으로 빚어진 인권의 문제를 진정성을 가지고 풀어야한다. 과거 국가가 저지른 인권말살 해결에 여야가 따로 없다.

4.3특별법 개정(안)에는 완전한 진상규명과 국가의 배·보상 명예회복 등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특별법은 아직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꼼짝도 않고 계류 중이다. 지난 6월 26일 4.3유족회 유족 200여명은 국회 앞에서 4.3특별법을 통과시켜달라고 울부짖었다. 행방불명인 유족들은 시신만이라도 찾아달라고 흐느꼈다. 하지만 국회는 여전히 4.3특별법개정을 방기하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삭발과 단식을 불사할 결기로 이 문제를 풀어야한다. 내년 총선에서 또 다시 선택받고 싶다면 지역 최대 현안인 4.3문제 해결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노한 도민과 유족들이 그대를 심판할 것이다.

이 시간에도 연로한 유족들은 가슴에 한(恨)을 안고 하나 둘씩 눈 감고 있다. 이제 시간이 없다는 걸 그대들은 정녕 모른단 말인가? / 고내수 제주4.3희생자유족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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