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진기] (6) “도민만 보고 가겠다”던 원지사 구호, 결국 ‘내가 다 알아서’?

'제주 청진기'는 제주에 사는 청년 논객들의 글이다. 제주 청년들의 솔한 이야를 담았다. 청년이 함께 하면 세상이 바뀐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 청년들의 삶,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서브컬쳐(Subculture)에 이르기까지 '막힘 없는' 주제를 다룬다. 전제는 '청년 의제'를 '청년의 소리'로 내는 것이다. 청진기를 대듯 청년들의 이야기를 격주마다 속 시원히 들어 볼 것이다. [편집자] 

제주지역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제2공항 찬성, 반대 측을 막론하고 공론조사를 실시해 시시비비를 가려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27일 <제주의소리>가 발표한 ‘제주지역 현안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도에 제2공항이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응답자 48.6%가 찬성, 47.1%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제2공항 추진 여부를 두고 공론조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응답자 76.7%가 찬성한다고 응답하면서 반대 17.2%를 크게 앞질렀다.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제2공항 건설을 지지하는 응답자 중 74.5%가 공론조사 실시를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앞서 제주KBS, JIBS 등 다른 지역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는 “제2공항은 중대 하자가 없는 한 정상 추진한다”며 건설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원 지사는 개인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제2공항 문제에 대해 전문가와의 대담을 통해 건설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원 지사는 지난달 17일 개인 유튜브 방송에서 제2공항 건설문제를 두고 “전문가의 영역을 비전문가의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밝혀 논란을 사기도 했다. 또 “공론조사 요구는 시간끌기용”이라고도 말했다.

전문가의 ‘권위’가 시민들의 ‘민의’를 뒤덮어버린 현실을 보았다. 우리는 전문가의 권위를 무기로 서귀포 강정 해군기지 건설이 추진됐고 영리병원 논란이 촉발됐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도민만 보고 가겠다”던 도지사 구호의 속뜻을 이쯤에서 유추해보면 “제가 다 알아서 할테니 가만히 보고만 계세요”가 아닐는지.

‘제왕적 도지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대목이다. 한 때는 ‘협치’를 강조해온 정치인의 입 밖에서 나온 생각이지만 제주 지방자치의 현실을 보여주는 현실이기도 하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13년이 지난 오늘, 이런 비판이 나온 것은 대한민국의 지방자치, 제주의 특별자치가 ‘주민 자치’보다 ‘행정 통치’의 의미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이 법은 종전의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중략)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하여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중략)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주특별법’만 보더라도 중앙정부의 권력을 어떻게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할 것인지만 언급할 뿐, 주민들의 정치적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찾기 어렵다. 물론 여전히 행정체제 개편, 행정시장 직선제 등 최근의 논의에서도 통치 방식으로서의 논의만 전개되고 있을 뿐이다. 

지역을 하나의 완결성을 가진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생태계로 만들어 나간다는 지방자치를 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그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주인공은 시민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실정에 맞는 지방정부 거버넌스 형태 도입, 여성과 청년 등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지방정당 설립 허용 등 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서 지방자치 개혁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일을 믿고 맡길 일꾼, 정치 엘리트가 아니라 자기 삶 속에서 느끼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명지(27)는?

제주에서 나고 자란 청년이다.

제주의 바다와 오름을 사진으로 남기며 제주의 자연과 문화가 지켜지길 소망한다.

기록과 콘텐츠의 힘으로 제주의 역사와 자연을 지켜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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