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작가 강준, 신작 단편 소설집 ‘오이디푸스의 독백’ 발간

출처=알라딘.

제주 소설가 겸 희곡 작가 강준(본명 강용준)은 최근 신작 단편 소설집 《오이디푸스의 독백》(문학나무)을 발간했다.

이 책은 <타자의 얼굴>을 비롯한 8개 단편 소설을 통해 흔히 ‘7080’세대로 불리는 한국의 중·장년층의 민낯을 비춘다. 책 해설을 작성한 이덕화 문학평론가(평택대 명예교수)는 작품 전반에 흐르는 의식을 “사회에 대한 정당한 욕망이든,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든 아니면 뒤틀린 욕망이든 그것을 끝까지 이루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준다”고 짚어낸다.

군사정권 시절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잔혹한 고문으로 악명을 떨쳤지만 퇴직 후 수필가·시인으로 변신한 조인택(타자의 얼굴), 딸과 자신을 일치시키는 가부장적인 의식으로 딸의 백일장 표절을 인정하지 않으며 점차 수렁에 빠지는 신옥지(일그러진 만년필), 월남 참전 용사이면서 박정희 대통령 골수 지지자인 권위적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그리고 때늦은 화해(오이디푸스의 독백), 4.3 학살에 동참한 북한 출신 남성과 피해자 제주 남성, 둘 사이에 있는 여자와의 삼각관계(자서전 써주는 여자),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는 첫사랑과의 추억을 반추하며 떠올리는 아름다웠던 그때(놓친 열차는 아름답다), 제자들과 첫 부임지로 여행을 떠나는 명예 퇴직 교사(느티나무 꽃) 등.

강준은 꼰대, 태극기부대 등으로 취급받기도 하는 7080세대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평소 고언을 아끼지 않은 문학계 문제를 소재로 적극 차용한 부분이 눈에 띈다.

작가의 말을 통해 “흔히 7080세대라 불리는 사람들은 군사정권의 통제 아래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며 학도호국단을 체험하고, 5.18민주화운동과 6.10항쟁으로 인한 평화적 정권교체기를 겪었다. 그들은 식민사관에 충실한 역사 교육을 받았고, 상명하복의 수직적 질서 존중이 미덕임을 체화하며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또 “하지만 그들은 민주화 시대에서 청춘을 보낸 사람들, 자식 세대와는 많은 갈등에 부딪힌다. 수직 사회가 수평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생겨난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이라며 “극심한 가치관의 혼돈에 직면한 현재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시대의 아픔을 보듬고 어둠을 지키는 파수꾼이어야 한다는 거창한 소명의식이 아니어도, 시대의 화두를 담아내야 하는 것은 작가의 의무요 본분”이라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강준은 제주에서 태어났으며 경희대학교 국문과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월간문학>(1987)을 통해 희곡 작가로 등단했고 현재는 소설가도 겸업하고 있다. 

작품으로 희곡집 <폭풍의 바다> 등 5권과 장편 소설 <붓다, 유혹하다>, <사우다드> 등이 있다. 삼성문학상(1991), 한국희곡문학상(1996), 한국소설작가상(2017) 등을 수상했다.

279쪽, 1만5000원. 문학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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