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홍사훈 '우리의 월급은 정의로운가'... 자유한국당에 묻고 싶은 말 / 이희동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외국인 노동자에게 동일 임금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제 이야기의 본질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과도한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바로잡자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 유성호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기여, 그동안 해온 건 없죠. 그리고 세금을 낸 것도 물론 없고요... (외국인을)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줘야 된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달 19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과거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까지 지냈던 제1야당의 대표가 아무 거리낌 없이 외국인 차별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후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황 대표는 "중소기업이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힘든데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숙식비 등 다른 비용까지 들어가니 힘든 사정을 하소연하는 게 당연하다"라고 해명했지만, 그 역시 황당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문제의 본질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 즉 이주노동자를 차별하는 발언이다. 숙박비 때문에 이주노동자의 임금이 낮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용주들이 부실한 숙박시설을 제공하고 그보다 높은 비용을 월급에서 공제해 문제가 됐던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번 그의 발언은 자신의 참담한 노동 의식을 고백한 꼴이었다.

▲ 교섭단체 대표연설 나선 나경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더 어처구니 없는 말을 쏟아냈다. 근로기준법 시대가 저물었다며 노동 자유계약을 해야 한다고 나선 것이다.

"점차 근로기준법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산업 환경과 근로 형태에 맞는 '노동자유계약법'도 근로기준법과 동시에 필요합니다. (중략) 이제 국가가 일방적으로 정해주는 '기준'의 시대에서 경제주체가 자율적으로 맺는 '계약'의 시대로 가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IMF 이후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도입으로 그 어느 사회보다도 노동자의 해고가 손쉽고, 빈부간 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중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동반성장이니, 사회적경제니 하면서 여러 정책을 펴고 있지만 아직 그 영향력은 미미하기만 하다. 서민들의 삶은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는데, '노동 자유계약'을 해야 한다니. 이런 자유한국당에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 바로 홍사훈 KBS 기자가 쓴 '우리의 월급은 정의로운가'라는 책이다.

 

우리의 월급은 적정한가?

▲  우리의 월급은 정의로운가 ⓒ 루비박스 

도발적인 제목으로 질문을 던진 저자는 2016년 구의역에서 사고사를 당한 김군의 사례를 들어 우리의 일그러진 임금 구조를 파헤친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사발면으로 끼니를 때울 만큼 바쁘면서도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한 김군의 상황에 분노했는데, 저자는 그 처우가 구조적인 것임을 보여준다.

김군은 서울메트로와 외주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은성PSD) 직원으로, 그해 최저임금보다 4만 원 많은 기본급 130만 원을 받고 있었다. 서울메트로는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1인당 인건비로 240만 원을 제공했지만, 용역업체를 거치면서 100만 원이 증발했다. 인력 관리를 명목으로 가운데 있던 용역업체가 그만큼 가져간 것이다.

저자는 묻는다. 시민의 세금으로 임금을 제공하는 공적인 영역에서, 용역업체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만 주고 나머지를 이윤으로 가져가도 옳은지. 사적인 영역이야 시장논리가 적용된다고 하지만 공적 영역에서는 미국조차도 '프리베일링 웨이지(Prevailing wage)'라고 해서 적정임금제도를 운용하고 있지 않은가.

저자는 현재 우리의 월급이 결코 정의롭지 않다고 주장한다. 노동자가 일한 만큼 임금이 주어지지 않고 있으며, 중간의 용역업체들이 너무 많은 이익을 갈취한다고 이야기한다.

대기업 임원이나 고위 공무원 등이 은퇴하고 나와 중간 업체를 차리고 나면 대부분의 돈이 전관예우를 핑계로 그들에게 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3D 업종의 월급이 짜다고 하지만, 그것은 실제 중간 단계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가의 보도처럼 늘 나오는 말이 '요즘 젊은이들 배불러서 그런다...' 단지 힘들고 어려워서 안가는 걸까요? 일한 만큼, 땀 흘린 만큼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니까 안 가는 거죠. 생활할 수 있게, 처자식 먹여 살릴 수 있게 정당한 월급만 주면 왜 안 가겠습니까? - 57p

 

외국인 노동자가 합법이 되기 전까진 건설 현장 노동자나 공장 기술자가 좋은 일자리까지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밥벌이는 할 수 있는 일자리였습니다. - 58p

저자는 같은 맥락으로 이주노동자를 설명한다. 황교안 대표는 이주노동자들이 너무 많은 임금을 받는다는 식으로 비판했지만 이는 착각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고용인들이 이주노동자를 선호하는 것은 어쨌든 그들이 내국인 노동자보다 더 저렴한 인건비를 받기 때문이다. 고용자들이 이주노동자를 이용해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젊은이들이 3D 업종에 종사하지 않아 이주노동자를 고용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고용인들이 이주노동자를 이용해 내국인들에게 적절한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내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깎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는 겁니다. 외국인 노동자 임금 수준으로 내국인 노동자 임금을 내릴 것이 아니라, 굳이 외국인 노동자를 쓰려면 내국인 노동자 임금 수준으로 외국인 노동자 임금을 올리라는 거거든요. - 63p

교육에 앞서 노동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교육도 노동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우리의 교육이 파행적인 것은 사회가 소위 명문대를 나와야 그나마 '일한 만큼' 임금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적어지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사회적으로 작동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굳이 모든 이들이 입시에 모든 걸 걸까? 아마도 대학은 공부하고 싶은 사람만 가게 될 것이고, 많은 학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열중하게 될 것이다. 노동시장이 교육시장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부러워하는 선진국 청소년들이 우리 애들에게는 불가능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이유는, 그들 사회는 배운 것 없고 가방끈 짧더라도 열심히 일하면 땀의 대가를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공부에 취미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 예를 들어 자동차를 정비하든 목수를 하든 열심히 땀 흘려 일하기만 하면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다는 것을 이들 사회는 애들도 알고 부모도 알고 있기 때문인 거죠. - 74p

부디 황교안, 나경원 두 대표가 이 책을 읽고 올바른 노동에 대한 가치관을 갖기를 바란다. 참고로 책은 작고 양도 많지 않아 금방 읽힌다. / 글 = 이희동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제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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