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8)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7월16일 시행...직장갑질 이제 STOP !

#1
보안용 CCTV로 제가 일하는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합니다. 조금이라도 사장님 맘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바로 사장님에게 카톡이나 전화가 옵니다. “지금 뭐하는 거니?”라고요. 

#2
상사와의 관계가 계속 좋지 않은데, 문제는 상사가 다른 동료들에게 저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고 다녀요. 제가 스스로 그만둘 때까지 괴롭히겠다는 발언도 있었다고 동료가 알려주네요. 이유라도 알면 좋겠는데 저랑은 말도 섞지 않아요. 

#3
어제 회식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상사에게 따귀를 맞았습니다. 당혹스럽고 생각하면 할수록 자존감이 땅에 떨어져 죽고 싶은 기분까지 듭니다. 옆에서 목격한 다른 상사는 별일 아니니 넘어가라는데 제 자존심은 어떻게 하죠?

#4
회사 내 문제점을 해결해달라고 이야기했다가 찍혔습니다. 회사에서는 상사의 말만 듣고 저에게 권고사직을 했습니다. 사직을 거부했더니 그 이후에는 부당한 업무지시가 뒤따르고 있습니다. 회사에 가는 것이 지옥 같습니다.

제주지역 노동자를 대상으로 노동 문제를 상담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 ‘제주직장 갑질119’에 올라오는 사연의 일부다.

2014년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으로 촉발된 직장 갑질의 문제점은 도내에서도 모 대학과 대학병원 교수의 갑질 파문 등으로 널리 알려졌다. 언론에 보도된 직장 갑질도 있지만 다양한 방식의 알려지지 않은 직장 갑질은 오늘도 우리 주변에서 알게 혹은 모르게 벌어지고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에서 유·무형의 괴롭힘을 받는다는 것은 한 인격이 무너지는 일과 같다. 직장을 다니면서 누구나 가슴 한편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고 하지만, 사직서를 내는 순간 노동자의 생계는 막막해진다. 어릴 때부터 경쟁 중심의 교육 과정을 거쳐, 취업 경쟁에 성공했다. 그 결과 다니게 된 직장에서 다양한 갑질에 버티는 일은 또 다른 경쟁이 되었고, 그 사이 노동자의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돼간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2019년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다.  

출처=오마이뉴스.
출처=오마이뉴스.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은 불법 

첫 번째,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개념을 법률상으로 정의해 사회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불법임을 규정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두 번째,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의 조사 의무를 명시했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의 신고가 접수되면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조사 기간 동안에는 피해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무 장소를 변경하거나 유급휴가를 명령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세 번째,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행위자에 대해 징계, 근무 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때 행위자를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에 대해 피해노동자의 의견을 듣도록 한다. 만약 피해노동자가 요청한 경우에는 피해노동자의 근무 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사업주의 의무도 규정됐다. 

네 번째, 사업주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사항에 관한 내용을 취업규칙에 반영·명시해야 한다. 취업규칙에 명시하는 경우 행위자에 대한 징계 조항이 추가되는 등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인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노동자의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는 절차가 필요하다. 단지 법률 상의 절차 때문만이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을 중단하자는 취지의 규정 변경이기에 노동자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다섯 번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 질병에 포함시켰다. 여기에는 직장 내 노동자에 의한 괴롭힘을 넘어 고객의 괴롭힘까지 포함된다. 

여섯 번째, 고객 응대 노동자의 경우 고객의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됐다. 사업주는 고객의 폭언 등에 대비해 업무의 일시적인 중단과 휴게시간의 연장, 정신과 치료․상담지원, 손해배상 청구 등 법률대응 지원 등 노동자를 보호할 조치의무가 발생한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실효성을 위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직접처벌조항의 부재,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미적용, 사업주가 괴롭힘의 주체일 경우 괴롭힘 행위자에게 신고를 해야 한다는 미비점 등 제도적 한계가 존재한다. 

‘혼나면서 배우는거야’라는 조직 문화가 있는 한 상급자의 업무 지시와 직장 내 괴롭힘을 구분하는 과정에서의 내부적 충격도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비정규직의 경우 재계약의 우려로 괴롭힘을 당해도 신고하기 힘들고 고용이 보장돼 있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현장에서의 활용이 어려울 수 있다.  

이번에 규정된 직장 내 괴롭힘의 대부분은 법 시행 이전에도 형법, 민법 등에 의해 법적인 보호가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근로기준법 상의 개념으로 포함시켜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해야 할 일터에서 괴롭힘으로 인해 노동자의 몸과 마음이 다치게 하는 일을 더 이상은 방치하지 말자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짐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겠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시행에 즈음해 현재 일하고 있는 일터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면 어떨까? 모두가 건강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고민과 실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근로기준법
[시행 2019. 7. 16.] [법률 제16270호, 2019. 1. 15., 일부개정]

제6장의2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신설 2019. 1. 15.>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본조신설 2019. 1. 15.]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①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② 사용자는 제1항에 따른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③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기간 동안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등"이라 한다)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⑤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⑥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본조신설 2019. 1. 15.]

# 김경희는?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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