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맥 동원해 피해자 고향에 '집회 불참' 종용...경찰 "사실 아냐"

[기사보강- 7월8일 22:00]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7.여)의 엄벌을 촉구하는 집회가 예정된 가운데, 경찰 측이 행사 불참을 종용하는 '물밑 여론전'을 펴고 있다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돼 말썽을 빚고 있다.

제주지역 온라인커뮤니티 '제주어멍' 카페 회원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제주희생자수습을위한모임' 에 따르면 오는 9일 오후 6시30분 고유정의 엄벌과 피해자의 조속한 시신 수습을 촉구하는 거리행진과 촛불집회가 열린다.

이날 집회는 제주지방법원에서 출발해 제주동부경찰서까지 거리행진을 갖고, 오후 7시30분에는 동부서 앞에서 경찰의 부실수사를 성토하는 촛불집회를 갖는 순으로 진행된다. 주최 측을 비롯해 생전 피해자의 고향 마을 청년회와 이장단협의회 등이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집회가 열리기도 전에 좁은 지역사회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물밑작업'이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관계자 A씨는 "처음 집회가 열린다고 했을때는 고인이 마을에서 맡아온 것도 있고 해서 동참하자는 분위기였는데, 이틀이 지나니까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모처로부터 개별적으로 알음알음 '참석 안하는게 좋지 않겠나'라는 연락을 받았다더라"고 말했다.

실제 해당 마을 임원진이 모인 메신져 단톡방에서도 최초 적극적인 참여를 종용하던 이들이 갑자기 '이번엔 참석이 어렵게 됐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너무 옛날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고 혀를 찼다.

또 다른 지역 관계자 B씨는 "누구인지 밝힐 수는 없지만(불참을 요청하는) 연락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는 아니라지만 아는 사람이라며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B씨는 "아무래도 부담스럽긴 하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특히 지인의 '아는 사람'이 경찰이었냐는 질문에는 "예상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부정하진 않았다.

친인척 관계인 경찰 당사자로부터 '참석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았다는 마을 관계자의 증언도 나왔다.

경찰은 8일 오후에는 행사 주최측인 '제주희생자수습을위한모임'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고유정 사건의 수사 과정을 설명하며 '수사가 부실하게 이뤄진 것은 없다', '부실수사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낮춰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제주동부경찰서는 별도의 입장자료를 통해 "집회시 경찰 부실수사 논란이 거론될 것이라는 보도를 접하고 주최자인 카페 회원 및 참석 대상인 지역연합청년회 관계자들을 상대로 경찰의 초동수사 과정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설명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집회에 참석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부탁이나 물밑작업을 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마치 경찰이 조직적으로 집회에 참여하지 못하게 막고있다는 식으로 표현됐는데 집회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돼 있다. 경찰이 이를 만류할리 없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개별 경찰이 친인척이나 지인들과의 대화 과정에서 오해를 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집회를 불편해하는 이들과는 달리 온라인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집회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글들이 속속 퍼지고 있다.

'제주어멍' 카페에는 사건 피해자의 유족이 직접 감사의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유족은 "단순히 인터넷 상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는데 얼마나 큰 결심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라며 "저희 가족을 대변해주고 지켜주셔서 유가족을 대표해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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