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깜짝 놀라는 거대 책들의 유쾌한 향연
아이들 깜짝 놀라는 거대 책들의 유쾌한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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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극단 두근두근시어터 어린이 인형극 ‘키득키득 도서관’
ⓒ제주의소리
6일 공연 '키득키득 도서관'을 마친 배우 성민철(왼쪽), 박보배. ⓒ제주의소리

제주 유일 가족·인형극 전문 극단 ‘두근두근 시어터’가 두 달 만에 후속작을 들고 왔다. 지난 5월 작품 ‘할머니의 이야기치마’는 환경 문제와 설문대할망 설화를 묶어 뚝심있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면, 이번 작품 <키득키득 도서관>은 각기 다른 세 가지 단편을 선보이는 ‘옴니버스식’ 인형극이다. 채소들이 목욕탕을 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상상해보는 첫 번째 작품, 뭐든지 다 시시한 청개구리 같은 아이에게 닥치는 사건이 두 번째, 예쁜 옷이 생기는 커다란 마법 옷장의 비밀이 세 번째다.

첫 번째 작품은 새싹 채소가 생애 처음 목욕탕에 가면서 어른 채소들과 만난다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인상적이다. 대부분 공감하는 첫 목욕탕 경험을 떠올리게 하면서, 채소와 친해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두 번째 작품은 ‘시시하다’는 이유로 등교를 거부한 아이가 주인공이다. 시시해서 밥·청소하기 싫다는 엄마부터 식당, 경찰서, 소방서 등 만나는 모든 어른들이 손을 놓고 있다. 결국 자기 할 일을 책임지고 하자는 교훈을 전한다.

세 번째 작품은 어느 왕국의 무시무시한 이야기. 거짓말을 하면 자신의 소중한 것들이 마법 옷장으로 빨려 들어가 옷으로 변해버리는데 마지막에는 본인마저 잡아먹힌다. 작품 분위기는 밝고 커다란 소품에 눈에 휘둥글 하지만, 곱씹어 보면 마치 ‘잔혹동화’ 같은 느낌이다.

서로 다른 작품이지만 공통점은 있다. 바로 도서관과 책이다. 세상 산만한 개구쟁이 산만이(배우 성민철)와 공부벌레 올고다(박보배), 두 아이가 도서관에서 놀면서 자연스레 세 가지 책 이야기로 빠져드는 옛 극장식 전개다. 

산만이와 올고다는 대사 없는 마임으로 티격태격 하면서 공연 내내 유쾌함을 선사한다. 정확한 단어를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에도 과장된 표정과 몸짓은 기쁨, 아쉬움, 분노, 환호 등 다양한 감정을 잘 보여주면서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두근두근 시어터는 모든 소품, 장치를 고민하며 직접 만드는 노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능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실히 발휘한다. 신비한 도서관이라는 배경에 맞게 크고 두꺼운 책들은 목욕탕이 되고, 마을이 되고, 옷장으로 변한다. 그 때마다 터져 나오는 객석 아이들의 감탄사는 덤이다.

<키득키득 도서관>의 세 작품은 두근두근시어터의 모(母)회사 격인 (주)피엔아이컴퍼니(대표 신재중)가 발간한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다. 다른 그림책 세 권을 하나로 묶어내기 위해 도서관과 책이란 소재를 도입한 셈이다. 채소 목욕탕과 마법 옷장은 각색(소품 활용)이 재미있게 이뤄진 반면, 두 번째는 비교적 평범한 훈계 사연으로 흐른 것 같아 아쉬움을 준다. 

어린이라는 관객은 무대에 곧바로 반응하고 감정을 참거나 숨기지 않는다. 이번 작품을 보면서 어린이극은 성인 대상의 연극보다 더욱 까다롭고 발상도 기발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욕탕에 들어가기 위해 껍질을 한 겹 두 겹 까는 양파 아저씨, 몸에 잔뜩 묻은 흙더미를 순식간에 털어내는 뿌리채소, 성인 남자 키 높이만큼 커다란 마법 옷장 같은 장치들은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표현할까’라는 두근두근시어터의 고민의 흔적이 잘 담겨 있었다. 

<키득키득 도서관>은 7월 2일 시작해 14일까지 진행한다. 8월 24일부터는 새 작품 <모두의 비밀친구들2>를 공연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 자녀를 둔 가족이라면 인형극 매력에 푹 빠질 두근두근 시어터의 ‘여름극장’과 함께해보자.

문의 : 070-8610-7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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