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와 음악, 두 마리 토끼 쫓는 대담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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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오종협 1인 피아노극 ‘쇼팽선생님의 유품’
6일 공연을 마친 오종협. ⓒ제주의소리
6일 1인 피아노극 '쇼팽선생님의 유품'을 마친 오종협. ⓒ제주의소리

지난 5일부터 7일, 오종협이 공연한 <쇼팽선생님의 유품>은 꽤나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1인 피아노극’이라는 설명처럼 배우 혼자 무대에서 연기와 피아노연주를 소화했다. 작품은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폴란드 출신 쇼팽(rédéric Chopin)의 삶을 압축해서 그린다. 망자 쇼팽이 신(神)의 도움으로 이승에 잠시 머물면서 유품 전시회장에서 자기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가상의 설정이다.

배우는 <즉흥환상곡>, <발라드 1번>, <강아지 왈츠>, <왈츠 7번> 같은 유명곡을 쇼팽으로서 들려준다. 동시에 음악의 탄생 배경을 연기로 풀어낸다. 이 과정에서 쇼팽 뿐만 아니라 연인 ‘조르주 상드’와 신으로 연기하는 1인 3역을 마다하지 않는다. 

<쇼팽선생님의 유품>은 평범하게 쇼팽 음악을 듣는 이상의 재미를 선사한다. 오종협은 작품 내내 곡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관객들과 공유한다. 예를 들어 '쇼팽은 곡 자체에 메시지를 담아 표현하려 했다', '러시아 침략으로 고통 받는 고향 폴란드 역사를 표현했다', '<강아지왈츠>는 애인 조르주 상드의 애완견을 보며 작곡했다' 등의 크고 작은 이야깃거리는 음악을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든다.

본인이 쇼팽으로 빙의해 곡 구간마다 담긴 의미를 짧은 연주와 함께 설명하고, 그 뒤에 전체 곡을 풀어내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 <발라드 1번>의 경우 아름다운 조국 폴란드에 대한 느낌으로 시작새 러시아와의 전쟁 불안감, 전투 과정, 다시 찾아온 평화로운 세상 등의 순서로 곡 해석을 더했다. 덕분에 관객은 한층 몰입해서 음악과 조우한다. 

관객과의 적극 소통은 주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다. 관객이 뽑은 피아노 코드로 즉흥곡을 만들고 함께 연주한다. 6일 공연을 보러온 10세 소년에게 오종협과 함께한 순간은, 불과 몇 분에 불과하지만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었을 테다. 덕분에 “클래식의 문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복합예술로 관객들에게 기존에 없던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작품 취지는 어느 정도 달성한다. 

다만, 이런 성격과 투박한 연기·진행이 만나면서, 피아노극을 표방한 작품은 ‘극’보다 ‘피아노(공연)’ 비중이 커보인다. 쇼팽과 비교하면 다른 등장인물(조르주 상드, 신)은 등장하는 시간이나 역할 모두 사실상 미미하다. 소품 활용이나 연기에 있어 어설픈 부분이 많았는데,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매력에 관객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무엇보다 ‘곡 설명→연주’라는 반복 패턴을 깨뜨리지 못하는 구성으로 인해, 냉정히 극 보다는 이색 피아노 독주회에 가깝게 느껴졌다. <쇼팽 선생님의 유품>은 지난해 8월 선보인 직전 출연작 <쇼팽 선생님의 시를 밝혀줄래요?>을 일부 변형한 작품이다. 본래 2인극을 과감히 모노드라마로 전환했지만, 극 예술으로서 종합적인 완성도는 아직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전형적으로 박수를 유도하는 시작 부분은 몰입감을 위해 정극 느낌으로 바꾸고, 관객 참여는 마지막에 집중하는 상상을 해봤다. 가발이나 옷은 어떨까. 보다 정교한 발성과 동선도 마찬가지. 

오종협은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나중에 연기자로 입문한 경우다. 몇 편의 연극에 출연하면서 현재 제주 극단 ‘예술공간 오이’ 단원으로 연기의 ABC를 익히고 있다. 연기가 시간이 지나도 끝을 알 수 없는 심오한 예술임에 분명하나, 피아노는 반드시 기술적인 배움이 수반돼야 한다. 피아노에 기반을 두고 연기 예술로 뻗어가는 오종협에게 음악과 연기를 융합한 ‘복합예술’은 특별한 장점이다.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번 <쇼팽선생님의 유품>은 피아노극의 가능성은 잘 간직하고 있다. 오종협의 차기작은 베토벤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귓병으로 고통 받기 시작할 때 작성한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로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을 다룰 예정이다.  

음악과 연기,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보통 쉬운 일이 아니지만, 가능하다면 분명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능력이다. 비록 미완성 단계지만, 그 능력에 누구보다 근접한 인물은 ‘연기하는 피아니스트’ 오종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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